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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27 (토)

“승진해도 임신으로 뒤통수치지 마라” 각종 차별에 서러운 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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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직장인 40% "같은 일 해도 임금 적어"
"결혼했으니 퇴사" 여전히 이런 대우도
한국일보

직장 내에서 여성들이 임금, 승진 등에 차별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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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회사원 A씨는 승진 인사를 앞두고 직장 상사로부터 황당한 말을 들었다. “승진을 하더라도 임신, 육아휴직 등으로 뒤통수를 치지 말라”는 것이다. 그는 “당신이 승진하더라도 잘나서가 아니라 이 부서에서 연속성 있게 일을 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A씨를 깎아내렸다.

여성 직장인 상당수가 회사 내에서 부당한 차별 대우를 받고 있다고 인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여성 직장인 40%가량은 남성과 같은 일을 해도 임금을 적게 받았고, 30%가량은 채용과 승진에서 차별을 겪었다고 답했다. 직장 내 성차별은 남녀고용평등법으로 금지되고 있지만, 현실에서의 변화는 더디기만 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노동시민단체 직장갑질119는 남녀 직장인 1,000명(여성 431명)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벌인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3일 밝혔다. 조사에 따르면 ‘동일 가치 노동에 대해 성별에 따라 임금을 차등 지급하는 차별적 대우를 경험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여성의 40.6%가 ‘경험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남성(21.8%)보다 2배가량 높은 응답률이다.

실제로 10년 차 여성 직장인 B씨는 회사로부터 "남자 신입사원보다 월급이 많으면 안 된다"는 이유로 연봉 인상에 꾸준히 차별을 받았다. 그는 직장갑질119에 “회사가 성차별적으로 급여를 적용하고 있다”며 “고용노동부에 신고할 수 있는지 궁금하다”고 했다.

결혼, 임신, 육아 과정에서도 '여성이라는 이유'로 부당한 대우를 겪었다. ‘교육ㆍ배치ㆍ승진 차별’을 느낀 여성 직장인은 35.5%에 달했고, ‘모집과 채용 시 성차별’은 34.6%, ‘임금 외 복리후생 등에서 성차별’은 29%였다. 심지어 ‘혼인ㆍ임신ㆍ출산을 퇴직 사유로 예정한 근로계약’을 작성한 경우도 27.1%나 됐다.

직장갑질119에 접수된 상담 사례도 심각한 수준이었다. 여성 직장인 C씨는 결혼을 앞두고 회사 본부장으로부터 퇴사 요구를 받았다. 경조휴가에 연차를 붙여 신혼여행을 다녀오려고 했으나 “어차피 결재를 안 해줄 것이니 퇴사하라”는 말을 들었다. 병원에서 3년째 근무하는 D씨는 육아 기간 동안 단축근무를 할 수 있는 '육아기 근로단축 제도'를 신청했다. 그러자 병원으로부터 “지나친 혜택을 받고 있으니 직원 복지로 병원 식당에서 제공하는 점심식사를 이용하지 말라”는 지시를 받았다.

한국이 여성 직장인에 차별적이라는 사실은 통계로도 증명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2022년 성별 및 연령 지표’에 따르면 한국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은 전체 회원국 38개국 중 31위로 하위권이었다. 박은하 직장갑질119 노무사는 “이번 설문조사 결과는 입사부터 퇴사에 이르는 경력기간 동안 여성이 촘촘한 차별을 받고 있다는 현실을 명백히 보여준다”며 “여성 노동자가 자신의 노동을 정당하게 평가받을 수 있도록 4월 총선 이후 구성될 국회에서 제도적 변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정지용 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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