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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1 (일)

얼굴 없는 J팝스타 아도 “12살 때 산타 선물로 음악 인생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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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가수 아도가 얼굴 대신 내세우는 이미지 캐릭터. 유니버설뮤직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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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타클로스 할아버지가 다녀갔나 보다. 성탄절 아침에 일어나니 마이크, 노트북 등 장비가 든 선물꾸러미가 머리맡에 놓여 있었다. 12살 소녀는 가슴이 두근거렸다. 이제 집에서 노래를 녹음해 온라인에 올릴 수 있다.



처음부터 노래 부르기를 좋아한 건 아니었다. 그림 그리기를 좋아해 일러스트레이터를 꿈꿨지만, 친구들은 “그림을 못 그린다”고 놀렸다. 스스로 냉철히 따져보니 재능이 없었다. 공부에도 운동에도 소질이 없었다. ‘내게 남은 건 아무것도 없구나.’ 절망에 빠졌을 때 ‘우타이테’라는 존재를 알게 됐다. 노래를 커버한 영상을 일본 동영상 플랫폼 ‘니코니코 동화’에 올리는, 일종의 아마추어 가수다. ‘나도 할 수 있겠다.’ 소녀는 노래하기 시작했다. 녹음 장비를 갖고 싶다는 소원을 크리스마스트리에 적었더니 마침내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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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가수 아도가 지난달 24일 경기 고양 킨텍스에서 연 첫 내한공연 모습. 유니버설뮤직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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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부터 제 음악 인생이 시작된 거죠.” 지난달 28일 온라인 화상으로 만난 일본 가수 아도가 말했다. 그는 지난달 24일 경기 고양 킨텍스에서 첫 내한공연을 성공적으로 마친 뒤 다음 공연을 위해 인도네시아 자카르타로 이동한 터였다. 화면에는 역시 얼굴 대신 그림만 띄워놓았다. 그는 얼굴 없이 이미지 캐릭터를 내세워 활동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2002년생 여성이라는 것만 알려져 있다. 공연 때도 실루엣으로만 등장한다. 그 이유에 대해 그는 말하지 않았다.



산타클로스 선물을 받은 12살 아도는 곧바로 녹음해보려 했지만 사용법을 몰랐다. 혼자 인터넷을 뒤지며 독학했다. 옷장 안에 나만의 녹음실을 꾸미고 그 안에 들어가 노래했다. 중학생이 된 14살 때 비로소 첫 노래를 업로드했다. 반응이 괜찮았다. 기쁜 마음에 계속 노래를 올렸다. 아도는 지난해 12월 발표한 커버곡 모음 음반 ‘아도의 우타테미타 앨범’ 표지에 당시 옷장 녹음실 그림을 넣었다. “처음 노래를 올린 그 시절을 잊지 않겠다는 뜻”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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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가수 아도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아도의 우타테미타 앨범’ 표지. 유니버설뮤직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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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타이테로 인기를 얻은 아도는 2020년 커버곡이 아닌 오리지널곡 ‘시끄러워’로 메이저 가수 데뷔를 했다. 보컬로이드(컴퓨터 프로그램으로 보컬을 생성하는 음악) 프로듀서가 만든 노래다. 이는 우타이테 출신 가수로는 처음으로 유튜브 조회수 1억회를 돌파했다. 2022년 극장판 애니메이션 ‘원피스 필름 레드’ 주제가를 불러 엄청난 히트를 기록했다. 아도는 단숨에 제이(J)팝 대표 주자로 떠올랐다. 3일 현재 유튜브 채널 구독자는 641만명으로, 일본 가수 중 요네즈 켄시(704만명), 요아소비(649만명)에 이어 3위다.



한국에서의 인기도 뜨거워 첫 내한공연은 2분 만에 매진됐다. 아도는 “한국 팬들이 너무나 좋아해 주시는 모습을 보고 나도 기뻤다”고 공연 당시 소감을 전했다. “고대했던 첫 한국 방문이라 가고 싶은 곳 리스트까지 만들었어요. 쇼핑도 잔뜩 하고 맛있는 것도 많이 먹었어요. 특히 ‘닭한마리’와 바나나우유가 맛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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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가수 아도가 지난달 24일 경기 고양 킨텍스에서 연 첫 내한공연 모습. 유니버설뮤직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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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도는 청아한 두성부터 목을 긁는 탁성까지 자유자재로 구사한다. 그는 “보컬 트레이닝을 받은 적은 없다. 좋아하는 우타이테 창법을 따라 하며 연습했다”고 했다. “말할 때 억양에 따라 감정이 다르듯 노래도 창법에 따라 감정이 달라져요. 한 프레이즈 안에서도 다양한 감정 표현을 위해 음색을 바꿔가며 노래해요.”



그는 평소 케이(K)팝에 대한 애정을 숨기지 않는다. 에스파, 아이브, 케플러 등을 언급했고, 르세라핌의 ‘언포기븐’ 일본어 버전에 참여하기도 했다. “케이팝의 중압감 있는 사운드가 좋아요. 또 핵심 파트에 영어 가사가 많이 들어가 글로벌한 느낌이에요. 일본에는 그런 노래가 많지 않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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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가수 아도가 얼굴 대신 내세우는 이미지 캐릭터. 유니버설뮤직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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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도는 내한공연 때 꽤 긴 한국말을 구사해 호응을 얻었다. 그는 “평소 한국에 관심이 많았다. 케이팝을 좋아하고 이번에 한국 공연도 있어서 한국말을 나름 열심히 공부했다. 아직 서툴지만 더 열심히 공부해서 다음에 한국 오면 소통을 더 잘하고 싶다”고 했다.



그는 오는 4월 여성 솔로 아티스트로는 최초로 8만석 규모의 일본 도쿄 국립경기장에서 단독 공연을 한다. 아시아 투어에 이어 유럽·미국 투어도 앞두고 있다. “국립경기장 공연이라는 큰 목표를 이뤄 자랑스러워요. 유럽과 미국 공연도 글로벌로 나갈 수 있는 좋은 기회여서 기대되고요. 궁극적으론 일본의 보컬로이드·우타이테 문화를 세계에 알리는 아티스트가 되고 싶어요.”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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