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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27 (토)

'패스트 라이브즈' 셀린 송 감독, 비범한 신인이 떴다[TEN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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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패스트 라이브즈' 셀린 송 감독

[텐아시아=이하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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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린 송 감독. /사진=CJ E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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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범한 신인의 등장이다. 영화 '패스트 라이브즈'로 데뷔한 셀린 송 감독은 감각적인 시선으로 스크린 위에 다양한 시공간을 새겨 넣는다. 뉴욕을 배경으로 24년 만에 만난 첫 사랑 해성(유태오)과 나영(그레타 리)의 서사를 섬세하게 매듭짓기 때문이다.

제96회 아카데미 시상식 감독상과 작품상 후보에도 오른 '패스트 라이브즈' 안에는 감독 본인이 지닌 이민자로서의 시선과 '인연'에 대한 깊은 고뇌가 담겨있다. 인터뷰 내내, 어떤 상황에서 누가 보는지에 따라서 영화를 해석하는 방식이 달라질 것이라는 그녀의 말처럼 '패스트 라이브즈'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가 될 수 있다. 떠나간 그 사람을 추억할 수도, 옆에 있는 사람을 기억할 수도 있기에. 영화 '넘버3'(1997)의 송능한 감독의 딸이기도 한 셀린 송 감독의 다음 영화는 어떨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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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패스트 라이브즈' 스틸컷. /사진 제공=CJ E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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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회 영국 아카데미 후보에 오르는 등 해외에서 호평받는 상황에 대해 셀린 송 감독은 "첫 영화여서 그런지 그런 무게를 잘 몰랐다. 10년 넘게 연극을 했다. 영화는 진짜 처음이고 영화계도 처음이라고 부담감을 느끼지 않았다"라고 솔직하게 답변했다.

첫 영화 제작을 하며 매일 행복감을 느꼈다는 셀린 송 감독은 "평생하고 싶었다. 이 영화는 어떤 사랑을 하다가 자기 자신을 더 깊게 이해하게 되는 영화인 것 같다. 나 자신을 필름 메이커로서 이해하게 됐다. 나의 크루, 그레타 리, 유태오, 존 배우와 허구한 날 '인연'이라는 단어에 관해 이야기를 한 것 같다"라고 이야기했다.

제목인 '패스트 라이브즈'에 대해 셀린 송 감독은 "이번 생 안에서도 '패스트 라이브즈'가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다. 나영은 이민을 갔기에 그 안에서도 전생이 있다. 다중 우주나 그런 식으로 판타지적인 캐릭터는 아니더라도, 보통 사람들의 인생 역시 그런 '패스트 라이브즈'가 있지 않을까"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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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패스트 라이브즈' 스틸컷. /사진 제공=CJ E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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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나비전과 코닥 35mm 필름으로 찍어 해당 질감을 표현하고 싶었다는 셀린 송 감독은 "카메라가 느껴지지 않게 찍는 것이 중요했다. 두 사람의 대화를 엿듣는 것이라고 보일 수 있게. 한국은 필름으로 영화를 안 찍지 않나. 그래서 매일 촬영본을 담은 박스를 뉴욕으로 보냈다. 밤마다 조마조마했던 것 같다. 엑스레이만 잘못 지나가도 다 날아가서. 뉴욕에서 필름을 다룰 수 있는 카메라 어시스턴트도 데리고 왔다"라고 촬영 비하인드를 설명했다.

배우 유태오의 캐스팅 과정에 대해 셀린 송 감독은 오디션 테이프를 보고 오랜 시간의 2차 오디션을 거쳤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문을 열고 들어오는 순간 바로 느낌이 왔다고. 셀린 송 감독은 "유태오 배우 안에는 어린아이와 어른이 공존한다고 생각한다. 캐릭터를 위해서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비유하면 배우로서 유태오는 타임스퀘어의 전광판 같은 얼굴을 가지고 있다. 아주 작은 감정도 진짜 크게 보인다. 말없이 표현해야 하는 것이 많기에 그 부분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라며 애정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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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패스트 라이브즈' 스틸컷. /사진 제공=CJ E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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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 위에 구현되는 로케이션이 제일 중요했다는 셀린 송 감독은 "자유의 여신상의 경우, 뉴욕의 상징이기도 하지만 이민자의 상징이기도 하다. 물론 뉴욕을 배경으로 한 영화라고 해서 자유의 여신상이 등장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관광객인 해성과 이민자인 나영이기에 둘에게는 의미 있고 로맨틱한 곳이라고 생각했다. 또한 두 사람이 어린 시절에 '안녕'하고 헤어지는 골목도 잘 안 보이지만 의미 있는 부분이다. 보통의 장소여야 했다. 만약 파리에 사는 사람들에게 '당신의 파리가 뭐냐'고 하면 아무도 에펠탑이라고 하지 않는다. 살고 있는 사람들만 느끼는 곳을 원했다. 진짜 아름답고 의미 있고 소중한 곳이어야 했다"라고 강조했다.

해성과 나영의 관계성에 대해서 셀린 송 감독은 '로맨스'라는 단어를 언급하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연애와 사랑은 다르다고 생각한다. 연애는 남자친구와 여자친구라는 관계를 만드는 느낌이지만, 사랑은 조금 느낌이 다르다고 생각한다. 인생 안에 있는 로맨스가 더 주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장르로서의 로맨스보다 우리 인생의 로맨틱함을 담고자 했다"라고 기획 의도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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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패스트 라이브즈' 스틸컷. /사진 제공=CJ E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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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영의 남편인 아서의 역할에 대해 "처음 영화에 등장한 순간, 어떤 관객도 '잘 왔다'고 생각하지는 않았을 것 같다. 여태껏 나영과 해성의 관계에 대해서 연결점이 있기에 당연히 그렇지 않겠나. 아서 역을 맡은 존 마가로 배우와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캐스팅할 당시에는 몰랐는데, 존 마가로 배우의 아내가 코리안 아메리칸이었다. 왜 이렇게 치열하게 원하는지 이해가 되더라. 한국말을 잘하려고 노력했는데, 내가 하지 말라고 했다. 이 영화는 한국말을 잘하는 사람에 대한 영화가 아닌 한국말을 노력하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다"라고 답했다.

"누가 보는지, 어느 순간에 보는지에 따라 영화를 보는 방식이 달라진다고 생각해요. 12살의 나영은 해성에게 '안녕'을 해야 했지만 하지 않았어요. 해성이 비행기를 타고 와서 자신이 내려놓지 못했던 나영이를 보고 '안녕'을 제대로 할 수 있게 됐다고 생각해요. 누군가는 지금 내 옆에 있는 사람이 고맙고, 누군가는 헤어질 것이라고, 누군가는 비행기 티켓을 끊겠다고 하더라고요. '인연'이란 말은 우리 인생의 아주 작은 부분도 깊게 보여줄 수 있는 단어라고 생각해요"

이하늘 텐아시아 기자 greenworld@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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