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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3 (토)

"100년 공든 탑, 5년 만에 무너졌다"…'세계 3대 금융허브' 홍콩의 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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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갈림길에 선 홍콩②-4년 연속 떨어진 '글로벌 최악' 증시

[편집자주] 빠르게 중국화 하는 홍콩의 모습은 자유가 사라진 시장경제가 한순간에 몰락할 수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글로벌 경제가 블록으로 재편되는 가운데 산업과 금융 양측면에서 국제적 영향력을 유지해야 할 한국에도 시사하는 점이 크다. '아시아의 용' 홍콩은 왜 '아시아의 금융허브 유적지'라는 불명예스러운 별명을 얻게 됐을까. 홍콩의 현주소를 짚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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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3대 금융허브로 평가받았던 홍콩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사진은 홍콩 증권거래소 전경. /사진=블룸버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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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여행 가는 분들, 아시아 금융 유적지를 꼭 한번 가보세요." 중국 소셜미디어네트워크(SNS)에선 한 때 이 같은 글들과 함께 홍콩 증권거래소가 위치한 '센트럴 익스체인지 스퀘어' 사진이 유행처럼 돌았다.

이는 아시아 대표 금융 중심지이자 미국 뉴욕·영국 런던과 함께 '세계 3대 금융허브'로 통했던 홍콩의 위상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는 조롱 섞인 얘기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역사적 인플레이션(화폐가치 하락에 따른 물가상승)이 이어지는 상황에도 세계 주요 증시가 사상 최고가 행진을 하는데, 홍콩 증시는 침체 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현실을 지적한 것이다.


4년 연속 하락한 증시…60년 만에 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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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증시는 세계 주요 증시 지수 중 최악이다. 특히 홍콩을 대표하는 항셍지수는 지난 2020년부터 2023년까지 4년 연속 하락했다. 이는 1964년 7월 항셍지수가 첫 산출된 이후 가장 긴 약세장이다. 3년 연속(2000~2002년 ) 하락한 적은 있지만 4년 연속 떨어진 건 60년 만에 처음이다.

2018년 1월 3만3000을 뚫으며 역사상 최고점을 기록했던 항셍지수는 6년 만인 올 1월 1만4000대로 주저앉았다. 지난해에만 지수가 14% 빠졌다. 미국 나스닥과 S&P500이 20~40%대 상승률을 기록했고 일본 닛케이225(28%), 대만 자취안(27%), 한국 코스피(18%), 인도 센섹스(18%) 등 아시아 증시 역시 일제히 오른 것과 비교하면 홍콩 증시가 얼마나 부진했는지 여실히 드러난다.

올 들어서도 미국·일본·대만 등 주식시장에서 전 고점을 뚫고 또 뚫는 초강세 '불장' 국면이 펼쳐지고 있지만 홍콩에는 냉기가 여전하다. 항셍지수는 지난달 각종 부양책 영향으로 소폭 상승 반전하며 1만6000선을 밟았지만 1~2월 누적 수익률(-3%)을 따져보면 여전히 마이너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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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에 밀리고, 대만에 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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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증권거래소는 무서운 기세로 성장하는 인도에 추월당했다. 세계거래소연맹(WFE)이 집계한 세계 증권거래소 시가총액 순위에서 홍콩은 7위(2022년 12월 기준)에서 8위(2024년 1월)로 밀렸다. 종전 8위였던 인도는 올 들어 6위로 올라섰다.

지난해 11월 말 홍콩 항셍지수가 대만 자취안지수에 추월당한 것도 주목할 만한 변화다. 자취안지수가 항셍지수보다 높아진 건 31년 만에 처음으로 올 들어 그 격차는 더 벌어지고 있다. 시가총액·거래량 등 기준으론 여전히 홍콩이 큰 시장이지만, 지수 역전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금융 전문가들은 본다.

증권사들의 줄폐업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블룸버그 집계에 따르면 홍콩에선 2022년 49개 증권사가 폐업한 데 이어 지난해에도 30여곳이 문을 닫았다. 시장이 활기를 잃으면서 거래량이 급감하자 거래수수료로 수익을 내던 중소형 증권사들이 직격탄을 맞았다. JP모건체이스·UBS그룹 등 대형 투자은행(IB)의 아시아 IB 조직 구조조정에선 주로 홍콩 직원들이 대상이 됐다.

홍콩의 한 중소증권사 CEO는 "증권업계에 30년 가까이 몸 담았는데 최근 1~2년처럼 많은 증권사들이 문을 닫고 직원들이 일자리를 잃었던 적은 없었다"며 "문제는 터널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귀띔했다.


100년 쌓은 '금융허브' 공든 탑, 왜 흔들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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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국제금융센터(IFC) 건물이 안개에 가려져 있다. /로이터=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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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식민지 시절부터 아시아 금융센터 역할을 해왔던 홍콩의 금융산업은 1997년 중국에 반환된 이후에도 계속 성장했다.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확실한 지위를 구축한 홍콩을 활용하기 위해 중국 정부가 '일국양제(한 국가 두 체제)'를 표방했기 때문이다. 해외 기업공개(IPO)를 추진하는 중국 기업들이 줄을 서면서 홍콩은 단숨에 세계 1위 IPO 시장으로 등극했다. 이는 금융이 홍콩 국내총생산(GDP)의 2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중요한 경제 축으로 자리 잡은 배경이다.

하지만 중국의 전폭적인 지원은 홍콩 증시를 멍들게 한 요인이기도 하다. 홍콩 주식시장에 상장된 기업의 70%가 중국 본토기업이어서 중국 경기가 나빠지면 증시 흐름에 고스란히 반영된다. 미·중 패권전쟁과 코로나19 팬데믹, 시진핑 장기집권 등 영향으로 중국이 경기 침체의 늪에 빠지면서 홍콩 증시도 악화됐다.

홍콩의 통화 시스템도 증시 부담 요인이다. 홍콩은 통화(홍콩달러) 가치를 미국달러에 연동(1 미국달러=7.75~7.85 홍콩달러)하는 '페그제(고정환율제)'를 채택하고 있어 금리도 미국을 따라 움직인다. 이 때문에 현재 홍콩의 금리는 2007년 12월 이후 최고치인 5.75%까지 높아졌다. 해외 투자자들이 중국 관련 투자를 줄이는 가운데 홍콩의 긴축적인 통화정책으로 시장 유동성이 더 악화했다. 홍콩의 경우 기업 이익은 중국 본토 경기, 이자율은 미국 정책의 영향을 받는 독특한 시장인데 양쪽의 악재가 겹친 셈이다.

골드만삭스의 한 중국 전문가는 "홍콩 증시 상장사의 절반은 거래량이 제로 수준이고, 글로벌 기업들과 자산가들은 싱가포르로 떠나고 있다"며 "홍콩이 세계 3대 금융허브로 자리잡는데 100년이 걸렸는데 폐허로 변하는데는 5년이 채 걸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송지유 기자 cli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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