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터=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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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닛케이지수가 34년 만에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는 뉴스에 묻혀 큰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아시아에 일본 말고도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는 증시가 있다. 바로 대만이다.
29일 대만 가권(자취안)지수는 한때 1만9000선을 넘어서며 27일 기록한 사상 최고치인 1만9023.01에 바짝 근접하는 등 연일 상승세를 이어갔다. 대만 증시 상승의 1등 공신은 엔비디아의 AI 칩을 위탁 생산하는 TSMC다. TSMC는 지난해 10월 이후 30% 넘게 상승했으며 27일 698대만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엔비디아가 장중 시가총액 2조달러를 돌파할 정도로 급등하자 TSMC도 연일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AI(인공지능) 열풍에 힘입어 인구(2342만명)가 한국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대만의 상장기업 시총은 한국도 넘어섰다. 대만 증시를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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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상장기업의 시가총액을 뛰어넘은 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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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년간 각 국 증시 상승률/그래픽=조수아 |
지난 1년간 대만 가권지수는 AI 붐 영향으로 21.6% 상승했다. 일본 닛케이225지수의 43%, 미국 나스닥지수의 40%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비교적 높은 상승률이다. 같은 기간 한국 코스피지수는 9.9% 오르는 데 그쳤고, 중국 상하이지수는 오히려 8.3% 내렸다.
지수 상승폭보다 더 주의깊게 봐야 할 건 대만 상장기업의 시가총액이 한국을 넘어섰다는 사실이다. 대만은 인구뿐 아니라 국내총생산(GDP)이 한국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2022년 기준, 대만 GDP는 7605억달러로 한국(1조6733억달러)의 45%에 불과하다. 그런데 최근 대만 가권지수가 급등세를 이어가면서 대만 상장기업 시가총액이 2773조원으로 한국(2556조원)을 넘어섰다.
한국, 대만 GDP와 상장기업 시가총액 비교/그래픽=이지혜 |
TSMC로 대표되는 대만 반도체 기업 덕분이다. 대만 증시에서 TSMC가 가진 영향력은 매우 크다. 코스피 증시에서 삼성전자의 존재감 그 이상이다. TSMC 시총은 대만증권거래소 전체 시총의 약 30%를 차지하고 있다. 대만증시는 시가총액이 높은 기업들이 상장된 대만증권거래소(TWSE), 코스닥시장과 비슷한 타이페이거래소(TPEX)로 구성돼 있다.
반도체 생산능력 확충을 위한 TSMC의 설비투자(CAPEX)는 대만 반도체 업체들의 실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2022년 TSMC의 설비투자는 363억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지난해에는 반도체 업황 둔화에 따라 속도조절에 나서며 16.1% 줄어든 305억달러로 줄었다. TSMC는 올해도 280억~320억달러를 설비투자에 쏟아부을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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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SMC 시총 763조원, 압도적인 1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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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시가총액 상위 10개사/그래픽=윤선정 |
대만 시가총액 상위 10개 기업을 살펴보자. 세계 1위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업체 TSMC의 시가총액이 원화로 763조원을 기록하며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 TSMC는 2017년부터 주가가 4배 가까이 상승하며 대만 증시를 견인했으며 엔비디아가 시총 2조달러에 육박할 만큼 오르자 최근 사상 최고가를 경신하고 있다. 엔비디아의 AI칩 대부분은 TSMC에서 생산되고 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와 리사 수 AMD CEO가 모두 대만계 미국인 것도 대만에 유리하게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엔비디아와 AMD는 글로벌 1위와 4위 팹리스(반도체 설계) 업체다.
특히 젠슨 황은 지난해 11월 모리스 창 TSMC 창업자가 '대만 경제의 아버지'로 불리는 리궈딩 전 경제부장관을 기념해 만든 제1회 리궈딩상을 수상할 때 대만을 방문해 직접 축하할 정도로 TSMC에 공을 들이고 있다. "TSMC가 없었으면 엔비디아도 없었을 것"이라고 자주 말할 정도로 애정이 대단하다. 엔비디아 창업 3년 째인 1995년 젠슨 황이 모리스 창에게 메일을 보내 반도체 위탁 생산을 문의하자, 모리스 창이 직접 전화해 양사의 협업이 시작된 스토리도 유명하다.
대만 시가총액 2위 기업은 팹리스 업체인 미디어텍으로 시가총액은 약 75조원에 달한다. TSMC 시총의 10%에 불과하지만, 미디어텍 역시 중요한 반도체 기업이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전 세계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시장에서 미디어텍은 점유율 33%로 1위를 차지했다(출하량 기준). 그 다음은 퀄컴(28%), 애플(18%), 유니속(13%), 삼성(5%) 순이다.
3위 폭스콘은 애플 최대 협력업체로서 반도체기업은 아니지만, 전자제품 제조업체이며 5위 퀀타컴퓨터는 애플 맥북을 위탁생산하는 세계 최대 컴퓨터 ODM(제조업자 설계생산) 업체다. 대만은 반도체 업체뿐 아니라 전자제품 위탁 생산업체들이 발달했다.
7위는 델타일렉트로닉스는 전자 제품 제조회사로 산업용 및 컴퓨터용 전원공급 장치를 생산한다. 10위는 세계 1위 반도체 후공정(OSAT) 기업인 ASE이며 시가총액은 25조5000억원에 달한다. 이번 달 ASE는 독일 반도체기업 인피니언의 천안 반도체 패키징 공장을 인수한다고 발표하는 등 한국에서도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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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총 10대 기업 중 반도체·전자업종이 6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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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시가총액 10대 기업에는 TSMC(1위), 미디어텍(2위), ASE(10위) 등 반도체기업이 포진해 있다. 폭스콘(3위), 퀀타컴퓨터(5위), 델타(7위) 등 반도체와 관련이 높은 전자업체까지 포함하면 6개가 반도체·전자업종이다.
나머지 4개 기업은 중화텔레콤(4위·통신), 푸본파이낸셜(6위·금융), 포모사 석유화학(8위·화학), 캐세이 파이낸셜(9위·금융)으로 통신(1개), 금융(2개), 화학(1개) 업종이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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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시가총액 11위를 기록한 UMC 역시 반도체(파운드리) 기업으로 시가총액은 25조4000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2분기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에서 TSMC(1위), UMC(4위) 외에 PSMC(8위), VIS(9위) 등 대만 업체 4개가 10위권에 진입할 정도로 대만의 영향력은 막대하다.
대만 가권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건 AI 열풍의 직접적인 수혜를 받는 반도체 산업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AI 열풍을 타고 대만 증시가 얼마까지 상승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김재현 전문위원 zorba00@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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