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들 다수 '복귀 데드라인' 묵살
경찰, 신속하고 엄정한 수사 나설 듯
의료법 및 공정거래법 위반 적용 관측
2000년 의약분업 사태 의협 유죄판결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정부의 사법처리 엄포에도 병원에서 이탈한 전공의들이 지난달 29일 ‘복귀 데드라인’을 묵살하면서 경찰 수사가 본격화했습니다.
경찰은 1일 의료법 의반 등 혐의로 고발당한 대한의사협회(의협) 관계자들에 대해 강제 수사에 착수했습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경찰이 그간 신속한 수사를 예고했던 만큼 예고했던 엄정대응에 나선 것으로 보입니다.
경찰 수장인 윤희근 경찰청장은 지난달 19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의사들의 집단행동 관련 고발이 있을 경우 신속하고 엄정대응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밝힌 바 있습니다.
윤 청장은 "의료계 집단행동으로 수사기관에 고발됐을 때 정해진 절차 내에서 최대한 신속하게 수사할 것"이라며 "명백한 법 위반이 있고 출석에 불응하겠다는 확실한 의사가 확인되는 개별 의료인에 대해선 체포영장을, 전체 사안을 주동하는 이들에 대해선 검찰과 협의를 거쳐 구속 수사까지 염두에 두고 대응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윤 청장은 "고발장이 접수되면 며칠 후 출석요구서를 보내고 요구서를 발부한 날로부터 일주일 지나야 출석이 이뤄지는 것이 일반적인 수사 룰이지만, 이번에는 고발장이 접수되는 그날 즉시 개인에게 문자 또는 등기우편으로 출석요구서를 보내면서 2∼3일 간격을 두고 출석을 요구할 것"이라고도 덧붙였습니다.
그는 또 "출석을 안 하면 직접 소재 수사를 포함해 출석요구서가 제대로 전달됐는지와 출석 의사 여부를 확인할 것"이라며 "이처럼 법적인 절차를 충분히 한 상태에서도 출석에 불응한다면 검찰과 협의해 신속하게 체포영장을 발부할 방침"이라고 엄포를 놓았습니다. 경찰은 고발 이전 단계에서는 전국 100개 병원을 관할하는 경찰서와 보건복지부 간 핫라인을 바탕으로 합동 현장조사를 벌여 사직서를 제출한 전공의들이 실제로 출근을 안 하고 업무를 하지 않는지를 확인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경찰이 강력한 수사를 공언하고 있는 만큼 전공의들에 대한 무더기 사법처리가 이뤄질지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의사단체의 집단행동은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지난 30년의 세월 동안 정부와 의사단체는 힘겨루기를 했습니다. 의대증원에 반발해 전공의가 이탈한 2024년 의사파업은 대한민국 역사상 전무후무했던 지난 2000년 의약 분업 사태를 떠올리게 합니다.
당시에도 집단행동으로 정부와 의료계, 그리고 수많은 국민들이 고통과 큰 혼란을 겪었습니다.
검찰은 당시 의협 회장이었던 김재정씨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법 위반과 의료법 위반,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했습니다. 김씨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이 확정됐습니다.
법원은 공정거래법 위반 부분에 대해 의협이 구성사업자인 구성사업자인 의사들에게 본인의 의사를 묻지않고 일제히 휴업하도록 강요한 행위는 의사들의 자유영역을 간섭한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이에 따라 의사들 사이의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쟁을 저해해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관한법률 26조 1항의 ‘부당한 공동행위’에 해당한다고 판시했습니다.
업무방해 부분에 대해 법원은 의협이 소속 전공의들과 공모해 전공의들로 하여금 의약분업 반대를 위해
집단적으로 진료를 거부하게 함으로써 각 수련병원에서 외래환자에 대한 입원과 수술예약을 연기하게 해 진료를 불가능하게 했다며 이 역시 유죄로 인정했습니다.
경찰 안팎에서는 2024년 현재도 과거 2000년대처럼 사법처리가 가능할 것이라는 의견이 나옵니다.
보건복지부는 앞서 9000명 넘는 전공의에 대한 업무개시명령을 내렸습니다. 현행 의료법은 업무개시명령을 거부한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한다. 만약 기소돼 금고 이상 형을 선고받는다면 최대 10년까지 면허가 취소됩니다.
파업이 계속된다면 경찰은 의료법 위반을 내세워 대대적인 수사에 나설 것으로 예상됩니다.
사법처리와 별개로 의사들의 집단행동은 국민의 불편을 담보로 하고, 모든 권리에 우선하는 최고 권리인 생명권을 소홀히 하고 있기 때문에 국민의 지지를 받기 어려워보입니다. 정부와 의사가 강 대 강으로 충돌하는 사이 아까운 목숨들이 지고 있습니다. 실제 최근 임산부 한 명이 전공의 집단 사직서 제출 사태로 병원에서 수술을 거부당해 아기를 유산했다는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습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의협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지난달 26일 3일 오후 열릴 전국의사 총궐기대회를 두고 "정부 정책에 항거하는 대장정의 시작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백혈병환우회 등 9개 환자단체가 참여한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최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공의는 사직 방식의 집단행동을 이제는 멈추고, 응급·중증환자에게 돌아와 이들이 겪는 불편과 피해, 불안부터 멈추게 해야 한다"고 호소했습니다.
이들은 "중증환자는 적시에 치료를 받는 것이 생명 연장을 위해 중요하다"며 "질병의 고통과 죽음의 불안과 싸우는 것만으로도 벅찬데, 치료 연기는 '사형선고'와도 다름없다"고 말했습다.
박우인 기자 wipark@sedaily.com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