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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6 (화)

이주민 확대가 저출생 대책? "빨리 꿈 깨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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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인 데 하스 '이주, 국가를 선택하는 사람들'
30년간 이주 문제 연구한 데이터 기반으로
"이주민은 월급, 복지 노린 침입자 아니고
사회적 문화적 통합을 간절히 원하고 있어
한국 또한 이주민에 매력적인 국가가 돼야"
한국일보

국경을 넘는 이민자들 행렬. 저자는 못 먹고 못 살아 어쩔 수 없이 이동하는 수동적인 이주자가 아니라 어디에서 무엇을 하며 돈을 벌 수 있는지 탐색 끝에 상대국을 고르는, 능동적 이주자 모델을 제시한다. 세종서적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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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역사적인 브렉시트 투표를 앞둔 영국. 강경 우파인 나이절 패라지 영국독립당 대표는 이렇게 연설했다. "유럽에서 사람들의 자유로운 이동은 범죄자의 자유로운 이동, 칼라시니코프 자동소총의 자유로운 이동, 테러리스트의 자유로운 이동이 되었다." 유럽연합에서 탈퇴하면 저 멀리 동유럽에서 건너온 사고뭉치 외국인 노동자들을 싹 다 내보낼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그래서 브렉시트 이후 영국에선 외국인 노동자 수가 크게 줄었던가. 외국인 노동자가 떠난 뒤 그 일자리를 영국인들이 차지하면서 실업률이 뚝 떨어졌던가. 대답은 당연히 '아니오'다.

실패로 끝난 브렉시트의 꿈


브렉시트 공식화 직전 해인 2019년 영국은 결국 '계절근로자 시범사업'을 부활시켜 동유럽 노동자의 이민 쿼터를 대폭 확대했다. 더 극적인 장면은 곧이어 터진 코로나19 사태 때 나왔다. 동유럽 노동자들의 발이 묶이자 외국인 노동자들이 그간 해왔던 일을 영국인들이 해내자며 찰스 당시 왕세자까지 나서 '영국을 위한 수확(Pick for Britain)' 캠페인을 벌였으나 호응은 없었다. 아니, 트럭 운전사 같은 필수 인력 부족 때문에 슈퍼마켓 진열대가 텅 비고 주유소가 문을 닫는 공급망 위기까지 터졌다. 외국인 노동자 탓에 영국이 불안했던 게 아니라, 외국인 노동자 덕에 영국이 그나마 굴러가고 있었던 것이다.
한국일보

2017년 미국 시애틀 국제공항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반이민 행정명령에 반대하는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이주, 국가를 선택하는 사람들'의 저자 헤인 데 하스는 반이민 명령을 정치적 쇼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시애틀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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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 국가를 선택하는 사람들'은 외국인 노동자, 그리고 난민과 불법체류자 문제에 대한 팩트 체크 책이다. 영국 옥스퍼드대 국제이주연구소 창립 멤버이자 공동 소장을 지냈고 현재 네덜란드 암스테르담대 교수인 저자는 30여 년에 걸쳐 이주 문제를 연구했다. 이주 문제 전문가답게 이 책은 이주를 둘러싼 여러 문제들을 22가지 질문으로 정리하고, 그에 대한 다양한 연구 결과를 보여준다.

이민과 난민으로 가득 찬 세상? 허구다


핵심은 '호들갑 금지'다. 우선 오늘날 이주는 그리 엄청난 규모가 아니다. 통계적으로 보면 전 세계 인구 대비 이주민은 3% 정도다. 진짜 대이주의 시대는, 제국주의 국가의 후예라 그런지 저자는 애매하게 말을 흐리지만, 19세기 후반~20세기 초반 제국주의 시대였다. 당시 세계 인구 대비 이주민 수는 10%대를 오르내렸고, 열악한 통계상황을 감안해 보면 실제 수치는 훨씬 더 높았을 것이라 봐야 한다.

그때와 지금의 차이는 단 하나. 그때는 유럽이 출발지였고 지금은 목적지라는 것이다. 내가 나가면 세계 문명화이고 너희가 오는 건 범죄와 실업이다라는 건 그저 유럽 중심주의의 편견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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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국 심사장에 길게 줄 지어 서 있는 아시아 이주민들. 세종서적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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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저자는 은밀한 비밀도 일러준다. 극우파는 사실 외국인 노동자와 불법체류자를 은근히 반긴다. 싼 노동력이 그들의 경제를 살린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 입으로는 혐오하고 손으로는 장벽을 쌓아 올리지만, 뒷발로는 노동시장의 문을 슬쩍 열어둔다. 그럼에도 혐오를 쏟아내는 건 국내 불평등 문제를 외국인 노동자 탓으로 올리기 위한 정치적 책략에 불과하다. 악명 높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도 예외는 아니다. 그 통계 수치는 책에서 직접 읽어보는 게 낫겠다.

외국인 노동자는 사회적 통합을 간절히 원한다


저자가 반복해 강조하는 것은 외국인 노동자의 주체성이다. 외국인 노동자, 불법 체류자라 그러면 어려운 환경을 피해 월급이나 세금이나 복지제도 덕이나 보려고 건너온 사람이란 인상이 짙은데, 실제 그들 대부분은 돈을 더 많이 벌기 위해 의도적, 의식적으로 노력하는 일종의 벤처 사업가다. 그렇기에 이들은 성실할 뿐 아니라 사회적 통합 또한 간절히 바란다. 그들 때문에 범죄, 실업이 늘고 문화적 정체성이 약화된다는 건 통계적으로 확인되는 사실과 정반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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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 국가를 선택하는 사람들·헤인 데 하스 지음·김희주 옮김·세종서적 발행·512쪽·2만5,000원


눈길을 끄는 건 오늘날 한국 사회의 화두인 저출생 고령화 시대와 연결되는 이민의 문제다. 저자는 딱 잘라 말한다. 이주는 대책이 될 수 없다. 독일을 예로 들어보면 이렇다. 생산연령인구 유지를 위해선 연 45만8,000명의 외국인 노동자가 들어와야 한다. 급속한 노령화를 감안하면 연 340만 명이 들어와야 한다. 합계출산율 1.5명 수준인 독일이 이렇다면 합계출산율이 0.6명대 수준으로 곤두박질친 한국은 대체 한 해 몇백만 명을 들여와야 한단 말인가.

이민 확대, 저출생 시대 탈출구 아니다


또 한 가지, 그들은 돈만 더 벌 수 있다면 그냥 막 오는 사람들이 아니다. 반복하자면 그들은 '먹튀'가 아니다. 장기적 전망과 비전을 따지는 일종의 벤처 사업가다. 그리고 저출생 고령화는 이제 전 세계적 추세다. 한국이 매력적이지 않다면 그들은 오지 않는다. "미래에는 이주자 유입을 막을 방법이 아니라 외국인 노동자를 끌어올 방법이 정치적으로 중요한 문제가 될 것"이라고 저자가 말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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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 국가를 선택하는 사람들'의 저자 헤인 데 하스. Wilma Hoogendoor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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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저출생 고령화 문제가 심각한 한국더러 이 책을 유심히 잘 보라 해뒀다. 오랜 고민, 연구가 녹아 있어 참고할 부분이 대단히 많은 건 사실이다. 하지만 제3세계에서 도약했으며 그 과정에서 파독 광부, 파독 간호사, 미주 한인 같은 경험이 있는 우리가 이 문제에 대해서는 더 잘 알고, 더 잘 대응할 것이라 말해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조태성 선임기자 amorfat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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