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13 (토)

의대 학장 반대에도..."매년 오는 기회 아냐" 대학들 작년 수준 요청할 듯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비수도권 소규모 의대, 정원 2배 늘릴 기회
'의료역량 강화' 바라는 지역 요구 무시 못해
총장들 "신청 안 해 우리만 못 늘리면..."
한국일보

정부가 2025학년도 대학입시에서 각 대학들이 원하는 의과대학 입학정원 확대 인원이 2,151~2,847명이라는 수요조사 결과를 발표한 지난해 11월 21일 서울의 한 의과대학.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의과대학을 운영 중인 전국 40개 대학이 지난해 1차 조사 때와 비슷한 2,000명 이상의 증원 수요를 정부에 제출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증원에 반대하는 전공의와 의대생들이 집단행동에 나섰고 의대 학장들도 350명을 대안으로 제시했지만 대학 내부에서는 "작년과 유사한 증원 신청을 할 것"이라는 분위기가 강하다. 의대 증원이라는 '언제 다시 올지 모르는 기회'를 놓칠 수 없는 데다 지역사회의 바람을 외면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마지막 기회..."최소한 작년 수요조사 때만큼은"


소규모 의대가 있는 비수도권 사립대의 A총장은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정원 신청 마감 시한인 4일에 지난해 수요조사와 유사하게 100명까지 늘리겠다고 교육부에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A총장은 "우리 대학병원은 1,000병상이 넘는데 지금 의대 정원은 대학병원을 운영하기에 턱없이 부족하다"고 했다.

학생 확보가 절박한 비수도권의 다른 대학들도 이참에 상징성이 큰 의대의 정원을 100명 가까이 늘려야 한다는 의지를 다지고 있다. 마침 정부는 증원할 2,000명을 비수도권과 50명 미만 소규모 의대에 집중 배분할 방침이라 비수도권, 소규모 의대에는 절호의 기회다.

이런 점은 국립대도 다르지 않다. 영남지역 국립대의 B총장은 "지난해 수요조사와 비슷하게 낼 계획"이라며 "우리 지역은 인구당 의사 수가 굉장히 적어 지역의료원은 연봉 3억 원을 줘도 의사를 구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수도권의 대학들도 일단 정원을 10% 정도 늘려서 신청한다는 기류다. 서울의 한 사립대 C총장은 "정부는 수도권이라도 여건이 되는 대학은 증원한다는 입장인 거 같아 지난번과 같은 숫자를 쓰는 게 합리적이라 생각한다"며 "서울의 다른 대학들도 10명에서 20명 정도 추가 신청할 것 같다"고 했다.

"지역의 요구 외면 못해"...정부 증원 논리 탄력받나

한국일보

정부가 제시한 전공의 복귀 시한이 지난 1일 서울 강동구 중앙보훈병원에서 환자와 보호자가 로비를 지나고 있다. 뉴스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의대생 동맹휴학, 전공의들의 대규모 이탈, 의대 학장과 교수들의 강한 반대가 부담스러워도 대학들은 신청 자체를 포기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여기에 비수도권 대학들은 '의료 역량 강화'라는 지역 정치권과 주민들의 숙원도 감안해야 한다. B총장은 "의대 학장에게 '입장을 충분히 이해하지만 작년에 우리가 낸 증원 수요가 있고, 지역 주민들에게 늘리겠다고 한 약속을 어기면 총장이 직무유기라는 얘기를 듣는다'고 말했다"며 "총장으로서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C총장은 "만약 증원 신청을 안 했다가 우리만 증원이 안 되면 그 책임을 감당하기가 쉽지 않다"고 했다.

대학 본부와 의대의 적정 증원 규모에는 상당한 차이가 있지만 정부는 대학 본부를 통해 수요를 취합한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은 전날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정례 브리핑에서 "의대 학장 입장에서는 건물이 없어 증원할 수 없다고 판단할 수 있는데, 총장 관점에서는 그 옆에 타 대학 건물이 있고 전용할 수 있다고 판단하면 그 건물을 의대가 쓸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의대를 운영하는 40개 대학은 지난해 11월 정부의 1차 수요조사 때 2025학년도 신입생 증원 규모를 최소 2,151명에서 최대 2,847명으로 제출했다. 이에 반해 40개 의대 학장으로 구성된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는 최근 적정 증원 규모로 350명을 제시했다.

2차 조사에서도 대학들이 2,000명 이상 증원을 요구하면 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에 힘이 실리게 된다. 교육부는 4일까지 수요조사를 마친 후 복지부와 외부 의료 전문가가 참여하는 위원회를 통해 대학별 정원을 배분할 방침이다.

홍인택 기자 heute128@hankookilbo.com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