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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남의 말을 듣지 못하면, 배울 수도 없단다 [책&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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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풀빛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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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남의 말을 듣는 건 어려워
마수드 가레바기 지음, 이정은 옮김 l 풀빛 l 1만5000원



어린 물총새는 아빠가 말할 틈도 주지 않고 재잘재잘 쉴 새 없이 떠든다. 아빠가 물고기 낚는 법을 가르쳐주는 동안에도 “아빠, 혀로 물고기를 잡을 수 있어요?” “아빠, 우리 다른 데로 옮기는 게 어때요?” 같은 말을 쏟아낸다. 물고기들이 도망갈 정도로 수다는 계속된다. 어린 물총새를 보면 주변 모든 것이 신기하고 궁금해 쉴 새 없이 입으로 옮겨야 하는 어린아이의 모습이, 다른 사람의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자신의 말을 하는 어른도 떠오른다.



아이도 어른도 생각을 말로, 이야기로 풀어내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저자는 우리가 쉽게 잊고, 또는 무시하는 중요한 진실을 짚는다. 내가 계속 말하다 보면 남의 말을 들을 수 없고, 그럼 배울 수도 성장할 수 없다는 진실을.



책은 어린 물총새가 이러한 진실을 다른 새를 보며 깨닫는 과정을 물 흐르듯 술술 풀어낸다. 아빠의 가르침을 듣기만 하는 게 지루한 어린 물총새는 아빠 곁을 떠나 친구를 찾아 날아갔다. 숲이 떠나가라 수다를 떠는 앵무새 무리를 만난 어린 물총새는 즐겁기만 하다. 수다를 떠느라 사냥꾼이 다가온 것도 모르기 전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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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냥꾼에 잡혀 커다란 새장에 갇혀버렸는데도 각자 자신의 이야기만 하는 앵무새들을 보며 어린 물총새는 ‘탈출 방법을 이야기하자’고 말해도 소용없다는 것을 깨닫는다. 앵무새들은 남의 말을 듣지 않고 계속 자기 말만 하니까. 결국 어린 물총새는 새장 문을 여는 방법을 찾는다. 실마리는 물고기를 낚는 법을 가르치던 아빠가 한 말에 있었다. “네가 말을 하면, 남의 말을 들을 수 없어. 남의 말을 듣지 못하면, 배울 수도 없단다.” 재잘거리는 앵무새들의 수다 속에 탈출 방법이 숨겨져 있는 것을 어린 물총새만 깨닫는다.



물총새가 새장 문을 열고 “나가자”고 외쳐도 듣지 않고 자기 말만 하는 앵무새들만 빼면 해피엔딩이다. 비싼 수업료를 내고 ‘남의 말을 듣는 법’을 배운 어린 물총새는 한 뼘 성장한다. 아빠처럼 훌륭한 ‘낚시꾼 물총새’로 자라날 것이다.



이승준 기자 gam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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