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례의석 축소 양당 담합 규탄 |
(서울=연합뉴스) 4·10 총선의 국회의원 선거구획정안이 29일 확정됐다. 여야는 지난해 12월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산하 선거구획정위원회(획정위)가 국회 정치개혁특위에 권고한 원안 대신 지역구와 비례대표 의석수를 1석씩 증감한 조정안을 만들어 이날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전체 의석수는 300석에서 변동이 없지만 비례대표가 1석 줄어 지역구 254석, 비례대표 46석이 됐다. 비례대표제는 각계각층의 인재를 등용해 의회의 직능 대표성과 전문성을 제고하고 여성과 청년, 장애인 등 정치적 소수자의 정치 진출을 확대하는 순기능이 있다. 여야도 이런 점에 동의해 비례대표를 늘려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했지만, 결국 빈말이었음이 드러난 셈이다. 정치권의 '역행'은 거대 양당의 정치적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라 할 수 있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의 총선 셈법과 현역 의원들의 이해가 충돌하는 지역구 조정을 시도해 내분을 빚느니 차라리 기존 게임의 틀을 최대한 유지하는 게 서로 이익이라고 보고 현상 유지를 택한 것이다.
획정위가 권고한 원안은 지역별 의원 정수를 서울과 전북에서 각 1석을 줄이고 인천과 경기에서는 각 1석을 늘리도록 했는데, 여야는 서울에서만 1석 줄이고 전북은 유지하는데 합의했다. 강원도는 현행 8석을 유지하되 다른 군들과 묶여 갑·을과 나뉜 춘천은 단일 선거구로 만들라는 획정위 권고도 무시됐다. 여야는 획정위안을 수용하면 강원도 등 인구 감소세가 가파른 지방의 선거구가 지나치게 커진다며 원안에 없던 '특례구역 4곳'을 지정했다. 특례구역은 행정구역과 지리적 여건, 교통·생활문화권을 고려하고 농·산·어촌의 지역 대표성을 반영하고자 예외적으로 자치구의 시·군 일부 분할을 허용한 것이다. 여야는 서울 면적의 최대 8배에 달하는 '공룡 선거구' 탄생을 막아야 한다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그 바탕에는 '현상 유지가 낫다'는 계산이 숨어있다는 관측이 많다. 인구가 감소하는 서울 종로구와 중구를 합쳐 단일 선거구로 만들라는 원안이 거부된 것이 대표적이다. 여야는 '정치 1번지'라는 종로의 특수성을 거론하지만, 종로와 중구의 현역 의원이 각각 여야로 다르다 보니 현상 변경을 원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많다. 거대 양당이 양분하고 있는 춘천 선거구가 행정구역과 생활문화권이 무시된 채 현행대로 다시 쪼개진 것도 이와 마찬가지다.
선거법상 지역구는 선거 1년 전에 획정돼야 하지만 올해는 총선을 불과 41일 앞두고 처리됐다. 총선 39일 전 국회를 통과한 4년 전과 하나도 달라진 게 없다. 양당이 밀실에서 이리저리 선거구 경계를 그어가며 주판알 튕기기에 몰두하는 사이 예비 후보자들은 자신들이 뛸 운동장이 어디가 될지도 모르고 거리 곳곳에 현수막을 다는 촌극이 연출됐다. 유권자들의 참정권도 심각하게 침해됐다. 이런 파행을 막는 길은 초당적인 선거구 획정 기구를 만드는 것밖에 없다. 직접 이해당사자인 양당이 배제되지 않는다면 총선 직전까지 지역구 경계를 두고 신경전을 벌이는 고질병은 4년마다 되풀이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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