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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간 52%에 이르는 수익을 거둔 연금 고수들의 성공 비결은 손실을 두려워하지 않는 과감한 투자에 있었다.
2022년 기준 연금투자자들의 포트폴리오는 글로벌 증시가 부진한 탓에 원금보장형 상품에 편중돼 있었다. 하지만 지난해 연금 초고수들은 철저히 주식 위주로 공격적인 투자에 집중한 덕에 좋은 성적표를 받을 수 있었다.
실제 미래에셋증권의 개인형퇴직연금(IRP) 가입자 중 수익률 상위 1%에 오른 계좌를 연도별로 분석한 결과 2022년 말 기준 70%에 달했던 현금·예금·주가연계파생결합사채(ELB) 투자 비중은 지난해 말 9%로 급락했다. 반대로 지난해 이들 계좌의 투자금 중 80%는 주식 중심 ETF에 집중됐다. 이들이 가장 많이 보유한 ETF 상위 종목에는 미국 기술주와 미국 지수 ETF가 이름을 올렸다. 2022년만 해도 미국 관련 ETF가 잔액 기준 상위 10개 ETF 중 2개에 불과했던 것이 2023년 말에는 7개까지 늘어났다. 지난해 연관 산업 호조로 관련주가 고공 행진하는 '불장'이 이어졌던 미국 증시에 과감히 베팅해 그 수혜를 톡톡히 누린 것이다.
연금 초고수들의 잔액이 가장 많이 몰린 상품은 'TIGER 미국테크TOP10 INDXX' ETF다.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엔비디아를 비롯해 미국 나스닥에 상장한 주요 테크기업 가운데 시가총액 상위 10개 종목에 투자해 지난해 수익률 83.81%를 기록했다. 이 밖에 초고수들은 'TIGER Fn반도체TOP10' 'TIGER 반도체' 같은 국내 반도체 기업을 담은 ETF에도 투자했다.
ETF에 이어 두 번째로 투자 비중이 높은 펀드(10%)는 잔액 기준으로 1~10위를 모두 타깃데이트펀드(TDF)가 차지했다. TDF는 펀드매니저가 근로자 은퇴 날짜에 맞춰 위험자산(주식)과 안전자산(채권) 투자 비중을 알아서 조절해 운용함으로써 수익성과 안정성을 모두 챙기는 퇴직연금 맞춤형 펀드로 불린다.
최종진 미래에셋증권 연금본부장은 "퇴직연금 고수들은 소수 종목에 집중투자하거나 시장 한 곳에 베팅하지 않고 글로벌 자산배분을 통해 장기적이면서 안정적인 투자를 지향한다"며 "적립식 투자로 수익률을 지속적으로 높이는 것도 주목된다"고 말했다.
퇴직연금에서도 수익성을 중요시하는 투자자들이 늘면서 금융사 중 가장 적극적인 투자전략을 발휘할 수 있는 증권사 IRP 계좌의 활용도가 높아지는 것도 눈길을 끄는 현상이다.
IRP는 근로자가 재직 중에 자유롭게 가입하고 퇴직할 때 받은 퇴직급여를 계속 적립·운용할 수 있는 퇴직연금제도다. 소득이 있는 취업자라면 누구나 가입 가능하다. 연간 납입 한도 1800만원 중 절반인 900만원까지 세액공제 대상이 되는 '세테크' 상품이다. 퇴직을 앞둔 이들뿐 아니라 한창 직장에서 근무하는 젊은 투자자들의 가입도 늘어나는 추세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은행·보험·증권 등 전체 금융권의 IRP 적립금은 75조6186억원으로 1년 새 18조11억원이나 늘었다. 규모는 은행이 49조3946억원으로 증권(22조1888억원)보다 크지만 증권사 적립금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증권사 IRP 계좌로는 일반 공모펀드와 ETF, TDF, 리츠, 주가연계증권(ELS)까지 다양한 상품을 투자자가 직접 선택해 자유롭게 투자할 수 있다. 특히 비슷한 상품에 투자가 가능한 은행 계좌는 실시간 거래가 불가능하지만 증권사 계좌로는 ETF를 주식처럼 언제든 사고팔 수 있다.
증권사 IRP 계좌로 옮겨간 투자자들이 고수익을 노리고 위험 상품에 베팅하면서 증권사 계좌의 원리금 비보장형과 원리금 보장형 상품 사이에 수익률 차이가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지난해 말 기준 원리금 비보장형 수익률이 18.26%로 전체 금융사 중 가장 뛰어났던 유안타증권은 원리금 보장형 상품(4.28%) 대비 수익률이 4배가 넘었다. 자산운용업계에서는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등으로 국내 증시 매력도를 높여야 IRP로 빠르게 유입되는 적극적인 투자자들의 퇴직연금 잔액을 국내 주식시장을 키우는 마중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주가순자산비율(PBR)을 비롯한 주요 지표를 개선하고 기업 수익성을 끌어올려야 국내 퇴직연금 계좌 가입자들에게도 한국 주식투자가 수익률 제고를 위한 또 하나의 옵션으로 인식될 수 있다는 것이다.
[김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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