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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구찌 팝업 연다고 매장 문 닫은 샤넬…'명품 콧대'에 갤러리아는 발 동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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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넬, 갤러리아 명품관 매장 문 닫아
백화점서 영업 중단, 명품이라 가능
브랜드 파워 앞세워 우대 조항 요구
한국일보

서울 강남구 갤러리아 명품관 전경. 갤러리아백화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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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구찌가 갤러리아백화점(갤러리아)에서 팝업스토어를 연다는 계획에 기존 입점업체인 프랑스 명품 샤넬이 매장 문을 잠갔다. 백화점 얼굴 격인 명품이 갑작스레 영업을 중단한 건 이례적이다. 강력한 브랜드 파워를 앞세워 유통업계 맏형인 백화점도 납작 엎드리게 하는 명품의 배짱 영업이 도마에 오른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갤러리아 명품관 1층에서 운영 중이던 샤넬 매장은 전날부터 닫혔다. 샤넬 매장과 마주 보고 있는 임시매장 전용 공간에서 다음 달 1~15일 오픈하는 구찌 팝업스토어가 원인이었다. 갤러리아는 구찌 팝업스토어 설치를 두고 샤넬 측과도 협의를 하던 중 영업 중단을 맞은 것으로 알려졌다.

샤넬 측은 "갤러리아가 당사 부티크 앞에 가시성과 운영 환경에 현저한 지장을 주는 팝업스토어 설치를 진행하기로 해 운영 중단을 결정했다"며 "최상의 부티크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고 판단되면 운영을 재개하겠다"고 밝혔다. 샤넬 매장이 구찌 팝업스토어에 가려 잘 안 보인다는 불만으로 보인다.

갤러리아는 당혹스러운 입장이다. 해당 공간에서 최근 4년 동안 다른 명품인 디올을 비롯해 여러 팝업스토어가 진행되는 동안 이번 같은 영업 중단은 없었기 때문이다. 샤넬 측 설명을 고려하면 최소 구찌 팝업스토어 운영 기간 동안 매장 불은 꺼질 전망이다. 다만 갤러리아는 샤넬과 갈등을 빚는 모습으로 비치는 건 부담스러워하는 분위기다. 갤러리아 관계자는 "고객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샤넬과 계속 협의 노력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선 한참 고객을 상대로 제품 판매를 하던 입점 업체의 영업 중단은 전례를 찾기 어렵다고 본다. 명품 브랜드가 철수를 염두에 두고 일부 백화점과 면세점에서 문 닫은 경우와도 다르다.

명품, 수수료 후려치고 명당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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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아 명품관 1층 도면. 샤넬 매장과 마주 보고 있는 임시매장 공간(팝업 존)에 구찌 팝업스토어가 들어선다. 갤러리아백화점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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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브랜드라면 엄두 내지 못할 영업 중단은 명품이라 가능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명품은 백화점이 모시기 경쟁을 할 정도로 입점 협상 과정에서 사실상 유일하게 우위를 점하는 업체다. 백화점 실적을 좌우하는 건 에·루·샤(에르메스·루이비통·샤넬) 매장 보유 여부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명품의 매출 파급력이 커서다.

그런 만큼 명품이 백화점에 바라는 우대 조항도 적지 않다. 수수료가 대표적이다. 백화점이 명품에 적용하는 수수료율은 회사·점포별로 다르긴 하나 매출의 15% 안팎으로 알려졌다. 20%대 후반~30%대인 일반 점포 수수료율의 절반 수준이다. 명품이 A점포에 들어가는 조건으로 B점포에서 운영 중인 자사 매장 수수료 인하를 요구하는 '꺾기' 관행 역시 아직 있다.

매장 위치 관련 명품 브랜드의 입김도 세다. 주요 소비자 접근이 쉬운 1층 좋은 자리를 원하고 이웃 브랜드가 명품으로서 자사와 어울리는지 따지는 식이다. 명품에 따라 경쟁사를 멀리 또는 가까이 두고 싶다는 요구도 한다.

이런 명품 파워는 백화점이 만들어낸 측면도 있다. 백화점이 소비자를 유혹할 만한 브랜드를 적극 발굴하지 않아 명품에 주도권을 내줬다는 지적이다. 한 백화점 업계 관계자는 "백화점은 고객이 가장 원하는 브랜드를 유치할 수밖에 없는데 그게 현재 입점하고 있는 명품들"이라고 말했다.

박경담 기자 wal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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