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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오늘 의국 졸업합니다"…4년차 전공의마저 떠나는 병원들[르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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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목상 남았던 4년차 전공의 수련 끝나는 날…빅5 "빈자리 메우기 쉽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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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의대 정원 확대에 반발해 병원을 집단 이탈한 전공의들에게 제시한 복귀 시한 마지막 날인 29일 서울의 한 대형병원에서 검사를 마친 환자들이 잠시 대기하고 있다./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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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라요. 저희도 지금 머리가 너무 아파요."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병원 엘리베이터 앞에서 만난 의사는 "전공의 파업으로 어려움은 없냐"는 질문에 이렇게 말했다. 또 다른 전문의는 "(전공의 복귀 여부는) 저도 잘 모르겠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29일은 정부가 전공의들을 대상으로 법적인 문제를 삼지 않겠다며 '복귀 데드라인'으로 제시한 날이다 . 그러나 이날 일명 '빅5' 대형병원(서울대·서울아산·세브란스·삼성서울·서울성모)에선 혼란사태가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었다. 병원에서 흰 가운을 입은 의사들은 대다수가 중년이었다.


다른 병원으로 환자 옮기는 교수…짐 챙겨 병원 떠나는 전문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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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의대 정원 확대에 반발해 병원을 집단 이탈한 전공의들에게 제시한 복귀 시한 마지막날인 29일 오전 서울의 한 대형병원에서 환자 및 보호자들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사진=(서울=뉴스1) 이재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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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분 고대 구로 병원으로 옮기셔야 하고요. 저는 다음주까지만 이 번호로 통화가 가능해요. 필요한 서류를 챙겨드릴게요."

이날 오후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병원 암병동에서 만난 한 의사는 환자 이송을 위해 통화 중이었다. 세브란스병원 본관에서는 가운을 벗고 개인 짐을 챙겨 병원을 나서는 전공의들의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에코백과 대형 일회용 가방에 개인짐을 챙긴 이들은 서로 다시 연락하자며 병원을 나섰다.

세브란스병원 관계자는 "전공의 지금 복귀했는지 여부는 하나도 모른다. 수련부에서 오직 복지부와 이야기해서 우리도 답답한 상황"이라며 "초창기에 밝혔듯 수술은 (전공의 집단 사직서 제출 전과 비교해) 50% 수준에서 계속 줄인 상태로 유지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외래는 계속 진행 중"이라며 "지금 부족한 인원은 전문의들이 당직 서는 방식으로 보완하고 있다"고 했다.

보건복지부는 전날 오후 7시 기준 주요 100개 수련병원을 점검한 결과 전공의의 72.8%인 9076명이 근무지를 떠났다고 밝혔다. 이달 27일 73.1% 보다 소폭 감소한 수치다. 정부 측은 "모수에 차이가 있어 정확한 비교는 어렵지만 이탈자 비율이 이틀째 하락했다"고 말했다.

서울아산병원은 "(이날 오전 기준) 전공의 복귀 움직임은 없다"며 "수술의 경우 평소 대비 40~50% 조정해서 운영 중"이라고 말했다. 서울성모병원 관계자는 "소수 인원이 전공의 복귀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전공의 집단행동이 일주일 이상 넘어가면서 환자들은 걱정이 크다고 했다. 이날 골다공증 주사를 맞기 위해 서울대병원을 찾았다는 60대 김모씨는 병원 게시판에 붙은 '전공의 집단행동 반대' 게시물을 한참 들여다봤다. 김씨는 "3월5일에 의사를 보기로 했는데 파업 때문에 일정이 바뀔 수 있다고 한다"며 "그 때까지 수시로 확인하고 물어봐야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대병원 신경외과 진료실 앞에서 만난 박모씨는 "전공의들이 빨리 복귀하면 좋겠다"며 "의사들도 힘든 부분은 있겠지만 당장 목숨이 위태로운 환자들을 두고 떠나는 건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대병원장은 전날 전공의들에게 메일을 보내 "중증·응급 환자와 희소 난치 질환을 가진 환자들을 포함한 대한민국의 많은 환자들이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다"며 "이제는 돌아와달라"고 복귀를 독려하기도 했다.


의국 졸업하는 전공의들…"교수·펠로우 당직 서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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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의들의 대규모 병원 이탈 나흘째인 지난 23일 오후 제주대학교병원 불 꺼진 인턴 의국 앞으로 의료진이 지나가고 있다. /사진=(제주=뉴스1) 오현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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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은 남아 있던 4년차 전공의마저 '졸국'하는 날이다. 졸국이란 의국을 졸업한다는 뜻. 수년간의 인턴(수련의)과 레지던트(전공의) 생활이 끝남을 뜻한다. 전국 병원 4년차 전공의들의 수련 계약은 이날 종료됐다. 이들은 전공의 집단행동 사태에도 졸국이 얼마 남지 않은 점을 고려해 명목상 병원에 남았다. 그런데 수련 일정상 4년차 전공의도 의국을 떠나야 하는 날이 온 것이다. 세브란스병원 관계자는 이날 "세브란스병원 (4년차) 전공의들이 오늘 졸국한다"며 "전국에 있는 수련병원 전공의들도 비슷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부 전공의는 졸국 후에도 수련병원에 펠로우(전임의) 과정을 위해 남는다. 하지만 이번 사태로 병원에 남는 전공의는 줄어들 전망이다. 이형민 대한응급의학의사회장은 "지난 10년 동안 전임의를 하려던 사람이 계속 줄어들던 상황"이라며 "기존 전임의들도 재계약하지 않는데 누가 전임의를 하려고 하겠느냐"고 말했다 .

입사포기각서를 썼다는 예비 수련의 A씨는 "지금 자리를 채워준 마지막 연차 선배들까지 졸국하면 인력난이 더 심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펠로우 과정을 밟으려던 선배들이 특히 필수 의료 분야에서 많이 이탈하는 추세"라며 "당장 나도 지금의 필수의료 분야는 전공의로 지원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빅5' 관계자들은 졸국으로 떠난 전공의 자리를 펠로우와 교수 등 가용인력을 최대한 활용해 진료 공백을 메꾸겠다는 입장이다. 한 수도권 대형병원 관계자는 "지금도 전문의 선생님들과 교수님들이 전공의 빈자리를 메우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졸국으로 인한 이탈이 우려되기는 하지만 그 공백이 얼마나 클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했다.

정세진 기자 sejin@mt.co.kr 김지은 기자 running7@mt.co.kr 오석진 기자 5ston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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