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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英 BBC, 한국 저출산 집중 조명…“육아비 가장 비싼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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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동안 한국 여성들 대상 집중취재
보수적 성역할ㆍ과도한 경쟁 등이 원인
높은 집값과 실직ㆍ승진 누락 우려도 배경
女인권 성장, 아내ㆍ어머니 역할 발전 더뎌


이투데이

분기 출산율이 처음으로 0.6명대로 떨어지며 저출산 현상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28일 오후 서울 시내 한 산후조리원 신생아실에서 간호사 등 관계자들이 신생아들을 돌보고 있다. 통계청 '2023년 출생·사망 통계'와 '2023년 12월 인구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출생아 수는 약 23만 명으로 전년(24만9200명)보다 1만9200명(7.7%) 줄어들며 전년에 이어 또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작년 4분기 합계출산율은 0.65명으로 사상 처음으로 0.6명대까지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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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국영 BBC방송이 28일(현지시간)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을 수 없을 정도로 기록적인 한국의 저출산 배경을 집중 조명했다.

이날 한국 통계청은 지난해 4분기 여자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하는 평균 출생아 수를 뜻하는 합계 출산율이 0.65명으로 집계, 사상 처음으로 0.6명대로 떨어졌다고 발표했다. 연간 기준으로는 지난해 0.72명으로 2015년(1.24명) 이후 8년째 가파른 하락세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 가운데 6년째 0명대 출산율을 보이는 국가는 한국이 유일하다.

인구가 일정하게 유지되려면 합계 출산율이 2.1명이 돼야 한다. 이런 추세가 계속된다면 2100년에는 우리나라 인구가 절반으로 줄어들 것으로 관측된다.

BBC는 “전 세계적으로 출산율이 감소하고 있지만, 한국만큼 극단적인 경우는 없다”라며 “정치인들이 ‘국가 비상사태’라고 선언할 정도로 국가 경제, 연금, 안보에 매우 나쁜 징조다”고 평했다.

그동안 한국의 정책 입안자들은 젊은이들, 특히 여성들의 요구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는 비난을 받아왔다. BBC 기자는 아이를 갖지 않기로 한 이유를 취재하기 위해 1년 동안 한국을 여행하면서 여성들과 인터뷰를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5년 전 결혼과 출산을 하지 않기로 한 30세의 TV 프로듀서인 예진은 “한국에서는 집안일과 육아를 동등하게 분담할 남자를 찾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또 “혼자 아이를 낳는 여성은 사회에서 환영받지 못한다”고 전했다. 실제 작년 대한민국 출생아의 2%만이 혼외 관계에서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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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내의 한 초등학교에 등교하는 학생의 모습. 저출생 현상이 이어지면서 불과 2년 뒤인 2026년 우리나라 초·중·고교생 수가 500만 명을 밑돌 것으로 추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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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노동시간도 문제점으로 꼽았다. 예진의 근무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다. 그러나 오후 8시까지 사무실에 남아 있는 것은 물론 초과근무도 잦다. 결국, 퇴근 후의 삶이 부족한 게 현실이다.

예진은 “일을 사랑하고 성취감도 느낀다”라면서도 “한국에서 여성이 일하는 것은 힘든 일이다”고 토로했다.

이어 “한국인들은 여가에도 자기계발을 계속하지 않으면 뒤처질 것이라는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다”면서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우리를 두 배 더 열심히 일하게 한다”고 설명했다.

심지어 그녀는 BBC를 통해 "일할 수 있는 에너지를 얻기 위해 주말에 링거를 맞는다"고 전했다. 마치 평범한 주말 활동인 것처럼 아무렇지도 않게 덧붙였다고 BBC는 전했다.

무엇보다 아이를 갖기 위해 휴가를 내면 직장에 복귀하지 못할 수 있다는 두려움도 알렸다.

예진은 “회사에서는 아이를 가지면 직장을 그만둬야 한다는 암묵적인 압력이 있다”면서 여동생과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두 명의 뉴스 진행자에게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을 봤다고 언급했다.

실제 한국에서는 남성과 여성 모두 자녀가 태어난 후 첫 8년 사이 1년의 휴가를 낼 수 있다. 그러나 2022년 기준 출산 여성의 80%가 휴가를 부분적으로라도 사용한 데 반해 남성은 7%에 그쳤다.

성별 임금 격차도 지적됐다. 한국 여성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여성의 교육 수준이 가장 높지만, 성별 임금 격차가 가장 심각하고 남성보다 여성의 실직 비율이 높다고 BBC는 전했다.

연구자들은 이것이 여성이 직업을 갖느냐 가정을 꾸리느냐 중에서 선택하게 하는 증거라면서, 지금은 점점 더 많은 여성이 경력을 선택하고 있다고 풀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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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절벽에 계속되며 폐교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해 서울 광진구 화양초등학교 폐교에 이어 올해는 서울 도봉고등학교, 성수공업고등학교, 덕수고등학교가 폐교 수순을 밟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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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과 후 아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치는 일을 하는 39세 스텔라 신은 결혼한 지 6년째. 그러나 아직 자녀가 없다. 그녀는 "자발적인 결정이 아닌, 부부 모두 너무 바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스텔라는 “여성들이 출산 후 2년 동안 아이를 돌보기 위해 직장을 그만둬야 한다. 그러나 그것은 매우 우울해진다”라면서 “나의 경력을 사랑하고 자신을 돌보는 것을 좋아한다”고 언급했다.

그녀는 "남편이 육아 휴직을 쓸 수 있느냐"는 물음에 그 가능성을 눈빛으로 일축했다. 스텔라는 “종종 남편에서 설거지를 시키는데, 남편이 항상 빠뜨린다. 그를 의지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이어 “만약 일을 그만두고 싶거나 일과 육아를 병행하고 싶어도 주택 비용이 비싸 불가능하다”고 하소연했다.

인구의 절반 이상이 사는 서울과 수도권은 주거비가 비싸 주택 구입이 어려운 것은 물론, 많은 사람이 인근 지방으로 밀려나고 있다. 서울의 작년 합계 출산율은 0.55명으로 2022년에 이어 광역지자체 중 가장 낮은 것으로 집계됐다.

높은 사교육비도 원인으로 지목됐다. 주택 문제는 전 세계적인 문제지만 사교육비는 한국에서 나타나는 독특한 배경이다.

한국에서는 아이들이 4세부터 수학과 영어, 음악, 태권도 등 값비싼 과외수업을 듣는다. 이러한 관행이 만연해 있어 이를 거부하면 자녀를 실패로 이끄는 것으로 간주한다.

이로 인해 한국은 아이를 키우는 데 비용이 세계에서 가장 비싼 나라가 됐다고 BBC는 지적했다.

2022년에 한국 부모 가운데 2%만이 사교육비를 쓰지 않았다는 조사결과 나왔다.

스텔라는 “학원 교사로서 자녀 한 명당 한 달에 최대 890달러(약 120만 원)를 지출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대부분은 이것을 감당할 수 없다"면서 "그러나 이렇게 하지 않으면 아이들은 뒤처지게 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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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주형환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에게 위촉장을 수여한 뒤 악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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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지라는 한국 여성은 과도한 사교육 시스템에 대한 경험으로 출산하지 않기로 다짐한 경우다.

남편과 함께 사는 부산 출신의 민지는 좋은 대학에 진학하고, 공무원 시험을 치르고 28세에 첫 직장을 구했다.

민지는 “평생을 공부에 바쳤다”면서 “꿈을 이루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저 평범한 삶을 살기 위해 끝없이 경쟁해야 했다. 너무 지쳤다”고 회고했다.

이어 “자신이 경험한 것과 같은 경쟁의 비참함을 아이들이 겪게 하고 싶지 않다”면서 “아이를 갖지 않지 않으려는 결심의 이유를 부모님이 아시면 너무 충격을 받으실 거 같아 말하지 못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민지가 내린 결론은 “한국은 아이들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곳이 아니다”였다.

아울러 대전에 사는 웹툰 작가 천장연 씨는 아이를 갖는 일을 중대한 결정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출산 후에 곧 사회, 경제적 압박을 받게 됐고 남편은 도와주지 않았다고 회고했다.

정연씨는 “너무 화가 났다”며 “남녀가 평등하다고 배웠기 때문에 받아들일 수 없었다”고 떠올렸다.

BBC는 이 점이 문제의 핵심이라고 꼬집었다. 한국 경제가 지난 50년간 고속으로 발전하면서 여성을 고등교육과 일터로 밀어 넣고 야망을 키워줬지만, 아내와 어머니의 역할은 같은 속도로 발전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정연씨는 “여성들이 강제적으로 처하게 될 비극적 상황 때문에 모성의 경이로움을 거부당하고 있다는 사실이 안타깝다”고 꼬집었다.

또 “우리는 선택할 수 있는 첫 번째 세대”라면서 “선택권이 주어지기 전에는 아이를 가져야만 했는데, 이제는 선택하지 않기로 했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한국에서는 동성 결혼이 불법이며, 미혼 여성은 일반적으로 임신을 위해 정자 기증자를 이용하는 것이 허용되지 않는다는 현실로 BBC는 전했다.

정치권에 대해서도 날을 세웠다. BBC는 “윤석열 대통령이 이달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한 정책적 노력이 효과가 없고, 한국이 과도하게 경쟁적이라고 인정했다”면서 “한국 정부가 저출산 문제를 구조적 문제로 다룰 것이라고 밝혔지만 어떻게 정책적으로 이뤄질지는 아직 알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투데이/이진영 기자 (mint@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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