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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8 (목)

이슈 질병과 위생관리

희귀질환, 당원병을 아시나요…질병청 "당원병 환아 옥수수 전분 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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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인제에 사는 김은성(49)씨의 딸 서진이(6)는 생후 8개월에 당원병 진단을 받았다. 아스팔트에 쓸린 듯 갓난아기의 엉덩이에 발진이 일어났고 설사 증상이 생겨 병원을 찾았더니 생소한 병명을 듣게 됐다. 당원병은 10만 명 중 1명꼴로 발생하는 희귀난치질환으로, 2022년 기준 한국에 299명의 환자가 있다. 김씨는 현재 당원병환우회장을 맡고 있다. 김씨는 “서진이는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하면 땀을 비 오듯 흘리기 시작한다”면서 “이후엔 마라톤을 끝마치고 난 후 느끼는 근육통과 비슷한 고통을 느낀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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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영미 질병관리청장이 28일 서울 영등포구 63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8회 희귀질환 극복의 날에 참석해 표창을 수여하고 있다. 사진 질병관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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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원병은 체내에 저장한 포도당을 에너지원으로 바꾸는 효소가 없는 질환이다. 보통 사람은 섭취한 포도당을 글리코겐으로 바꿔 간에 저장한다. 신체 활동을 할 때 특정 효소가 글리코겐을 다시 포도당으로 바꿔 에너지원으로 쓴다. 하지만 당원병 환자는 글리코겐을 다시 포도당으로 바꾸는 특정 효소가 없다.

고홍 연세대 세브란스 소아소화기영양과 교수는 “간이 은행이고 당원이 돈이라면, 당원병 환자들은 은행에 돈은 있지만 인출할 카드가 고장 난 상태”라고 설명했다. 고 교수는 “간 안에 있는 당원을 쓸 수 있도록 해주는 ‘유전자 연구’는 현재진행형”이라며 “지금은 이들이 살 수 있게 끊임없이 현금(포도당)을 줘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당원병 환자들에겐 가장 큰 위험이 저혈당 쇼크인 이유다. 그렇다고 혈당을 수시로 공급하면 간이나 심장・신장에 글리코겐이 과도하게 쌓이면서 장기 손상으로도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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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관리청 희귀질환 헬프라인. 사진 질병관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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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원병 환자들의 부모는 아이의 저혈당을 막기 위해 새벽에 두세 번씩 아이를 깨워 옥수수 전분을 먹인다. 옥수수 100%로 만들어진 ‘아르고전분’이다. 현재까지 당원병 환자가 글리코겐을 쌓지 않고도 영양을 보충할 수 있는 가장 적합한 방법이다. 환자 상태에 따라 하루 4번에서 최대 12번 자주 섭취시켜야 한다. 김 회장은 7번 옥수수 전분을 서진이에게 준다. 그중 2번은 새벽 2시 30분·5시에 일어난다.

아이를 위해 잠을 잘 못자도 괜찮지만 문제는 비용이다. 특수식으로 분류되는 아르고전분은 물론 철저한 영양관리가 중요한 만큼 칼슘보충제, 당원병 일부 유형에 필요한 단백질보충제에 대한 비용은 만만치 않다. 혈당을 측정하기 위해 쓰는 의료기기에도 건강보험지원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당원병 가족들은 병원비 외에 매달 100만원이 넘는 비용을 쓰고 있다.

올해는 질병관리청이 당원병 환자를 지원하면서 비용 부담도 줄어들 전망이다. 질병청은 당원병 환자에게 연간 168만원 이내로 옥수수전분 구입비를 처음으로 지원하기로 했다. 지난해 12월 희귀질환관리법 개정에 따라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국민건강보험공단 간 재원 분담 체계가 개편되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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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질병관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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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아과 전문의인 이지원 질병청 희귀질환과장의 관심이 큰 역할을 했다. 소아 희귀질환 클리닉 진료를 했었던 이 과장은 “진료 현장에서 보던 희귀질환 겪고 있는 아이들을 위해 지원 사업으로 연결해주고 싶은 마음을 갖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 과장은 “질병청이 희귀질환관리법을 개정하면서 지원확대기반을 마련할 수 있었고, 이를 통해 확보된 재원으로 올해부터 모든 당원병 어린이들은 소득과 재산 기준에 상관없이 옥수수 전분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고 말했다. 소아 청소년기의 옥수수 전분 요구량은 성인보다 많은 하루 약 200g 정도다. 이번 지원 사업에선 성인 당원병 환자도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질병청은 이러한 희귀질환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기로 했다. 28일 ‘제8회 희귀질환 극복의 날’ 기념식 및 국제 심포지엄에서 질병청은 올해부터 의료비 지원 대상 희귀질환이 지난해 1165개에서 1248개로 83개 더 늘었다고 발표했다. 또한 처방·급여 적용을 받기 어려운 특수식 지원대상 질환도 기존 28에서 37개로 늘었다.

질병청은 이어 희귀질환의 원인을 연구하는 사업을 추진한다. 질병청 국립보건원은 서울아산병원 등 국내 8개 병원과 협력해 약 900명의 환자 가족의 유전체 데이터를 모집해 분석하고 있다. 특히 당원병 환자처럼 희귀질환의 절반은 영유아고, 희귀질환의 80%는 유전자 혹은 염색에 이상으로 발생한다고 알려져 있다. 의료계에선 희귀질환의 발병 빈도가 현저히 낮고 임상 양상이 복잡해 환자들이 ‘진단 방랑’을 겪는다고 한다. 질병청은 희귀질환 진단연구 사업으로 수년간의 진단 방랑을 줄이겠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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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영미 질병관리청장이 28일 서울 영등포구 63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8회 희귀질환 극복의 날 행사에 참여했다. 사진 질병관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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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청은 올해 권역별 희귀질환 전문기관을 총 17곳 지정하는 등 거주지 중심 희귀질환 진료지원체계도 강화했다. 지영미 질병관리청장은 “올해도 희귀질환 환자와 가족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사업을 더욱 확대해 나가고 있다”면서 “앞으로 다양한 소통의 장을 열고 서로 격려하며 희귀질환 극복에 기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문상혁 기자 moon.sanghy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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