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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27 (토)

[데스크에서] 조국으로부터의 해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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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지난 15일 오후 대전 유성구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참배를 마치고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이날 조 전 장관은 '조국신당' 창당준비위원회 출범식을 갖고 신당 창당의 첫발을 내디뎠다. 2024.2.15/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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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전 장관이 3월 창당을 선언했다. 2심에서 징역 2년의 실형을 받은 그는 대법원 판결로 언제라도 감옥에 들어갈 수 있는 처지다. 하지만 사람들은 “조국은 곧 감옥에 갈 수도 있는데 어쩌자고 저러는 거냐”고 묻지 않는다. 범죄 경력을 훈장 삼아 북 콘서트로 책을 팔고 유튜브로 돈을 버는 조국 일가에 질린 사람들은 이제는 뭘 보더라도 그냥 그러려니 하는 분위기다.

2019년 ‘조국 사태’ 이후 조국식 뻔뻔함은 사회의 ‘뉴노멀(새 표준)’이 됐다. 과거 조씨 정도의 사법적 흠결이 드러나고도 공론장에서 퇴장하지 않은 공인은 없었다. 그러나 조씨의 위선이 까발려진 지 5년이 지났지만 대중은 여전히 조씨의 ‘비법률적 명예회복’ 같은 말의 성찬에 폭력적으로 노출돼 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나 송영길 전 대표 등도 따지고 보면 모두 조국식 뉴노멀의 자장 안에 있다. 사람들은 이 대표가 “징역 50년쯤 받을지도 모른다”며 교도소 담장 위에서 당대표직을 이어가도 더 이상 놀라지 않는다. 송 전 대표가 “정권을 심판하겠다”며 옥중에서 신당을 창당해도 ‘그럴 수도 있겠다’ 싶다. 징역 몇 년쯤 실형을 받아도, 뇌물 몇 억쯤 받고 재판 중이라도 “총선에 나와 국민의 정치적 판단은 따로 받아봐야 하는 거 아니냐”는 논리가 그럴듯하게 따라 나오는 지금은 수치심이 사라진 ‘조국의 시대’다.

조씨 아내 정경심씨에게 징역 4년을 선고했던 재판장은 조국 일가를 가리켜 “진실을 말하는 사람들에게 정신적인 고통을 줬다”고 했다. 부끄러움을 모르는 조씨의 태도와, 조씨의 범죄를 비호했던 유시민·김어준씨 등의 끝없는 궤변에 판사조차 정신적 고통을 호소했다. 조씨에게 징역 2년을 선고한 2심 재판장은 “범죄 사실에 대해 인정하지 않는 (조씨의) 사과는 진지한 반성이 아니다”고 했다. 결국 재판장은 1심 형량을 그대로 유지하며 조씨를 감옥에 보내는 것 외에는 교화의 방법이 없다고 봤다.

판결 며칠 전 딸을 약혼시키며 내심 구속을 각오했을 조씨는 2심에서 법정 구속을 피하자 신당 창당에 돌입했다. 이 대표가 선택한 위성정당 비례대표 제도를 이용해 국회에 들어올 수 있는 3%의 총선 득표를 목표로 97% 나머지 국민의 상식 세계를 끊임없이 파괴하고 있다. 지난 총선에서 4차례의 음주·무면허 운전 전과로 정의당에서조차 퇴출된 인사를 신당의 1호 인재로 앞세운 점은 상징적이다.

헌법상 무죄 추정 원칙과 참정권을 앞세워 총선에 나온다는 조씨를 막을 수는 없다. 비상식적 뻔뻔함으로 상징되는 조국 시대로부터의 해방은 대법원이 징역 2년 실형을 확정하면서 조국 사태를 매듭짓는 것 외에 방법이 없어 보인다. 국민 상식을 갉아먹는 사회적 병폐를 오로지 대법원 판결로밖에 치유할 수 없는 무능한 현실 정치의 비극이기도 하다.

[박국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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