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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0.65명’ 출산율 쇼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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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4분기 합계출산율 첫 0.6명대

전쟁중인 우크라 출산율과 비슷

통계청 “도시국가 빼면 세계 최저”

한해 23만명 태어나 8년새 반토막

동아일보

비어가는 신생아실 28일 광주의 한 산후조리원 신생아실에서 간호사가 아이를 안고 있다. 이날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10∼12월) 합계출산율은 0.65명을 기록해 분기 기준 처음으로 0.6명대를 기록했다. 지난해 연간 출산율은 0.72명을 기록했다. 광주=박영철 기자 skyblu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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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합계출산율이 지난해 4분기(10∼12월) 사상 처음으로 0.6명대로 떨어졌다. 연간 합계출산율은 0.7명대를 유지했지만 지난해 태어난 아기 수는 23만 명으로 8년 만에 반 토막이 났다. 올해는 출생아 수가 지난해보다 더 줄어들 것으로 전망돼 세계에서 처음으로 연간 0.6명대 출산율을 보이는 국가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28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합계출산율은 0.65명으로 1년 전보다 0.05명 줄었다. 합계출산율은 여성 한 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로, 부부 100쌍(200명)에 자녀 수가 65명에 불과한 것이다. 2017년 4분기에 처음으로 1명을 밑돈 분기별 출산율은 6년 만에 0.6명대까지 하락했다. 한국의 총인구는 약 50년 뒤인 2072년에는 3600만 명대로 줄어들 것으로 추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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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연간으로는 0.72명으로 전년보다 0.06명 감소했다. 이는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와 비슷한 수준이다. 우크라이나 인구통계에 따르면 러시아가 침공한 2022년 0.9명이었던 우크라이나의 출산율은 지난해 0.7명을 보인 것으로 추정된다. 임영일 통계청 인구동향과장은 “홍콩 등 일부 도시국가를 제외하면 한국이 전 세계에서 가장 낮은 출산율을 보인 것으로 파악된다”며 “최근 3년 중 지난해 합계출산율 감소 폭이 컸는데 코로나19 당시 혼인 건수가 많이 줄어든 영향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국은 2013년부터 11년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압도적인 출산율 꼴찌를 이어가고 있다. OECD 38개국 가운데 출산율이 1명이 안 되는 곳은 한국뿐이다. 한국의 출산율은 OECD 평균(1.58명·2021년 기준)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지난해 연간 출생아 수는 전년보다 1만9200명 줄어들며 23만 명에 그쳤다. 2015년 43만8000명이었던 출생아 수가 8년 만에 절반 수준으로 감소했다. 1974년 92만 명이던 출생아가 40만 명대로 줄어드는 데 약 40년이 걸렸는데, 다시 절반으로 줄어드는 데는 10년이 채 걸리지 않은 셈이다.

17개 시도 모두 ‘출산율 0명대’… 4년새 하남시 인구만큼 사라져


[출산율 0.65명 쇼크]
출산율 1위 세종도 1명대 붕괴… 첫 출산 평균 연령 33세로 높아져
韓 다음 출산율 낮은 스페인 1.19명
日, 고령화 속 침체에도 1.3명대 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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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 절벽’이 이어지면서 지난해 전국 17개 광역지방자치단체 중 합계출산율이 1명을 넘긴 곳은 단 한 곳도 없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 가운데 0명대 출산율을 보이는 국가는 6년째 한국뿐이다. 정부가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육아휴직 급여를 최대 월 450만 원까지 상향하는 등 정책적 지원에 나서고 있지만 가파르게 떨어지는 출산율을 되돌리기엔 역부족이란 지적이 나온다.

● 세종도 ‘1명대’ 출산율 깨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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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통계청이 발표한 ‘출생·사망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세종의 합계출산율은 0.97명으로 집계됐다. 2022년까지 1.12명으로 유일하게 1명대를 유지했던 세종마저 0명대로 내려앉은 것이다. 특히 서울의 합계출산율은 0.55명으로 2022년에 이어 광역지자체 중 가장 낮았다. 광역지자체 가운데 처음으로 0.5명대 출산율을 보였던 2022년(0.59명)보다도 더 떨어졌다. 서울 다음으로 부산(0.66명), 인천(0.69명) 등 대도시에서 출산율이 특히 저조했다. 광주는 1년 새 출산율이 16.4% 감소해 모든 광역지자체 중 감소 폭이 가장 컸다.

여성의 평균 출산 연령 상승도 이어졌다. 지난해 여성의 평균 출산 연령은 33.6세로 1년 전보다 0.1세 올라 역대 가장 높았다. 첫아이를 낳아 엄마가 되는 나이는 33세로 1년 전(32.8세)보다 0.2세 높아졌다. 이는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OECD 국가들은 첫아이 출산 연령이 평균 29.7세(2021년 기준)인데 지난해 한국은 이보다 3.3세 높았다.

출생아가 계속 줄면서 전체 인구는 12만2800명 자연 감소했다. 2022년 12만3800명에 이어 2년 연속으로 인구가 10만 명 넘게 감소한 것이다. 2020년 처음으로 사망자 수가 출생자 수를 넘어선 뒤로 국내 인구는 4년째 자연 감소하고 있다. 2020∼2023년 누적 자연 감소 인구는 33만6300명에 달한다. 경기 하남시 또는 서울 광진구의 인구 전체가 4년 만에 사라진 셈이다.

● 6년째 OECD 유일 ‘0명대’ 출산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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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처음 합계출산율이 0명대로 떨어진 2018년(0.98명) 이후 6년째 OECD 국가 중 유일하게 1명 미만 출산율을 이어가고 있다. 2021년 기준으로 OECD 38개국 중 한국을 제외하고 출산율이 가장 낮은 스페인도 출산율은 1.19명이었다. 인구 고령화로 30년 가까이 경기 침체를 겪은 일본도 출산율 1.3명대를 유지하고 있다.

저출산 위기를 먼저 겪은 유럽 국가 중엔 적극적인 출산 장려 정책으로 반등을 이룬 곳이 많다. 1990년대 1.7명대까지 출산율이 떨어졌던 프랑스는 2000년대 후반 2.0명으로 반등한 뒤 1.8명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1980년대 1.5명까지 내려갔던 네덜란드는 2000년대 이후 1.6∼1.7명 수준으로 회복했다. 한국은 합계출산율이 1.09명까지 떨어진 2005년부터 저출산·고령사회기본계획을 마련하는 등 대응을 시작했지만 유의미한 반등을 이루지 못하고 계속해서 하락하고 있다.

석재은 한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중소기업 근로자는 육아휴직이 경력 단절로 이어지기 때문에 출산을 선택하기가 쉽지 않다”며 “현재 진행 중인 일·가정 양립 정책들은 대기업 근로자 등 특정 계층 중심이기 때문에 정책의 혜택이 보편적으로 확산할 수 있도록 세부 조정이 필요할 것”이라고 했다.

세종=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세종=송혜미 기자 1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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