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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이슈 총선 이모저모

의사 ‘2000명 증원’ 밀어붙이는 정부·여당, 총선에 도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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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7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6차 중앙지방협력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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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여당이 의과대학 정원 2000명 확대 추진에 대한 의료계 반발에도 여론의 압도적 지지를 등에 업고 강경 자세를 고수하고 있다. 야권은 정부가 총선 승리를 목적으로 비현실적 증원 규모를 제시해 사실상 의사들의 반발을 유도하고 있다는 의구심을 제기한다. 당장은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 지지도 상승에 유리한 요인이지만, 의료 현장 혼란을 적절히 관리하지 못할 경우 역풍이 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윤 대통령은 지난 27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개최한 제6회 중앙지방협력회의에서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은) 협상이나 타협의 대상이 될 수 없고, 돼서도 안 된다”며 “국가의 헌법적 책무를 이행하기 위한 최소한의 필수적 조치”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김대중 대통령이 사법시험 합격자 수를 두 배로 늘려 매년 1000명을 뽑아 우리나라 법치주의 발전이 급속도로 진행됐다”며 의대 정원 증원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같은 날 정부는 의료법 위반 및 업무방해 교사·방조 혐의로 대한의사협회 관계자 등을 경찰에 고발했고, 집단행동에 들어간 전공의들에겐 이달 29일까지 복귀하라고 최후통첩을 날린 상태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도 지난 22일 “환자를 두고 의료 현장을 집단적으로 떠나는 것은 절대 타협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경고했다.

의대 정원 확대 방침에 대한 압도적 찬성 여론은 정부·여당이 의료계를 강하게 압박할 수 있는 동력이다. 여론조사기관 한국갤럽이 지난 20~22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윤 대통령 직무 수행 지지도는 34%로 한 주 전보다 1%포인트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눈에 띄는 점은 윤 대통령 직무 수행 긍정 평가 이유에서 ‘의대 정원 확대’가 전 주보다 7%포인트 상승한 9%로, ‘외교’(17%)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는 점이다. ‘보건 의료 정책’을 긍정 평가 이유로 꼽은 응답자도 4%였다. 같은 기관이 지난 13~15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방침에 ‘긍정적인 점이 더 많다’는 답변이 76%에 달했다. 의대 정원 증원에 대한 긍정 반응은 국민의힘·더불어민주당 지지층, 정치성향 진보·중도·보수, 모든 지역에서 70~80%대로 나왔다(두 조사의 오차범위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응답률은 각각 15.5·13.7%. 이동통신 3사 제공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 추출해 전화조사원 인터뷰 방식으로 실시).

야당에선 정부가 총선에 유리한 국면을 조성하기 위해 일부러 과도한 증원 규모를 제시해 의료계 반발을 불러왔다고 의심한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지난 25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정부가 일부러 2000명 증원을 들이밀며 파업 등 과격 반응을 유도한 후 이를 진압하며 애초 목표인 500명 전후로 타협하는 정치쇼로 총선 지지율을 끌어올리려 한다는 시중의 의혹이 사실이 아니길 바란다”며 “의혹이 사실이라면 의료계와 국민의 피해를 담보로 정치적 이익을 챙기는 최악의 국정농단 사례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지난 26일 SNS를 통해 “2000명 증원을 포기하고 500명 정도에 타협하자는 누군가가 등장할 거란 제 예측이 틀렸으면 좋겠다”며 “그렇다면 국민 건강과 닿아있는 문제를 총선 캠페인용으로 사용했다는 비판을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야당 주장은 음모론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 유의동 정책위의장은 28일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총선용이란 지적이 나올 정도면 국민들로부터 매우 높은 호응을 얻고 있다는 의미니까 반가운 이야기”라며 “총선용이라는 의미는, 총선을 목전에 두고 국민 호응을 일시적으로 얻은 후에 (총선이) 끝나면 유야무야할 거라고 판단을 하는 것이지 않나. 그렇다면 (의료계가) 지금 이렇게 극렬하게 반대할 이유가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여당에서도 의사 출신 지도부 인사 등이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규모가 과도하다는 등 우려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이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다만 당 일각에선 전공의 이탈이 장기화해 의료 현장 혼란이 심해지면 비판 여론이 정부를 향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환자 피해가 속출하면 ‘정부는 뭐했느냐’는 비판이 커질 것”이라며 “40일 넘게 남은 총선까지 강경 일변도로만 갈 게 아니라 의료계와의 충돌을 완화·관리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박정하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전날 논평에서 “현실적인 해결책 모색을 위해 소통과 협상의 끈을 놓치 않고 끝까지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대연 기자 ho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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