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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6 (화)

처절하기만...멜로 실격 ‘로기완’[한현정의 직구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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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든 사랑 더 힘든 완주...131분 기약 있어 다행
송중기·최성은 보다 이상희..휴먼드라마+멜로의 부조화


스타투데이

사진 I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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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남자의 처절함 답답함이 한도 초과다. 시대가, 삶이, 놓인 처지며 사랑에 빠진 ‘여자’마저. 결정적으로 휴먼 드라마와 멜로의 미스매치다. 언제 난민 지위를 인정받을 수 있는지 기약 없는 막막함 속에서 피어난 사랑은 ‘환장’스럽다. 송중기 팬이 아니라면 굳이 추천하고 싶지 않은, 구구절절 피로한 노힐링 로맨스, ‘로기완’(감독 김희진)이다.

머나먼 땅에서 삶의 가장 위태로운 순간, 남자와 여자가 마주한다. 남자는 탈북자 기완(송중기). 어머니의 목숨 값으로 낯선 땅 벨기에로 온 그는 난민 지위를 인정받고자 사투를 벌인다. 가진 건 없어도 간절하게 ‘살고 싶은’ 그 앞에, ‘삶의 이유를 잃고’ 방황하는 여자, 마리(최성은)가 나타난다.

마리는 기완이 쓰러진 틈에 그의 (어머니의 유일한 유품인) 지갑을 훔친다. 결국 두 사람은 경찰서에서 다시 만난다. 마리는 지갑의 의미를 뒤늦게 알고 기완에게 반드시 돌려주겠다고 약속한다. 악연인듯 운명, 두 사람은 이끌리듯 서로에게 빠져든다. 기완은 마리를 위해 더 ‘단단’해지고, 마리는 기완을 만나 다시 ‘행복’을 꿈꾼다.

마리의 아빠 윤성(조한철)은 두 사람이 가까워지는 게 걱정스럽다. 위태로운 딸에겐 더 단단하고도 든든한 이가 있어주길 바랬기에. (부모의 마음이 그러하듯 자신의 딸이 가장 문제인 건 외면한다.) 사랑에 빠진 기완과 마리는 행복한 시간을 보내지만, 각자의 상황으로 인해 다시 아니 점점 더 위험해진다. 삶의 극한에 다다르는 이들은 끝까지 서로를 놓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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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I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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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기완’의 시나리오 작업부터 참여한 메가폰은 실제 유럽에서 난민 지위를 인정받고자 애쓰는 탈북민을 밀착 취재, 칼레의 난민을 다룬 다큐와 서적을 참고하는 등 치밀한 자료조사와 취재 과정을 거쳤다. 그만큼 작품 속에는 이방인의 정서와 이들을 향한 따뜻한 시선과 위로가 깊이 있게 담겼다.

로기완으로 분한 송중기는 다방면으로 고군분투한다. 살아남기 위한 처절함, 마리를 향한 깊고도 날것의 감정을 밀도 있게 표현해낸다. 묵직하고도 더 진해진 아우라요, 어른 멜로다운 성숙함이다.

다만 이북 사투리 연기는 기복이 있다. 애초에 탈북자 출신의, 낯선 땅에서도 정체성을 지키고자 하는 우직한 인물인 만큼 어색하게 느껴질 때면 걸림돌이 된다.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으로 ‘파격 변신’을 예고했지만, 전작 ‘화란’의 강렬함을 미리 맛본 탓인지 요란한 홍보 만큼의 새로움은 별로 느껴지지 않는다.

메가폰은 “송중기 배우의 얼굴이 최대 강점”이라며 “너무 처연하고 또 서늘해서...벅차다. 그의 새로움이 시청자들을 붙잡고 놔주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지만, (메가폰의 찐 사랑과는 별개로) 시청자들은 어렵지 않게 놓아 줄 듯 하다.

영화 ‘시동’에서 남다른 걸크러쉬 매력으로 강렬한 에너지를 보여준 최성은은 또 한 번 주특기를 살려 한층 다크해진 심화버전을 선보인다. 엄마의 죽음으로 삶을 포기한 마리의 ‘방황’을 요란하게 그려내며, 송중기와도 안정적인 멜로 호흡을 보여준다.

그러나 캐릭터 서사의 한계 때문이지 뒤로 갈수록 힘이 빠진다. 숨은 사연이 베일을 벗을수록 그저 ‘철 없는 망나니’에 불과해 캐릭터의 매력도, 이야기의 흡입력도 떨어진다. 어나더 레벨급 금쪽이다. 뒤늦은 반성이나 아버지와의 급화해도 별로 공감이 가질 않으니 먹먹함도 없다.

결정적으로 ‘멜로’ 장르로서의 매력이 한참 기대에 못미친다. 극과극 인물이 서로를 보듬는 감동 로맨스를 표방하지만 처절한 설정만 장황하게 그려냈을 뿐 극적인 멜로 서사의 힘은 없으니 반의 반쪽 짜리 몰입도요, 휘몰아치는 클라이맥스도 긴장감이 없다. 약한 뒷심에서 급 엔딩으로 이어지니 감동도 없다.

결국 처절한 고통 속에서 한 줄기 빛이 되어야 할 ‘로맨스’가 무너지니 암울함만 남는다. 한없이 처지다 응원할 새도 없이 스르륵 눈이 감긴다. 현 시대와 맞지 않는 설정, 배경만 더 도드라질 뿐, 지루하고 재미가 없다. 메마른 관람욕을 쥐어짜며 몇 번의 멈춤 끝에 가까스로 엔딩을 맞이 한다. 돋보이는건 압도적인 연기를 펼친 조연배우 이상희 뿐이다. 추신, 어떻게든 완주하기로 했다. 마이. 잡. 이즈 연예부 기자.

3월 1일 넷플릭스 공개. 청소년관람불가. 러닝타임 1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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