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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성과급 양극화가 부른 ‘태풍의 눈’, 삼성그룹 노조가 세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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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과급 양극화가 부른 ‘태풍의 눈’
삼성 4개 계열사 합친 초거대 통합 노조 출범
이미 계열사별로 노조 여럿…강경 목소리
삼성전자, 노사 입장 차로 올해도 교섭 장기화
결국 쟁의 조정 신청…3월 초 파업 현실화할까


삼성이 강경 노동조합(노조)에 속앓이를 하고 있다. 계열사마다 우후죽순 생기는가 하면, 최근 계열사 간 통합 노조가 등장했다. 성과급 양극화에 분노한 MZ세대가 삼성 내 노조의 힘을 키우고 있다는 분석이다. ‘형님’ 역할을 해온 삼성전자 반도체만 우선시하고, 계열사 내 무조건적인 성과주의를 앞세운 관행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 2월 19일 삼성 4개 계열사 노조를 합친 ‘삼성 초기업 노조’가 정식 출범했다. 조합원만 1만5800명이다. 삼성 계열사 노조가 연대 형식이 아닌 통합 노조를 설립하는 건 창립 이래 처음이다. 삼성전자 ‘디바이스경험(DX)노조(6100명)’, 삼성디스플레이 ‘열린노조(4100명)’, 삼성화재해상보험 ‘리본노조(3400명)’,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생노조(2200명)’가 합류한다. 참여 의사를 밝힌 삼성전기 ‘존중노조(2100명)’까지 포함하면 1만7900명으로 불어난다.

삼성전자 DX노조는 전국삼성전자노조(전삼노)에 이은 2대 노조다. 전삼노가 반도체 부문 중심으로 운영된다는 반발과 함께 모바일·가전 등 DX 직원 위주로 생긴 노조다. 삼성화재 리본노조도 기존 삼성화재노조가 보험설계사 위주로 운영되자 내근 직원 위주로 출범했다. 4개 노조가 합치면 삼성 관계사 노조 중 최대 규모인 전삼노(1만7743명)와 비슷한 수준으로 올라선다.

삼성그룹 창립자인 이병철 회장이 ‘무노조 원칙’을 지켜온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이건희 회장 역시 창립자 취지에 따라 노조를 막아왔다. 삼성 내에서 노조가 생긴 건 2020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무노조 원칙 폐기를 선언한 이후다.

다만 노조가 생겼어도 파업과 같은 심각한 사태는 없었다. 삼성전자 역시 1969년 창립 이래 단 한 번도 파업이 발생한 적 없었다. 삼성전자 노조도 2022년과 지난해 중노위에 조정 중지 결정을 받아 쟁의권을 확보했지만 실제로 파업에 나서지는 않았다.

매경이코노미

삼성 4개 계열사 노동조합을 합친 ‘삼성 초기업 노조’ 조합원들이 2월 19일 서울 강남역 인근에서 출범식을 열었다. 이들은 ‘삼성인을 진정으로 위하는 합리적인 권리와 요구’를 주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


2020년 무노조 원칙 깨진 뒤

각종 노조 출범하며 협상력 강화

그런데 최근 분위기가 달라졌다. 노조가 여럿 생기고 목소리가 강경해졌다. 이미 삼성전자에는 5개 노조가 활동 중이다. 삼성디스플레이, 삼성화재도 복수 노조가 있다. 최근 삼성전기도 창사 이래 처음으로 노조 출범을 선언했다. 전국금속노조연맹 소속 삼성 계열사 11개 노조가 참여한 ‘삼성그룹노조연대’에 이어, 지난해 삼성전자 관련 계열사 노동조합이 모인 ‘연대 노조’가 출범하기도 했다. 이번에 연대가 아닌 통합 노조로 ‘삼성 초기업 노조’까지 등장하며 사측은 긴장감을 감추지 않는 분위기다.

노조가 힘을 얻는 배경으로 성과급 등 임금 갈등이 거론된다. 삼성전자와 계열사 등은 실적을 바탕으로 지급하는 성과급이 연봉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최근 실적 악화로 반도체 등 일부 사업 부문과 계열사 직원들은 성과급이 줄거나 받지 못하는 상황에 처했다. 이런 가운데 동종 업계 타사 성과급 지급률이 공개되자, 지급 기준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는 요구가 내부에서 빗발쳤다.

삼성은 ‘OPI(Overall Performance Incen tive·초과이익성과급)’를 통해 직원 성과급을 부여해왔다. 그런데 그룹 내 ‘형님’인 삼성전자를 우선시하는 분위기에 대한 뒷말이 무성했다. 예를 들어 삼성전기는 이번에 OPI 범위를 1~2%로 공지받았다. 2022년 성과에 따라 지난해 초 받은 18%에 비해 크게 줄었다. 이 때문에 내부에서는 ‘1퍼 전기’라는 자조적인 목소리도 나왔다. 삼성전기 내부에서는 매출 30%가 넘는 ‘고객’ DS 부문이 OPI 0%로 성과급을 단 한 푼도 못 받자 ‘동생’인 삼성전기가 눈치를 보는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OPI 선정 과정이 불투명하다는 불만도 무시하기 어렵다. OPI는 영업이익을 토대로 하되 비용과 세금 등을 뺀, 순전히 임직원 노동 활동으로 발생한 초과이익을 따진다. 영업이익의 절대 숫자가 커져도 비용을 많이 썼다면 EVA(경제적 부가가치·Economic Value Added)가 낮을 수 있다. 하지만 EVA는 경영 전략상 비밀에 가까워 기업이 명쾌하게 공개하기 어렵다. 직원이 EVA의 세부적인 내용을 제대로 알지 못하다 보니 불만의 목소리가 더 커진다는 해석이다.

홍광흠 초기업 노조 총위원장은 “삼성의 임금 협상은 임금 인상률에 계열사 실정이 반영되지 않고 가이드라인의 통제를 받아왔다. 그래서 각 계열사는 삼성전자의 그림자 아래 최대 실적을 달성해도 그에 걸맞은 이익 배분을 받지 못했다”며 “공식적으로 공동 요구안을 만들 생각은 없지만 그룹 가이드라인에서 벗어나 차별적으로 교섭을 진행하자는 것이 요구 사항”이라고 말했다.

초기업 노조는 통상임금 소송에도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최근 법원에서 명절 귀성여비, 개인연금 회사 지원금, 고정시간외수당 등이 통상임금에 해당한다는 판결이 잇달자 소송단을 모아 임금 체불 소멸시효(3년)분의 지급을 요구 중이다. 통상임금은 근로의 대가로 ‘고정적, 정기적, 일률적’으로 지급하는 임금으로, 연장·휴일근로수당 산정에 기초로 활용된다. 삼성화재에 이어 삼성전자 DX노조가 소송 제기에 나설 듯 보인다. 삼성전자 최대 노조인 전삼노도 소송 진행을 검토 중이다. 삼성전기 등 다른 계열사 노조도 조만간 소를 제기할 방침이다.

삼성전자 지난해 이어 교섭 난항

쟁의 신청 잇따라…파업까진 ‘글쎄’

최근 몇 년간 순탄치 못했던 교섭은 올해도 달라진 게 없다. 삼성전자 노사는 지난해 교섭을 매듭짓지 못한 상태에서 2023년분까지 2년 치 협상을 병행 중이다. 임금 인상 수준에 대한 견해차가 커 협상은 공전 중이다. 통상적인 교섭 시한인 3월을 넘길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사측은 지난해 실적 악화를 이유로 올해 임금 기본 인상률을 2.5%로 제시했다. 반면, 노조는 8.1%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노사 교섭 이전 직원 요구를 대변해온 노사협의회도 수용 불가 입장을 밝히며 5.74%의 인상률을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삼성전자 대표 교섭 노조인 전삼노는 2월 20일 사측과 2024년 임금협약 6차 본교섭을 열었으나 협상 결렬을 선언했다. 같은 날 오후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에 노동 쟁의 조정을 신청했다.

3월 초 조정 중지 결정이 나온다면, 노조는 조합원 투표를 거쳐 합법적으로 파업을 할 수 있는 쟁의권을 확보할 수 있다. 1969년 창사 이래 단 한 번도 없었던 파업이 현실화되는 것. 1만8000명에 달하는 조합원 수를 감안할 때, 전삼노가 실제 파업에 나설 경우 삼성전자는 생산 부문 타격이 불가피하다.

한 재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에서 파업 사태로 가지는 않을 것 같다”면서도 “삼성전자는 경영 활동이 위축되지 않는 선에서 노조와 협력하겠지만 강력한 노조의 요구에 고민이 더 깊어질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초거대 노조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초거대 노조의 교섭대상이 모호해 벌써부터 월권 논란이 일고 있다. 초거대 노조 소속인 DX노조는 삼성전자에서는 교섭권이 없지만 다른 계열사 교섭에 참여하는데, 다른 계열사 교섭에 관여하는 게 맞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노조 내 소속된 산업군이 달라, 각 계열사 실정에 맞는 근로 조건을 제시하기도 어렵다는 주장이 있다. 한 노사 전문가는 “법적으로 초거대 노조의 연대 교섭을 회사가 응해야할 의무가 있는지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48호 (2024.02.28~2024.03.05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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