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일자리 겨우 14%…미국은 58%
"대기업 아니면 출산·육아휴직 못 써"
"대기업 늘리려면 과도한 규제 풀어야"
〈AFP=연합뉴스 자료사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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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개발연구원(KDI)은 오늘(27일) 'KDI 포커스 더 많은 대기업 일자리가 필요하다' 연구 보고서를 발간하고 이같이 분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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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100명 중 14명만 대기업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대기업(300인 이상) 일자리 비중은 2021년 기준 14%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국의 대기업(250인 이상) 일자리 비중은 한국보다 높았는데, 독일은 41%, 스웨덴은 44%, 영국과 프랑스는 각각 46%, 47%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미국은 절반이 넘는(58%) 일자리가 대기업인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사업체 규모는 곧 근로조건 차이로 이어졌다고 보고서는 지적했습니다. 2022년 기준 국내 5~9인 사업체 임금은 대기업(300인 이상)의 절반 수준(54%)에 불과했습니다. 100~299인 사업체 임금도 대기업의 71%에 그쳤습니다.
기업들이 밀집해 있는 서울 도심 전경.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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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아니면 아이 낳기 힘들어”
━임금 외 다른 조건에서도 큰 차이가 관찰됐습니다. 출산·육아와 직결되는 육아휴직 관련 복지가 대표적입니다. 대기업에서는 근로자의 95.1%가 '육아휴직이 필요한 사람은 모두 쓸 수 있다'고 답했는데, 30인 미만 기업에서는 50% 수준에 머물렀습니다.
또, 대기업 근로자는 83%가 '출산 전후 휴가가 필요한 사람은 모두 쓸 수 있다'고 답한 반면, 5~9인 기업 근로자는 66.1%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다시 말해, 임금 근로자의 절반이 30인 미만 기업에서 일하고 있는데, 이들 중 많은 이들이 출산·육아 휴가를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단 겁니다. 결국, 대기업 일자리 부족이 저출산 등 사회문제로 이어지고 있다는 게 보고서의 진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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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부족이 입시경쟁 부추겨”
━대기업 일자리가 부족하니 입시 역시 과열 경쟁으로 흐를 수밖에 없다고 보고서는 분석했습니다. 4년제 일반 대학을 수능 성적에 따라 5개 분위로 구분한 뒤 각 분위 대학 졸업생의 평균 임금을 분석한 결과, 40~44세 상위 20% 대학 졸업자의 임금이 하위 20% 대학 졸업자의 임금보다 약 50% 많은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연구를 주도한 고영선 KDI 연구부원장은 "상위권 대학 졸업자들은 임금뿐 아니라 정규직 취업, 대기업 취업, 장기근속 등에서도 유리한 것으로 나타났다"fk며 "입시경쟁 문제는 입시제도가 아니라 대기업 일자리 부족에 원인이 있을 가능성이 크다"라고 분석했습니다.
서울 마포구 서부고용복지플러스센터 자료사진.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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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늘리려면 규제 해소해야”
━대기업을 늘리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KDI는 정부의 과도한 중소기업 지원 '편애'가 대기업으로의 성장을 막는 요소라고 봤습니다. 중소기업이 정부 지원의 품을 떠나지 않으려는 '피터팬 증후군'을 떨쳐내도록 해야 한단 겁니다.
고 연구부원장은 “중소기업에 대해 여러 가지 지원이 제공되는 반면 대기업에 대해 여러 가지 규제가 부과된다면, 기업은 대기업으로 성장할 유인이 적어 규모를 키우지 않고 중소기업으로 남으려 할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또 "생산성이 낮은 기업은 자연스럽게 도태돼야 한다"고도 강조했습니다.
이어서 고 연구부원장은 “무수히 많은 중소기업 지원정책의 효과성을 점검해야 한다”라며 “중소기업 적합업종제도, 대형마트 영업시간 제한 등의 정책과 대기업 경제력 집중 관련 정책도 이런 측면에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했습니다.
오원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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