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프 크리스터손 스웨덴 총리가 헝가리 의회의 비준으로 스웨덴의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가입이 결정된 26일(현지시간) 스톡홀름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크리스터손 총리는 스웨덴이 200년간 중립국 노선을 거두고 서방 군사안보 동맹에 합류한 “역사적인 날”이라고 평가했다. AF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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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가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의 동진을 막겠다는 명분으로 시작한 우크라이나 전쟁이 오히려 ‘나토 확장’이라는 정반대 결과를 초래했다. 스웨덴이 200년 중립국 노선을 버리고 나토의 32번째 회원국으로 합류하면서 러시아는 전쟁의 목표와는 정반대로 나토를 발트해 앞마당으로 불러오는 자충수를 두게 됐다.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안보 불안이 커지자 핀란드와 함께 나토 가입을 신청했던 스웨덴은 26일(현지시간) 마지막까지 어깃장을 놓던 헝가리 의회가 마침내 가입을 비준하면서 서방 군사안보 동맹인 나토에 편입하게 됐다.
스웨덴 품은 나토, 발트해서 러시아 포위
핀란드에 이어 스웨덴까지 나토에 합류하면서 러시아는 발트해에서 나토 동맹국들에 의해 완전히 포위되는 형세가 됐다. 발트해 연안에는 러시아의 역외 영토이자 군사 기지인 칼리닌그라드와 러시아의 제 2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가 접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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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스웨덴의 합류로 발트 3국(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과 폴란드의 가장 큰 안보 불안 요소였던 칼리닌그라드가 고립되게 됐다. 칼리닌그라드는 러시아 발트함대의 본거지다. 발트함대의 대서양 진출로인 발트해가 사실상 나토의 강력한 통제 하에 놓이게 되면서 러시아 해군의 진출을 봉쇄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나토는 향후 스웨덴 동남부에 있는 고틀란드섬을 중심으로 대러 방어선을 구축할 것으로 보인다. 스웨덴은 냉전 종식 후 2005년 발트해 중앙에 위치한 고틀란드를 비무장화했으나 2014년 러시아의 크름반도 강제병합 이후 2016년 이곳에 병력을 재배치했다.
스웨덴의 합류로 발트 3국과 나머지 나토 회원국을 잇는 유일한 육로이자 전략적 요충지인 폴란드·리투아니아 접경 ‘수바우키 회랑’이 러시아의 공격을 받을 경우 나토 지원군을 보내기도 훨씬 쉬워졌다.
러시아가 이 지역을 장악하면 발트 3국과 나머지 회원국을 분리하는 동시에 고립된 칼리닌그라드와 우방 벨라루스를 육로로 연결할 수 있게 된다. 때문에 수바우키 회랑은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확전의 화약고’로 꼽혀 왔다. 지난해 러시아의 민간군사기업(PMC) 바그너 그룹과 벨라루스군은 수바우키 인근 도시에서 군사훈련을 벌이며 군사적 긴장감이 고조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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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정학적 강점 외에도 해군력이 강한 스웨덴의 합류는 나토의 북유럽 전략에 상당한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장기적으로는 러시아의 북극해 전략을 통제하는 데 스웨덴과 핀란드 등 북유럽 회원국이 역할할 것으로 나토는 기대하고 있다.
미 싱크탱크 아틀랜틱카운실의 북유럽 담당 이사인 안나 비슬란더는 “나토에서 스웨덴의 주요 임무는 발트해와 칼리닌그라드 영공을 방어하는 것이 될 것”이라며 “동시에 발트해 연안에서 미군과 나토군의 집결지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미 ‘안보우산 철회’ 우려 속 유럽 안보 불안 고조…‘스웨덴 역할론’ 기대
미 뉴욕타임스(NYT)는 “핀란드와 스웨덴의 나토 가입으로 러시아는 더 이상 영구적인 평화를 기대하지 않는 ‘확장된 나토’에 직면하게 됐다”면서 “이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계산하지 못한 우크라이나 침공의 결과”라고 짚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도 이날 “푸틴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러시아에 안긴 전략적 참패를 다시 한 번 분명히 보여주는 일”이라고 평했다.
스웨덴의 나토 합류는 최근 고조되는 안보 불안 속 유럽이 자체 방어력 강화에 나선 가운데 이뤄졌다. 미국 공화당의 유력한 대권 주자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유럽의 ‘안보 무임승차론’을 제기하며 나토의 근간인 집단방위 원칙을 부정하면서 미국의 ‘안보 우산’ 철회 가능성에 대한 위기감이 커졌다.
26일(현지시간) 헝가리 의회가 스웨덴의 북대서양조약기구 가입에 관한 비준안을 표결에 부치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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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황에서 일부 회원국들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성공을 거둔다면 향후 3~5년 안에 나토의 ‘집단적 의지’를 시험하게 되는 상황이 닥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최근 에스토니아 정부는 러시아가 나토와의 전쟁에 대비해 발트해 지역 병력을 2배 가까이 늘릴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스웨덴 국방연구소의 연구 책임자인 로버트 달쇼는 “만약 (11월 미 대선에서) 트럼프가 당선되고 나토의 집단방위에 대한 심각한 의구심을 품게 된다면 푸틴이 나토의 결의는 시험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고 NYT에 말했다.
그는 “스웨덴의 나토 합류는 위기나 전쟁 상황에서 (유럽의) 불확실성을 제거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고틀란드섬 등 스웨덴의 지리적 특성을 감안할 때 발트해 입구 통제 등 나토의 방어력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러, 14년 만에 레닌그라드 군관구 부활…나토 확장 대응
우크라이나 침공의 결과로 나토의 확장을 마주하게 된 러시아는 14년 전 폐지한 레닌그라드 군관구를 부활시키는 등 대응에 나섰다. 이날 푸틴 대통령은 내달 1일 모스크바 군관구와 레닌그라드 군관구를 창설하는 내용의 대통령령에 서명했다. 두 군관구는 2010년 러시아 국방개혁 당시 서부 군관구로 통합됐다가 이번에 다시 부활하게 됐다. 레닌그라드 군관구는 발트해 연안 상트페테르부르크 등을 포괄한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해 핀란드가 나토에 가입하자 “핀란드와의 분쟁은 20세기 중반에 해결됐고 그간 문제가 없었지만 앞으로 문제가 생길 것”이라며 레닌그라드 군관구를 재창설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부 장관도 지난달 “서부와 북서부 방향에서 군사 위협이 다양하게 증가하고 있다”며 두 개 군관구를 재창설할 계획이라고 예고했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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