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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산 진관사, 비구니 스님들의 ‘장 담그기’ 비법 [청계천 옆 사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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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산 자락에 있어 수려한 풍광을 가진 비구니 사찰 진관사(서울 은평구 소재)는 1011년 고려 현종이 왕사인 진관대사(津寬大師)를 위해 창건한 사찰로 서울 근교 4대 명찰로 꼽힌다. 매년 정월(음력 1월) 대보름날 이곳에서는 장담그기 울력(여러 사람이 힘을 합하여 일하는 것)을 한다. 다른 절은 김장이 가장 큰 울력이지만 진관사는 ‘사찰음식 명가’답게 장 담그기가 가장 큰 울력이다. 올해는 22일부터 사흘동안 스님들과 봉사자들이 대대적인 장 담그기에 동참했다. 따뜻한 봄기운과 청명한 하늘은 장 담그기에 최고의 날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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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월장 담그는 스님들 24일 서울 은평구 진관사에서 스님들이 정월장 담그기에 쓸 메주를 장독대 위에 올려놓고 말리고 있다. 날씨가 쌀쌀할 때 장을 담그면 골고루 익고 벌레가 생기지 않아 일정한 맛을 유지할 수 있다고 해 정월인 음력 1월 전후에 장을 담그는 풍습이 생겼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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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들이 정월(음력 1월) 장 담그기에 쓸 메주에 박히고 묻어 있는 볏짚을 털어내느라 분주하다. 장 담그기를 하면 비구니 스님의 고운 손은 거칠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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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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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끗하게 씻은 메주는 소쿠리에 담겨 장독대 위에 하나·둘씩 올려진다. 메주에 묻은 물기는 봄볕에 오래 남아 있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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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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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보름날 장을 담그는 건 아침저녁으로 쌀쌀한 날씨와 오후의 따뜻한 봄볕이 장들을 익히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북한산에서 불어오는 차가운 서풍과 포근한 동풍은 덤이다. 감칠맛 나는 장이 되려면 차가움과 따뜻함이 교차하는 자연환경이 제일 중요하다. 온도 차가 심한 정월 전후 장을 담그는 이유다.
장 담그는 순서는 어느 절집이나 비슷하다. 진관사의 장맛이 좋은 것은 정성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주지인 법해 스님은 진관사 장맛이 좋은 건 “몇 년 동안 간수를 뺀 천일염과 북한산 깊은 땅속에서 끌어올린 암반수를 정제해 염도를 맞추는데” 있다고 귀띔했다.

진관사의 장 담그기 순서다.

먼저 메주에 묻은 볏짚을 털어낸 뒤 메주를 씻고 햇볕이나 따뜻한 온돌에서 잘 말린다. 불에 태운 볏짚으로 항아리 내부를 소독하고 메주를 항아리에 하나씩 차곡차곡 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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넣은 메주를 대나무로 눌러준 뒤, 메주가 둥둥 떠다니지 못하게 무거운 돌을 올려서 눌러준다. 소금물을 골고루 독에 뿌려 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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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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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마른 홍고추와 달궈진 숯을 넣은 뒤 뚜껑을 잘 덮어 따뜻한 봄 햇살에서 발효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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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찰음식 명장 계호 스님(회주)은 “이런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 간장은 시간이 지나면 검은 먹빛이 난다”라고 설명했다.

진관사는 한국 사찰 음식을 대표한다.
질 바이든 미국 바이든 대통령 부인, 기시다 유코 전 일본 아베 총리 부인, 영화배우 리처드 기어와 주한 외교사절 등 수많은 명사가 진관사를 찾아 사찰 음식의 정수를 경험했다. 방문객들은 진관사 행적당에서 사찰음식을 맛보고 간장, 된장, 고추장이 익어가는 장독대를 둘러봤다. 방문객들이 오면 오늘의 진관사 사찰음식이 있게 한 계호 스님(회주)과 법해 스님(주지)이 안내한다.

계호 스님은 진관사의 사찰음식이 맛있는 건 장맛도 장맛이지만 ‘나누는 마음’에 있다고 말한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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