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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27 (토)

[MWC 2024] ‘알파고 아버지’ 데미스 허사비스 “AI에 적합한 기기 모바일 아닐 것… 제미나이 이미지 기능 몇 주내 재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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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데미스 하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최고경영자(CEO)./연합뉴스



“5년 후에도 스마트폰이 AI를 구현하는 가장 유용한 폼팩터(기기형태)일까요? 앞으로 어떤 형태의 기기가 인공지능(AI)에 적합할지 의문이 생길 것 같습니다. 가령 사용자가 처한 상황을 기기가 파악해 일상생활에 더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도록 AI 시스템이 적용된 ‘안경’과 같은 새로운 폼팩터가 등장할 수 있죠.”

‘알파고의 아버지’로 불리는 데미스 허사비스(사진) 구글 딥마인드 최고경영자(CEO)는 26일(현지시각) 스페인 바로셀로나에서 개막한 세계 최대 모바일 전시회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24′ 기조연설에서 AI 기기와 모바일 시장이 나아갈 방향에 대해 “‘기교적인’ 기능이 강조된 AI 비서보다 사람들의 일상 생활에 유용한 ‘차세대 스마트 비서’가 등장할 것이며, 이는 사람들이 휴대하는 모바일 하드웨어의 형태까지 바꿀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AI를 위한 새로운 기기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그는 “모든 종류의 놀라운 것들이 발명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허사비스 CEO는 1997년 영국 캠브리지대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했고, 2009년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에서 인지신경과학 박사를 받았다. 그는 13살의 나이에 세계 유소년 체스 2위에 올랐고, 17살에는 수백만건의 판매고를 달성한 시뮬레이션 게임 ‘테마 파크(Theme Park)’를 개발한 천재다. 허사비스 CEO는 2010년 딥마인드를 창업하면서 본격적으로 AI 개발에 착수했다. 2014년 딥마인드가 구글에 인수되면서 구글 인공지능 부문 부사장과 딥마인드 CEO 자리를 동시에 맡게 됐다. 허사비스 CEO는 2015년 바둑 AI ‘알파고’를 선보여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지난 2016년 당시 바둑 최강자였던 이세돌을 알파고가 이긴 것은 AI가 인간의 지능을 능가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사건이었다. 그는 지난해 4월 구글의 AI 조직인 구글브레인과 딥마인드가 통합된 이후 구글의 인공지능(AI) 모델 제미나이(Gemini) 개발을 본격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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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3월 15일 이세돌 9단이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 호텔에서 열린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 인공지능(AI)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AlphaGo)와의 5번기 제5국을 마치고 데미스 하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대표와 함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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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마인드는 알파고 개발을 시작으로 세계 AI 분야를 선도했지만, 2022년 오픈AI의 챗GPT가 출시된 후 시장 주도권을 마이크로소프트(MS)에 빼앗기는 불명예를 얻기도했다. 허사비스 CEO는 챗GPT 열풍에 대해서는 “환각 현상 등 결함이 있음에도 대중이 이를 사용할 준비가 돼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고 했다.

그는 최근에는 자사의 AI 모델 제미나이의 이미지 생성 기능이 역사적 인물을 묘사하는 데 오류를 내 해당 서비스를 중단하는 상황도 맞이했다. 이날 허사비스 CEO는 최근 일시 중단한 제미나이의 이미지 생성기능을 몇 주 안에 재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제마니이는 멀티모달 기반의 AI 모델로 텍스트, 이미지, 음성, 영상을 생성한다. 하지만, 제미나이가 여성이나 유색인종 이미지를 백인처럼, 반대로 백인을 유색인종처럼 부정확하게 그리는 경우가 다수 발생했다며 논란이 불거지자 구글 해당 기능 서비스를 중단했다. 회사가 이미지 생성기능을 추가한다고 발표한 지 20일 만이다.

허사비스 CEO는 “(제미나이의 이미지 생성 기능은) 구글의 광범위한 사용자 층을 반영하도록 어느정도 보편성을 지닌 결과를 제공하게, 좋은 의도로 다양한 국가를 고려해 설계됐음에도 우리가 의도한 대로 작동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가령 제미나이에 ‘개를 산책시키는 사람이나 병원에 있는 간호사의 사진을 보여줘’라는 명령을 입력하면 사용자가 어떤 배경을 가지고 있는지, 어떤 상황에 처해 있는지 알 수 없다는 점을 고려해 일종의 ‘보편적인 묘사’가 가능하도록 설계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제미나이가 이미지 출력에서 다양성을 반영해 너무 모든 것에 걸쳐 ‘무뚝뚝’하게 적용됐다”며 “역사적 인물에 대한 콘텐츠를 요청할 때는 당연히 더 좁은 범위의 결과물을 제공했어야 했다”고 인정했다. 그는 “(구글은) 역사적 정확성을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해당 기능을 일시 중단했지만, (이를 수정해) 앞으로 몇 주 안에 해당 기능을 활성화시킬 것”이라 말했다.

허사비스 CEO는 AI 시대가 빠르게 다가왔음을 언급했다. 그는 알파고 개발 당시를 회상하며 “많은 바둑 그리고 AI 전문가는 AI가 바둑을 점령하는 데 10년은 더 걸릴 것으로 내다봤지만, 알파고는 AI 시대를 앞당겼다”고 했다. 대표적인 게 2018년 단백질 구조를 분석해 신약을 개발한 프로젝트다. 그는 “알려진 단백질 2000억개를 모두 분석하려면 10억년의 시간이 걸리겠지만, 우리는 (AI를 통해) 1년 만에 이를 분석했다”며 “이를 통해 신약 개발에 평균 10년이 걸리는 것을 몇 달 정도로 단축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2~3년 내 AI가 설계한 약을 병원에서 보게 될 것”이라며 “최근 일라이릴리, 노바티스 등 글로벌 대형 제약사와 계약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10년 안에는 AI까 스스로 추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도 내다봤다. 허사비스 CEO는 “AI의 문제 해결을 위해 가설을 세우고 문제제기를 하는 것은 여전히 인간이 하고 있지만, 10년 후에는 AI가 자신들만의 예측을 할 수 있을 것”이라 말했다.

허사비스 CEO는 AI 윤리에 대해서는 “기술 기업뿐만 아니라 사회와 정부도 함께 참여해 토론해야 하는 중요한 문제”라며 “AI를 통해 우리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 악의적 행위자가 AI 기술에 접근하는 것을 어떻게 막을지, 의도치 않은 해로운 목적으로 기술이 악용되는 것을 어떻게 방지할지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안상희 기자(hug@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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