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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36.5˚C] '이재명만 지키는' 이재명 리더십 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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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 당대표실 앞에서 총선 공천 관련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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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하고, 안타까운 분."

'정치인 이재명'을 평가해달라는 요청에 더불어민주당 A의원은 이렇게 답했다. 노무현에 대해 "사나이 가슴에 불을 지피는, 따르고 싶은 멋진 리더", 문재인을 두고는 "인간으로, 정치인으로 존경하는 리더"라고 추켜세우던 것과는 분명, 다른 온도 차였다. 그가 유독 야박한 걸까. 민주당 다수 의원에게 '정치인 이재명'은 무도한 검찰 탄압 희생자(친명)이거나, 피해 호소인(비명)일 뿐이다.

우리 의회 역사상 최다 금배지(180석)를 보유한 제1야당 대표. 민주당 대선주자 가운데 역대 가장 많은 표를 얻은 정치인의 위상치고는 옹색하고 납작한 평가다. 4·10 총선을 50일 남겨놓고 민주당에서 폭발한 공천 파동의 본질도 따지고 보면, 당대표로서의 취약한 밑천이 핵심이다. 이재명 리더십은 왜 아직도 변방에 머물고 있을까.

①'정치적 동지' 없으니 외로운 이재명=거침없이 쏘아붙이는 '사이다' 이미지와 달리, 이 대표는 중대 결정을 내릴 때 '고구마' 같은 구석이 있다. "변호사 출신이다 보니 양쪽 이야기를 최대한 들을 때까지 결단하지 않는다"(이 대표 측근)는 것. 리더의 숙명이긴 하나, 혼자 모든 걸 끌어안다 보면 속도도, 방향도 놓칠 수 있다. '장고 끝에 원점'으로 되돌아간 선거제가 대표적이다. 이 대표를 오래 지켜본 B의원은 "대표가 믿고 의지할 정치적 동지급의 참모가 거의 없다"고 했다. 성남시장 시절부터 함께한 정진상 전 실장 부재 이후 '의원 코어 그룹'도 소규모다 보니 각개전투 양상이다.

②내 사람 설득 못 하는 '샤이'와 '비겁' 사이=이 대표는 민주당에서 쭉 비주류였다. 도백(道伯) 출신으로 여의도와 떨어져 있었고, 당을 주름잡던 친노, 친문 어디에도 속하지 않았던 터라 '내적 친밀감'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없는 사람도 모으고, 미운 사람도 내 편으로 만드는 게 정치의 본령. 하지만 이 대표는 쓴소리하는 반대파를 설득하고 끌어안는 스킨십도 약하다는 평이다. 이낙연 전 대표가 탈당 노래를 부르던 한 달 보름 동안 '정치적 계산이 섰는데 무슨 수로 막겠냐'며 방치하거나, '비명횡사'에 반발하는 의원들을 사전, 사후에라도 달래려는 노력은 없다. "이 대표는 거시경제(대중 설득)는 뛰어나지만, 미시경제(주변 설득)는 약하다. 정치는 '조정의 미'가 있는데 이걸 잘 못한다"(C의원)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샤이함"(이 대표 측)은, "비겁함"(D의원)으로 커지는 분위기다.

③명분이 약하니 '사익 정치' 오해만=타이밍도, 스킨십도 사실 정치 기술일 뿐. "결국은 명분이다. 이 대표가 왜 정치를 하는지 대의(大義)를 제시 못 하니, 사익 정치라는 비판이 나오지 않느냐."(E의원) 이 대표는 국민 눈높이에 맞는 혁신 공천을 다짐했다. 하지만 정치문외한인 무당파 친구들조차 "박용진은 왜 꼴등인 거냐"고 해맑게 물어온다. "선거는 다음 스텝을 생각하면 진다. 오만해지는 순간 끝장"(F의원)이라고 했다. '이재명을 지켜라!'로 '이재명당'을 만들 수는 있어도 1당은 장담 못 한다는 걸 이 대표는 정말 모르는 걸까.

피습 이후 이 대표는 "살리는 정치"를 말했다. 그러나 살리려는 대상이 이재명에만 국한돼선 곤란하다. 한쪽은 디올백을 지키고, 한쪽은 이재명만 지키면, 국민은 누가 지킨다는 말인가.

강윤주 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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