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정 당무거부·설훈 탈당 … 거세진 민주 '明·文충돌'

26일 국회에서 열린 '동물학대 없는 대한민국, 건강한 반려동물 문화 확산을 위한 정책간담회'에서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공천을 둘러싼 더불어민주당의 내홍이 더욱 커지고 있다. 공천 과정에서의 공정성을 둘러싸고 지난 25일 심야에 지도부 간 격론이 벌어진 직후 고민정 최고위원이 최고위원회의 불참을 선언하는 등 당내 갈등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민주당 내 일각에서는 '친이재명계(친명계) 본선행, 비이재명계(비명계) 경선행'이 공천관리위원회의 공천 공식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고 최고위원은 26일 오전 인천 남동구에 있는 민주당 인천시당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에 불참했다.

고 최고위원은 홍익표 원내대표와 함께 지난 25일 심야에 개최된 비공개 최고위에서 김우영 강원도당위원장의 서울 은평을 출마에 반대 의견을 개진했다. 고 최고위원은 한 언론에 "더는 지도부 회의에 참석하는 것이 무의미하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이재명 대표 등의 공천 관련 인식에) 변화가 없다면 당분간 지도부 회의에 참석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서울 은평을 현역인 비명계 강병원 의원은 김 위원장의 사표가 수리되지 않았고, 서울 지역 출마 의사를 밝힌 후 당 지도부로부터 주의까지 받은 김 위원장과의 경선은 부적절하다며 공관위에 재심을 신청했다. 당 공직선거후보자추천재심위원회는 25일 오후 강 의원의 재심 신청을 기각했고, 최고위에서는 재심 기각 결정 수용을 두고 의견이 갈렸다. 또 비명계 중진이자 '하위 10%'에 포함된 설훈 의원(5선·경기 부천을)은 이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경선이 아닌 방식으로) 출마하기로 결정했다. (하위 10%에 들어 경선 득표의) 30%를 감산받으면 그 과정을 통과할 사람은 민주당 내에 아무도 없다"며 탈당을 시사했다.

특히 친문재인계(친문계)의 대표 주자로 꼽히는 임종석 전 비서실장의 서울 중성동갑 공천 문제는 친문계와 친명계 간 갈등이 전면전으로 확대될 수 있는 뇌관으로 꼽힌다. 이해찬 전 민주당 대표까지 나서 이재명 대표에게 임 전 실장의 서울 중성동갑 공천을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은 이날 전략공천 지역을 논의했지만 여전히 임 전 실장에 대해서는 결론을 내지 못했다. 안규백 전략공관위원장은 "중·성동갑은 여러 고려 사항도 있고, 심도 있는 토의가 상당히 진행됐다"며 "추가로 논의해 내일은 결론을 내겠다"고 전했다.

중·성동갑 결론은 미뤘지만 전략공관위는 이날 분당갑에 이광재 전 국회 사무총장, 영등포갑에 채현일 전 영등포구청장, 마포갑에 영입 인재인 이지은 전 총경을 각각 전략 공천했다. 이로써 이광재 전 총장과 안철수 의원의 맞대결이 성사됐다. 전략공관위는 또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황운하 의원의 지역구인 대전 중구를 전략 선거구로 지정했다. 2021년 탈당한 양향자 의원의 지역구 광주 서을은 양부남·김경만·김광진 후보 간 3인 경선을 치르도록 했다. 청년 전략 특구로 지정된 서울 서대문갑은 대국민 면접과 모바일 투표 등을 거쳐 3월 4일 후보를 확정할 방침이다. 경기 용인정은 100% 국민경선으로 후보자를 정한다.

컷오프(공천 배제) 결정에 반발해 민주당을 탈당한 이수진 의원(초선·서울 동작을)과 공관위 간사인 김병기 의원(재선·서울 동작갑) 간에 소송전도 민주당에는 큰 악재가 될 수 있다.

김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이 의원을 형사 고소했다고 밝혔다.

공천을 둘러싼 민주당의 내홍이 커지면서 1년 만에 국민의힘에 지지율이 역전당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 22~23일 이틀간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002명을 대상으로 정당 지지도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전주에 비해 국민의힘은 4.4%포인트 오른 43.5%, 민주당은 0.7%포인트 내린 39.5%를 기록했다. 이번 조사는 지난 22일부터 이틀 동안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2만7281명에게 통화를 시도해 1002명이 응답을 완료했고, 3.7%의 응답률을 나타냈다. 표본 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다.

한편 민주당은 이날 중앙당선거관리위원장에 중도 사퇴한 정필모 의원(초선·비례대표) 후임으로 박범계 의원(3선·대전 서을)을 선임했다. 중앙당선관위는 22대 총선 및 재·보궐선거 경선 관리를 맡는 기구다. 정 의원은 '건강상의 이유'로 지난 21일 선관위원장직 사의를 밝혔지만 경선 여론조사 수행업체 '리서치DNA'의 공정성 논란 때문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민주당의 황운하·소병철 의원은 이날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황 의원과 소 의원의 불출마로 민주당 내 현역 의원 불출마자는 총 15명이 됐다.

[서동철 기자 / 위지혜 기자 / 구정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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