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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퇴근 중 횡단보도 사고로 숨져...법원 "일시정지 안 해 산재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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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복지공단 상대 소송서 원고 패소 판결

"보행자 보호 의무에도 도로교통법 위반"

아주경제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전경. 2023.12.08[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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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로 퇴근하다 횡단보도에서 사고가 나 숨진 남성이 교통법규를 위반했다는 이유로 법원에서 업무상 재해로 인정받지 못했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7부(정상규 수석부장판사)는 A씨 유족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유족급여와 장의비 부지급 처분을 취소하라"며 제기한 소송을 최근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앞서 A씨는 2020년 9월 자전거를 타고 퇴근하다 보행자 신호등이 없는 횡단보도를 건너던 행인과 부딪혔다. A씨는 땅에 떨어져 뇌출혈 증상을 보이다 이튿날 사망했다. A씨와 충돌한 행인은 12주 이상 치료가 필요한 상해를 입었다. A씨는 당시 내리막인 횡단보도를 지나면서도 속도를 줄이거나 일시 정지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 결과 드러났다.

A씨 유족은 근로복지공단에 "A씨가 업무상 재해로 사망했다"면서 유족급여와 장의비를 청구했다. 그러나 공단은 "A씨가 보행자 보호 의무를 위반한 '범칙 행위'를 저질러 산재보험법상 배제 사유인 '범죄'에 해당한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A씨 유족은 이 처분에 불복해 소송을 냈다.

산재보상법 37조는 '근로자의 고의·자해 행위나 범죄 행위가 원인이 돼 발생한 부상·질병·장해·사망은 업무상 재해로 보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법원은 공단 측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행인이 건너고 있는데도 횡단보도 앞에 일시 정지하지 않은 A씨 행위는 도로교통법 위반"이라고 판단했다.

도로교통법상 보행자 보호 의무 위반 시 제재가 20만원 이하 벌금·구류·과료에 불과해 경미한 범칙 행위라는 유족 측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횡단보도가 내리막이어서 일시 정지 위반이 불가피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현장 사진을 봐도 경사가 자전거를 일시 정지하거나 보행자를 보호하기 어려울 정도로 가파르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신호등이 없는 횡단보도를 건너는 보행자가 있을 때 운전자는 진입 여부와 관계없이 일시 정지 등으로 보행자 통행이 방해되지 않도록 할 의무가 있다"며 "이 사건 영상에서는 망인이 횡단보도 앞에서 속도를 줄이려는 모습을 전혀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아주경제=백소희 기자 shinebaek@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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