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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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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신경과·신경외과 협진으로 파킨슨병 환자 맞춤형 치료 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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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킨슨병 치료 명의 대담 이정일·윤진영 삼성서울병원 교수

파킨슨병은 ‘뇌의 당뇨’로 불린다. 완치 개념이 없어 평생 꾸준한 관리가 필요하다. 치매 다음으로 흔한 퇴행성 뇌 질환이지만 병이 서서히 진행하기 때문에 자각하기 쉽지 않다. 특히 파킨슨병은 맞춤형 치료가 관건이다. 환자 상태에 따라 수시로 치료법을 다르게 적용해야 한다. 약물치료와 수술적 치료를 잘만 활용하면 치료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신경과·신경외과의 협진이 중요한 이유다. 세밀한 협진으로 환자 치료에 힘쓰고 있는 삼성서울병원 신경외과 이정일 교수와 신경과 윤진영 교수에게 파킨슨병의 특징과 치료법을 물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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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어떤 경우 파킨슨병을 의심해볼 수 있나.

윤진영 교수(이하 윤) “파킨슨병은 움직임이 서서히 나빠진다. 신경뿐 아니라 신경세포까지 줄어 운동 기능에 장애가 생긴다. 떨림과 서동증(동작이 느린 증상), 근육 강직 등이 대표적이다. 중뇌 흑질의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이 사라지면서 나타나는 증상이다. 동작이 둔해지고 손발이 떨리는 것 외에도 숨겨져 있는 증상이 많다. 수면장애나 우울·불안·인지장애와 같은 비운동 증상도 나타날 수 있다.”

Q : 치료의 목표는 뭔가.

윤 “부족한 도파민을 채워 증상 완화를 유도하는 것이다. 신경계 퇴행성 질환인 파킨슨병은 시간이 지날수록 증상이 악화한다. 하지만 아직은 도파민이 어떤 원인에 의해 소실되는지 밝혀지지 않았다. 일단 파킨슨병으로 진단되면 도파민을 보충하는 레보도파 약물로 치료를 시작한다. 파킨슨병은 당뇨처럼 약물치료가 필수적이다.”

Q : 약효가 떨어지는 시기가 온다고 들었다.

윤 “흔히 약물치료를 시작한 초기 3~5년을 ‘허니문 기간’이라고 한다. 초반엔 약물치료 반응이 좋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약효 소진 현상이 일어난다. 일시적으로 약효가 올라올 때면 춤추듯 과다한 움직임을 보이는 이상운동증이 발생할 수도 있다. 이 상태로 접어들면 약물을 더 복잡하게 쓸 수밖에 없다. 복용량이 늘어날수록 부작용이 생길 위험은 커진다. 이땐 수술적 치료인 ‘뇌심부자극술’을 고려한다.”

Q : 뇌심부자극술의 치료 원리는 뭔가.

이정일 교수(이하 이) “뇌심부자극술은 파킨슨병의 대표적인 수술적 치료로 꼽힌다. 뇌에 얇은 전극 장치를 삽입한 뒤 전기 자극을 줘 증상을 개선하는 치료다. 뇌의 특정 부위에 고주파 자극을 가해 비정상적으로 활동하는 뇌 신경세포를 조절한다. 자극 발생기는 쇄골 아래 피하조직에 심는다. 기술적으로는 복잡하지만, 뇌 수술 중에선 비교적 침습 정도가 심하지 않아 부작용 위험이 낮다.”

Q : 모든 환자에게 효과가 있진 않을 텐데.

이 “약물치료 효과가 떨어진 환자가 뇌심부자극술을 받으면 약 복용량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약물을 조금만 써도 효과를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달리 말하면 뇌심부자극술은 과거 약이 잘 들었던 환자에게 효과가 좋다. 이전에도 약물이 잘 듣지 않았던 환자라면 뇌심부자극술을 받아도 증상이 나아지지 않는다.”

Q : 신경과·신경외과의 협진이 중요할 것 같다.

윤 “그렇다. 뇌심부자극술은 신경과와 신경외과의 긴밀한 협진을 통해 이뤄져야 한다. 신경과에서 진료를 받고 약물치료를 이어가다 약효를 보존하는 뇌심부자극술을 신경외과에서 담당하는 시스템이다. 특히 삼성서울병원은 다학제 시스템이 잘 구축된 곳이다. 신경과, 신경외과, 정신건강의학과, 재활의학과가 모여 환자 상태에 따른 치료 전략을 수립한다. 신경과 의사들이 수술에 참여하는 범위도 넓다. 뇌심부자극술을 할 수 있는 병원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삼성서울병원은 협진을 통한 다양한 수술 경험과 노하우를 쌓았다.”

Q : 구체적인 수술 과정이 궁금하다.

이 “크게 두 과정으로 나뉜다. 첫 번째는 뇌에 전극선을 삽입하는 것이다. 1㎜ 정도 두께의 전극을 작은 빨대를 통해 뇌의 작은 핵에 집어넣는다. 두 번째 단계는 전극에 전기 자극을 전달할 자극 발생기를 체내에 삽입하는 것이다. 전극선과 자극 발생기를 연장선으로 연결하는 수술이다. 수술 후 일주일에서 열흘 정도 입원 치료가 필요하다. 이때부터 환자 증상에 맞게 전기 자극 설정값과 약물을 함께 조절해 나간다.”

Q : 어떤 기준을 갖고 기기를 선택하나.

이 “수술 위치와 전극의 종류, 배터리 충전 가능 여부 등이다. 자극 기기들은 제품마다 배터리 수명이 조금씩 다르다. 기존의 기기는 배터리 수명이 3~5년 정도였다. 재충전이 어려워 반복적으로 수술을 통해 기기를 교체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다. 하지만 최근 국내에 도입된 충전식 배터리의 경우 재충전이 가능하고 수명이 길어 불편함이 많이 해소됐다. 기기 교환으로 인한 환자의 신체적, 경제적 부담이 줄었다. 국내 허가 제품 중에서는 1일 1회 이하 충전 시 최소 25년까지 사용 가능한 배터리가 탑재된 기기도 있다.”

Q : 수술 후 가장 신경 써야 할 부분은 뭔가.

윤 “뇌심부자극술 이후에는 프로그래밍이 필요하다. 환자 상태에 맞게 전압을 조절하는 과정이다. 이는 전기 자극 초기 설정부터 추후 유지 과정까지 환자에게 적절한 치료를 제공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프로그래밍에도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데, 이 과정을 개선하기 위해 도입된 기술이 있다. 이미지 가이드 프로그래밍(IGP)이다. IGP는 자극이 전달돼야 할 위치와 전기 자극을 전달하는 전극의 위치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도록 돕는다. IGP를 사용하면 프로그래밍에 소요되는 시간을 단축하고 환자의 상태 변화에 따른 치료를 제공할 수 있다.”

Q : 수술을 고민하는 환자에게 조언한다면.

윤 “파킨슨병은 조기 진단과 적극적인 치료가 중요하다. 오랜 약물 복용으로 증상이 악화했다면 뇌심부자극술이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반드시 필요한 수술은 아니지만, 효과를 기대해볼 수 있는 환자라면 치료 옵션이 하나 더 느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게 좋을 것 같다.”

이 “뇌 수술이라는 점에서 뇌심부자극술에 대해 부담을 갖는 환자가 많다. 하지만 지나친 거부감을 가질 필요는 없다. 이 수술은 뇌의 깊은 곳(심부)에 전기선을 넣어 전기 자극을 통해 운동 증상을 개선하는 것이다. 수술하면 약물을 줄일 수 있게 돼 장기 복용에 따른 부작용을 줄이고 치료 무기를 하다 더 챙길 수 있다. 의료진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자신에게 맞는 적절한 치료 계획을 세우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 뇌심부자극술 체크 포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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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의료진의 경험은 충분한가.

의료진의 경험은 수술의 완성도를 높인다. 증상도 효과적으로 개선된다. 뇌심부자극술에 대한 임상 경험이 풍부한 병원이라면 합병증 위험을 낮춰 더 나은 수술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

2. 협진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는가.

병원의 협진 시스템이 잘 구축돼 있으면 보다 효율적인 파킨슨병 치료 계획을 세울 수 있다. 뇌심부자극술 이후에도 환자에게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가능성을 사전에 예측해 대비할 수 있다.

3. 수술은 누가 받으면 좋은가.

뇌심부자극술을 받기 위해선 레보도파 약물치료 이력이 필요하다. 더는 약물의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거나 부작용이 커지는 경우 뇌심부자극술을 고려해볼 수 있다. 약물 반응이 좋았던 환자가 만족도가 높다.

신영경 기자 shin.youngk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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