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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5 (금)

이슈 연금과 보험

내부 출신 사장 선택한 KT&G, 기업은행·국민연금 동의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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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G 차기 사장 후보로 내부 인사인 방경만 수석부사장이 선출되면서 국민연금의 입장이 중요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민연금이 지난해부터 KT, 포스코 등 소유분산 기업의 CEO 선출 과정에 목소리를 내온데다 내부 인사 선출을 반대해온 행동주의 펀드 FCP가 국민연금에 함께 하자고 제안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민연금이 FCP와 함께 할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다. 결국 FCP는 외국인 주주들의 동조를 끌어내야 하는 상황이지만 지난해에도 주주총회에서 완패한 바 있어 이마저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KT&G 사장후보추천위원회(사추위)는 지난 22일 최종 사장 후보로 방경만 KT&G 수석부사장을 확정했다. 방 수석부사장은 1998년 KT&G 전신인 한국담배인삼공사 공채로 입사해 전략기획본부장 등 요직을 거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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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KT&G 사장후보추천위원회(이하 사추위)는 22일 사추위를 열고 방경만 수석부사장을 차기 사장 후보로 확정했다. 방경만 사장 후보는 3월 말 개최 예정인 정기주주총회에서 전체 주주의 총의를 반영해 대표이사 사장으로 선임이 결정된다. (사진=KT&G 제공) 2024.02.22. *재판매 및 DB 금지


그동안 싱가포르계 행동주의펀드 FCP(플래쉬라이트캐피탈파트너스)는 KT&G의 신임 사장을 주주가치를 높일 수 있는 외부인사로 선임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FCP는 최근 국민연금에 내부인사 선임에 반대하는 내용의 주주 공개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FCP의 KT&G 보유 주식은 약 60만주(의결권 기준 0.5% 가량)에 불과해 세를 불려야 하는 처지다.

KT&G 주주 구성은 지난해 6월말 기준 미국계 자산운용사 퍼스트이글인베스트먼트(First Eagle Investment Management, 7.12%), 기업은행(6.93%), 국민연금(6.31%) 등이다. 이후 KT&G의 자사주 소각 등으로 지분율 변동이 있긴 하지만 이들 3곳이 20% 가량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기업은행이나 국민연금이 내부 인사의 사장 선임에 반대하면 방 부사장 선임 안건이 주주총회를 통과하는 것은 난관에 부딪히게 된다.

하지만 두 기관투자자가 FCP와 함께 할 가능성은 낮다는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기업은행은 2018년 백복인 사장이 연임에 도전할때 반대 의사를 표명한 전력이 있지만 올해는 사외이사로 판사 출신 손동환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추천했을 뿐 사장 선임에 대한 입장은 밝히지 않았다. KT&G 이사회가 손 교수를 사외이사에 포함하는 안건을 주총에서 올리면 기업은행은 방 사장 선임에 반대할 명분이 사라진다.

국민연금은 백 사장 연임 당시 관치 여론이 커지자 '중립'을 선언하고 사실상 의결권 행사를 포기한 전력이 있다. 국민연금은 이번에도 국 개입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연금의 개입은 정권의 개입이란 인상을 줄 수도 있고 지난해 무리한 요구로 주주들에게 외면받은 FCP에 동조하는 모양새가 될 경우 또다른 논란을 부를 수도 있다. 이 때문에 국민연금은 FCP 공개 서한에도 불구하고 다음달 주총에서 반대표를 던지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결국은 외국인 투자자들의 표심이 관건이다. KT&G의 의결권 있는 주식 85% 중 42%가 외국인이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주로 의결권 자문기관 자문에 의존하는 경향이 있다. 세계 1위 의결권 자문사인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의 영향력이 가장 크다. 일례로 2018년 백 사장 연임을 두고 글로벌 2위 자문사 글래스 루이스(Glass Lewis)를 비롯한 국내 자문사들이 반대를 권장했지만 ISS가 찬성 의견을 내자 외국인 표심이 찬성으로 돌아섰고 당시 백 사장은 출석 주주 76.26%의 찬성표를 받았다.

ISS의 권고가 모두 받아들여지는 것도 아니다. ISS는 지난해 주총에서 "KT&G 이사회가 추천한 사외이사를 모두 반대한다"고 권고했지만 이사회가 추천한 사외이사 후보들은 모두 선임됐다. 사실상 대다수의 외국인 투자자와 소액주주들은 현 KT&G 이사회에 힘을 실어준 셈이다. 지난해 3월 주총이 대표적인 사례다. 당시 FCP는 △배당확대 △사외이사 증원 △KGC인삼공사 분리상장 등을 요구하며 외국인 투자자와 소액주주들의 표심을 독려했지만 FCP가 제안한 안건은 한 건도 통과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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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G 서울 본사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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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영호 기자 tellm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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