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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6 (화)

[백영옥의 말과 글] [342] 내 안의 걱정 기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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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일러스트=조선디자인랩 이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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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미도에서 대관람차를 탄 적이 있었다. 어릴 때 재밌었던 대관람차가 공중으로 떠오르자 예상치 않게 너무나 무서웠다. 머리로는 안전하다는 걸 알지만 가슴은 쿵쾅댔고 지상으로 내려오기를 기도하듯 빌었다. 쓸데없는 걱정을 하고 있었던 셈이다.

‘걱정이 많아 걱정입니다’의 저자 ‘그램 데이비’는 걱정이 올림픽 종목이라면 집 안에 금메달이 가득했을 거라고 믿는 어머니 밑에서 자랐다. 그에 의하면 걱정은 유전이 아니라 평생에 걸쳐 만들어진 습관이다. 실제 연구는 우리가 걱정하는 일의 91%는 일어나지 않는다고 말한다. 하지만 우리는 자신의 무능이 탄로 날까 봐, 지각하거나, 휴대폰 배터리가 방전될까 봐 수시로 걱정한다. 모든 걱정에서 자유로울 순 없지만 걱정의 포로가 되어선 안 된다. 윌 로저스의 말처럼 걱정은 흔들의자와 같아서 계속 움직이지만 아무 데도 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삶에서 만나는 걱정에는 두 가지가 있다. ‘생산적인 걱정’과 ‘파국적인 걱정’이다. 생산적 걱정을 하는 사람은 미래의 실패를 예비하며 플랜 B를 준비한다. 이때의 걱정은 오히려 그 사람의 경쟁력이 된다. 문제는 파국적 걱정이다. “~하면 어떡하지?”라는 질문만 쳇바퀴처럼 되풀이되기 때문이다. 이런 파국적 걱정의 처방전은 질문을 “~하면 어떡하지?”에서 “그러면 지금 무엇을 해야 하지?”로 바꾸는 것이다.

‘걱정이 많아 걱정입니다’의 번역가이자 상담자인 정신아는 상담실을 방문하는 걱정 많은 내담자를 ‘먹구름 속에 있는 손님’이라고 말한다. 시인 존 밀턴은 ‘실낙원’에서 “마음은 우리 자신의 처소이며 그 안에서 지옥을 천국으로, 천국을 지옥으로도 만들 수 있다”고 썼다. 중요한 건 걱정이 없는 삶이 아니라 걱정과 잘 공존하는 것이다. 만약 당신이 걱정의 먹구름 속에 있다면 먹구름 위에 언제나 태양이 빛나고 있다는 사실을 꼭 기억해야 한다. 세네카의 말처럼 가장 비참한 건 앞날에 대한 불안감으로 이미 불행해져 있는 마음이기 때문이다.

[백영옥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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