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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8 (목)

이슈 질병과 위생관리

“응급실 못찾아 수백km 떠돌아” 2년간 1만건…전문의 부족 ‘증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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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건중 37건 의사 부재 때문
병상 부족 따른 재이송은 20%


매일경제

전공의 파업 첫날인 지난 20일 서울의 한 대학병원 응급실에 진료 불가 안내문이 붙어 있다. [한주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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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위 ‘응급실 뺑뺑이’라 불리는 119 구급대의 환자 재이송 사례가 최근 2년간 1만건가량 발생한 가운데 전문의가 없어 환자가 진료 거부를 당한 사례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의대 증원을 통해 필수의료 분야의 부족한 의사를 충분히 확보해야 한다는 정부 주장에 힘이 실린다.

23일 국회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최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소방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2년~2023년 119 구급대가 환자를 재이송한 건수는 총 9414건이다. 차수별로 살펴보면 1차 재이송 건수가 9111건(96.8%)으로 가장 많았고 2차 재이송이 242건, 3차 재이송이 35건, 4차 재이송이 26건으로 집계됐다.

119 구급대 재이송을 사유별로 살펴본 바에 따르면 전문의 부재가 3432건(36.5%)으로 가장 많았다. 두번째로는 병상 부족(1895건·20.1%)이 꼽혔다. 최 의원은 “특히 전문의 부재는 1·2차 재이송 사유로, 병상 부족은 3·4차 재이송 사유로 많이 거론됐다”며 “병상 수가 여의치 않은 곳은 응급실과 입원실, 중환자실, 수술실 순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이어 “이미 운영되고 있는 응급실도 의료진이 없어 치료받지 못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우선 의사부터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전문의 부족에 최근 전공의 이탈이 더해지면서 응급실 상황은 심각한 수준이다. 치료 가능한 응급실을 찾지 못해 수백킬로미터 떠돈 환자 사례도 나왔다. 강원도소방본부 등에 따르면 지난 21일 오전 11시 30분께 강원 양양군에서 당뇨를 앓는 60대 A씨는 오른쪽 다리에 심각한 괴사가 일어나 119에 도움을 요청했다. 구급대는 강릉아산병원으로 향했으나 병원 측은 의료인력 부재로 진료가 어렵다며 다른 병원으로 이송을 권유했다. 구급대는 속초와 강릉에 있는 병원들에 연락을 취해봤지만 모두 진료가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았다. 길거리를 떠돌던 A씨는 결국 119 신고 후 3시간 30분 만인 오후 3시가 돼서야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에서 치료받을 수 있었다.

이런 상황에 빚어진 데에 대해 최 의원은 “최근 의대 정원 확대에 따른 전공의 파업이 시작되면서 중증·응급환자가 치료받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는데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한 것은 환자의 생명”이라며 “지금 이 시간에도 질병 속에 고통스러워하며 치료 가능한 병원을 찾아다니는 환자들을 생각해서라도 전공의들이 조속히 업무에 복귀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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