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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시위와 파업

24년전 파업 이끌었던 의사 "싸워도 병원에서 싸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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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2000년 의약분업 파동 당시 의사 파업을 주도했던 의사가 "중증 환자들의 수술이 지연되고 있는 이상 어떤 이유로 병원을 떠났건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전공의들의 현장 복귀를 호소했다. 그는 전공의 집단사직의 법적 위험성을 지적하며 "의료계 선배들이 해줄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으므로 스스로 결정하고 피해도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고 말했다.

권용진 서울대병원 공공진료센터 교수가 23일 페이스북에 '전공의 선생님들께'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권 교수는 일반의이자 의료법학을 전공한 법학 박사로 2000년 의약분업에 반발하는 대한의사협회 의권쟁취투쟁위원회 총괄간사를 맡았고 이후 의협 사회참여이사와 대변인을 지낸 바 있다.

권 교수는 젊은 전공의들의 고통을 이해한다면서도 "사직서를 제출하자마자 병원을 떠난 것은 '숭고한 사명의 수행을 삶의 본분으로 삼고 있는 행동'으로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윤리적 원칙에 입각해 보더라도 전공의들의 행동으로 인해 중증 환자들의 수술이 지연되고 있는 이상 정치적 이유든 개인적 이유든 떠날 당시 의사였다는 점에서 '나쁜 결과를 용인할 수 있는 충분한 이유'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의사윤리지침 1장 3조는 '의사는 고귀한 사람의 생명과 건강을 보전하고 증진하는 숭고한 사명의 수행을 삶의 본분으로 삼아 모든 의학 지식과 기술을 인류의 복리 증진을 위해 사용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권 교수는 의료계가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에 대해 위헌 소송을 내도 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와 달리 '헌법 제36조 제3항'에 국가의 보건 책무를 명시하고 있다"며 "명시적 조문이 없다면 업무개시명령이 국가가 의사들의 직업 선택 자유를 지나치게 침해한다는 위헌 소송에서 승소 가능성이 높겠지만 이 조항 때문에 이길 확률은 낮아 보인다"고 진단했다.

정상적 절차를 밟지 않고 사직서를 제출한 뒤 바로 병원을 나가는 행위가 근로기준법상으로도 불리한 상황일 수 있다고도 지적했다. 그는 "단순한 사직으로 해석되기보다 목적을 위한 행위로 해석될 수 있어 의료법상 행정처분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행정처분은 전공의가 병원으로 돌아오는 것과 무관하게 적용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정부가 이날 오전 8시를 기해 보건의료재난 위기경보를 최고 단계인 '심각'으로 상향하면서 행정처분이 현실화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위기경보 단계 격상은 정부가 상당한 수준의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근거가 되므로 강력한 행정처분을 빠르게 집행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여러분 중 상당수가 행정처분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권 교수는 "행정처분은 기록에 남아 향후 의업을 그만둘 때까지 따라다니게 된다"며 "우리나라 의사 면허를 가지고 해외에 취업하려는 경우 서류에 '의료법에 의한 행정처분'이 남아 치명적인 제약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권 교수는 과거 의협에서 일하며 시위를 주도하다 벌금형을 받았을 당시 의협에서 해준 건 소송비용과 벌금을 내준 게 전부였다면서 "의료계 선배들이 무엇인가 해결해줄 것이라는 생각은 잘못됐다"며 "스스로 결정하고 피해도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진정으로 의업을 그만두고 싶다면 병원으로 돌아와 일을 마무리하고 정상적인 퇴직 절차를 밟고 병원을 떠나길 바란다"며 "투쟁하고 싶다면 병원으로 돌아와 내용을 깊이 있게 파악하고 더 나은 정책 대안을 갖고 정부와 대화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의료 대란에 대한 긴장감이 고조되는 가운데 서울대 의과대학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는 비대위를 전국 단위로 확대해 협상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정부가 응하지 않으면 전공의들과 함께 행동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서울대 의대·서울대병원 교수들이 구성한 비대위는 이날 낸 입장문에서 "의대 교수 비대위를 전국 단위로 확대 재편 및 연대할 것"이라며 "정부는 교수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비대위와 대화할 의지가 있는지를 명확히 밝히길 바란다"고 했다.

이어 "주말 동안 한 걸음도 나가지 못한다면 누구도 해결할 수 없는 파국이 닥칠 것"이라며 "전공의들이 납득할 만한 조치를 하지 않는다면 이들과 행동을 같이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원하는 것은 정부가 열린 마음으로 대화에 나서 수준 있는 토론을 통해 국민 건강·의료를 위한 최적의 방안을 함께 만들고 실현해나가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진영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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