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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27 (토)

뉴진스·아이유처럼…‘클래식 아이돌’ 임윤찬은 왜 쇼팽을 선공개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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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팝 트렌드 입은 클래식계

임윤찬ㆍ조성진, 앨범 발매 전

수록곡 선공개로 기대감 높여

K-팝과 클래식, 같지만 다른 전략 

헤럴드경제

'애플뮤직 클래시컬' 앱 론칭 행사에서의 피아니스트 임윤찬.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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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방탄소년단 정국의 ‘세븐(Seven)’, 아이유의 ‘러브 윈스 올(Love Wins All))’, 뉴진스의 ‘디토(Ditto)’와 ‘슈퍼 샤이(Super Shy)’, 아이브의 ‘키치(Kitsch)’….

K-팝 업계엔 필수 컴백 공식이 있다. 컴백 전 앨범 수록곡 하나를 선공개하는 것이다. K-팝의 ‘성공 방정식’이 팝 음악계를 넘어 클래식 음악계에도 이식됐다.

지난 2월 초부터 이른바 ‘리모마니아(Lim-o-mania)’(미국 매체 보스톤 글로브에서 ‘임윤찬 팬덤’을 지칭한 용어. 리스트의 광적인 팬들을 뜻하는 ‘리스토마니아’에서 따옴)는 들썩이기 시작됐다. 클래식 레이블 데카와 레코딩 전속 계약을 맺은 임윤찬의 첫 스튜디오 음반이 올초 발매를 앞두고 있다는 소식이 날아들었기 때문이다.

화력이 커진 것은 지난 21일이었다. 이날은 임윤찬이 미국 뉴욕 카네기홀 데뷔 리사이틀을 여는 날이었다. 세계 최대 음반 유통사인 유니버설뮤직은 이날 피아니스트 임윤찬의 데카 데뷔 앨범 ‘쇼팽: 에튀드(Chopin: Études)’ 발매를 앞두고 선공개 싱글 ‘‘슬픔’ (Op.10 No.3 ‘Tristesse’)’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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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진스 [어도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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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계에서 선공개 싱글을 내는 것은 철저한 ‘전략’이다. 특히 K-팝 업계에선 지난 수년간 이 전략을 통해 컴백 이후의 활동까지 탄력을 받으며 성공의 재미를 봤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뉴진스다. 뉴진스는 지난해 1월 새 앨범 ‘OMG’ 발매를 앞두고 보름 전 ‘디토’를 선공개했다. 이 곡은 전 세계에서 전무후무한 인기를 얻었고, 선공개 싱글과 정식 타이틀곡이 미국 빌보드 차트 ‘쌍끌이’의 주역이 됐다. 이후 발매된 ‘겟 업(Get Up)’ 앨범에서도 선공개 싱글 ‘슈퍼 샤이(Super Shy)’와 타이틀곡 ‘ETA’가 동시에 흥행했다.

선공개 싱글은 인건비, 활동비 등 각종 제작비용 문제로 컴백 활동기간이 평균 일주일로 짧아진 K-팝 그룹이 선택한 ‘최적의 홍보’ 전략이다. 대형 K-팝 그룹들이 소속된 가요기획사 관계자는 “과거처럼 후속곡 활동이 사라진 시대에 타이틀곡 이외에도 앨범의 다른 수록곡을 알리기 위해 생겨난 전략이 선공개 싱글이었다”며 “현재는 컴백 전 싱글 선공개는 앨범 발매일까지의 기간 동안 팬덤의 집중도를 높여 공백의 갈증을 채우고, 새 앨범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차트 순위’가 곧 그룹의 성적표가 되는 대중음악계에선 K-팝은 물론 팝스타들에게도 이 전략이 중요해졌다. 또 다른 가요기획사 관계자는 “차트 진입이 중요해진 시대에 선공개 싱글이 미리 차트에 올라가면, 이후 본 앨범 타이틀곡이 나와 두 곡이 서로 좋은 시너지를 주고 받아 차트를 장악할 수 있는 효과를 낸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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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니스트 조성진 [유니버설뮤직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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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음악계가 활용하는 ‘선공개 싱글’의 핵심 전략과 필요성은 사실 클래식 음악계엔 그리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그럼에도 선공개 싱글을 내는 것에 대해 업계에선 일종의 ‘팬서비스 차원’이라고 입을 모은다. 유니버설 뮤직 관계자는 “몇 해 전부터 클래식 음악가들도 선공개 싱글을 내기 시작해 이제는 어느 정도 트렌드처럼 자리 잡았다”고 말했다. 최근엔 임윤찬을 비롯해 중국 출신의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랑랑, 소프라노 박혜상도 앨범 발매 전 수록곡을 선공개했다.

국내 클래식 음악계에서 선공개 싱글을 낸 역사가 제법 길다. 국내 클래식 음악계 최초의 선공개 싱글 주인공은 임윤찬이 아니다. 한국인 최초 ‘쇼팽 국제 음악 콩쿠르’에서 우승한 조성진이다.

조성진은 클래식계의 ‘선공개 단골’ 손님이다. 매 앨범을 낼 때마다 발매 두 달쯤 전 수록곡을 선공개 했다. 지난해엔 솔로 정규앨범 ‘헨델 프로젝트’ 발매 두 달 전의 시점에 앨범 수록곡 ‘미뉴에트’(헨델: 하프시코드 모음곡 제1번 내림 나장조 (HWV434) 4악장)를 선공개했다. 조성진의 첫 선공개 싱글은 무려 2016년이었다. 도이치그라모폰과 전속계약을 맺은 이후 내게 된 첫 번째 스튜디오 앨범(‘쇼팽:피아노 협주곡 1번, 발라드’) 공개를 앞두고 ‘발라드 3번’을 선공개했다.

유니버설 뮤직 관계자는 “대중음악계처럼 특별한 전략 때문에 선공개를 하는 것은 아니다. 트렌드이긴 하나 앨범 발매 전 수록곡을 미리 공개하는 경우도 있고, 아닌 경우도 있다. 다만 팬덤이 큰 연주자들이 팬서비스 차원에서 수록곡을 선공개하고 있다”며 “선공개하는 곡 역시 아티스트가 특별히 좋아하는 곡으로 선정하는 경우도 많다. 이러한 선공개 싱글이 본 앨범에 대한 기대감으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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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윤찬 [유니버설뮤직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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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과는 나타났다. 2022년 미국 반 클라이번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역대 최연소 우승과 2개 부문 특별상을 받은 이후 ‘클래식계 아이돌’이 된 임윤찬의 첫 스튜디오 음반에 대한 기대감은 선공개된 4분 짜리 곡을 통해 증명됐다.

임윤찬은 선공개 싱글을 내며 “알프레드 코르토, 이그나츠 프리드만, 요제프 레빈, 마크 함부르크, 세르지오 피오렌티노 등 내게 거대한 우주 같은 피아니스트들이 쇼팽 에튀드를 연주해 왔다. 어릴 때부터 이들처럼 근본 있는 음악가가 되고 싶었다”며 “그 뿌리를 따라가고 싶은 마음으로 쇼팽 에튀드를 선택하게 됐다. 에튀드를 연습하지 않았던 시기에도 에튀드의 노래들이 내 마음속에서 계속해서 깊어지고 있었다”고 말했다.

주옥같은 명언과 함께 세상에 나온 곡은 공개 당일 애플뮤직 클래식 차트에 이름을 올렸고, 반나절이 지났을 무렵 17위로 뛰어올랐다. 23일 현재엔 차트 1위에 굳건히 안착한 상황이다. 정식 앨범 발매(4월 19일)일까지 리모마니아의 갈증을 달래줄 플레이리스트의 탄생인 셈이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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