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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27 (토)

"3억어치 주세요" 일본에서 통큰 주문…종이빨대 공장 "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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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리다온 '도산 위기' 보도 이후 도매업체와 3억대 계약
일부 직원 재고용·생산재개…"수출산업 육성 기회로"

머니투데이

누리다온은 지난해 11월 플라스틱 사용 규제가 시행되는 시점에 맞춰 생산량을 늘린 탓에 3억원 어치 종이빨대 2500여만개가 재고로 쌓이게 됐다. 한지만 대표는 환경부 홈페이지에 규제 시행이 포스터 등으로 안내되고, 나흘 전 통화에서 규제에 변동이 없다는 답을 받아 규제가 시행되는 줄 알았다고 한다. 청산 절차를 밟았지만 본지 보도로 일본에서 주문이 들어와 잠시 도산 위기에서 벗어났./사진=김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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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 사용 규제가 예고 없이 연기되면서 파산 직전까지 갔던 종이빨대 회사가 일본에서 주문을 받아 도산 위기에서 벗어났다. 실직 상태였던 직원들을 재고용했고, 이달 중 생산을 재개한다.

충남 서산의 종이빨대 회사 누리다온은 22일 일본의 모 도매업체로부터 3억원 어치 주문을 받았다고 밝혔다. 일본에 있는 글로벌 프랜챠이즈 카페와 패스트푸드점 30여곳에 납품될 물량이다. 한국에 거주한 경험이 있는 일본인 구매 담당자가 한국에 거주한 경험이 있어 국내 언론의 기사를 읽다가 누리다온이 파산하게 됐다는 본지 보도를 보고 주문을 넣었다(관련 기사 : [단독]"3개월째 매출 0원, 자식 적금도 깼다"…종이빨대 회사 첫 도산).

누리다온은 환경부의 플라스틱 빨대 규제를 사업 기회로 여겨 2018년에 설립됐다. 누리다온은 규제가 예정대로 시행될 것이란 환경부 담당자의 이야기를 믿고 설비를 증설했고, 규제 시행에 앞서 종이빨대 2500여만개(3억원 어치)를 재고로 쌓은 상황이었다. 하지만 정부가 지난해 11월 플라스틱 빨대 규제를 갑자기 무기한 연기하자 주문이 '0'으로 급감했다.

이후 중소벤처기업부 기술보증기금의 보증 지원으로 대출받은 1억8000만원은 만기가 연장되지 않아 생산 설비 일부에 압류표목(빨간딱지)이 붙었고 재무 부담을 견디지 못해 결국 기업 청산 서류를 준비하고 있었다. 누리다온은 규제 연기 후 실제 도산하는 종이빨대 회사 첫 사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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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만 누리다온 대표는 10여년 조립식 패널 건설사업을 하다가 환경부의 일회용품 규제를 사업 기회로 여겨 종이빨대 회사를 창립했다. 초등학생 아들이 접착제를 입에 가져가는 것을 보고 친환경에 먹을 수 있는 접착제를 직접 개발했다. 특허까지 받았지만 경영 악화로 기업 청산 절차를 밟고 있었다./사진=김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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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을 전부 해고했던 누리다온은 일본에서의 주문으로 일부를 재고용했다. 기술직 직원 4명은 3개월째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며 사실상 실직 상태였다고 한다. 일본은 정부가 2022년 4월부터 플라스틱 빨대를 사용하는 고객에게 별도 요금을 부과하게 해 종이빨대 수요가 꾸준하기 때문에 일본 도매업체는 3개월에 한번씩 추가 주문을 할 계획이다.

일본 구매 담당자는 한 대표에게 '식용 접착제'가 정말 먹을 수 있는지 문의했다고 한다. 한지만 누리다온 대표는 유치원에 다니던 아들이 접착제를 입에 대는 모습을 보고 미역과 계란 흰자 등으로 인체에 무해한 식용 접착제를 직접 개발했다. 화학제품이 전혀 들어가지 않아 식품의약품안전처도 안전 검사가 필요 없다고 했지만, 확실히 하자는 마음에 국내 한 대학에서 법정 검사를 받아 유해성이 수돗물 수준으로 낮다는 결과를 받았다.

누리다온은 식용 접착제로 특허를 받고, 빨대는 물에 담그고 이틀이 지나도 풀어지지 않게 개발했다. 코로나19(COVID-19) 전에는 종이빨대를 미국에 수출도 했다. 일본에서 주문이 있기 전 누리다온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건물에 입주한 카페, 식당에 영업 전화를 했지만 주문은 한건도 없었다.

한 대표는 "일본의 주문을 받은 것은 언론의 보도 덕도 있지만, 품질을 꾸준히 개선한 덕분"이라며 "국내 수요가 뒷받침된다면 종이빨대는 수출 산업으로 육성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성진 기자 zk007@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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