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의대정원 증원을 반대하며 집단 사직을 시작한 전공의들의 근무지 이탈이 이틀째 이어져 '의료대란'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21일 서울 한 병원에서 한 아이가 진료를 기다리고 있다. 현재 정부는 지금까지 전국 221개 전체 수련병원에서 절반에 가까운 전공의들이 사직서를 냄에 따라, 남은 절반 전공의들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비상진료대책에 매진하고 있다. /사진=임한별(머니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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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증원에 반발하는 전공의들이 의료 현장에서 속속 이탈하고 있다. 의사들이 정부와 강대강 대치를 이어가는 것은 일종의 학습 효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의사들은 지난 20여년간 환자의 생명을 볼모로 정부와 투쟁하면서도 처벌은 피해왔다. 정부는 의료개혁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반드시 주동자를 단죄하겠다는 의지여서 실제 처벌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22일 의료계와 법조계 등에 따르면 정부가 이달 초 의대 입학정원을 2000명을 늘린다고 발표하면서 의료계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전공의들은 개별적으로 사직서를 내고 진료를 중단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2일 기준 전국 주요 100개 수련병원 전공의 9275명이 사직서를 제출했다.
전공의들은 '개인적 사직'인 점을 강조하며 합법적인 권리를 행사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과거 경험에서 비롯된 우회적인 집단행동이라고 본다.
앞서 전공의들은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던 2020년 8월7일 집단휴진에 돌입했지만 처벌을 받는 이는 없었다. 당시 집단 휴진은 정부가 의대 정원을 매년 400명, 10년간 총 4000명 늘리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데 따른 반발이었다. 대한의사협회(의협)가 총파업에 나섰고, 인턴과 레지던트 등 전공의들의 파업이 약 한 달간 이어졌다. 의대생들은 가장 강력한 집단행동으로 꼽히는 의사 국가시험 응시 거부로 맞섰다. 정부는 국시 재응시 불가 방침을 천명했다.
의료공백 장기화를 막아야 했던 정부는 백기를 들었고, 의대 정원 확대 정책은 '코로나19 안정화 이후 논의하자'는 합의로 무기한 연기됐다. 전공의 10명이 업무개시명령에 불응해 형사 고발됐지만 이후 정부가 고발을 취하하면서 처벌받지 않았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의사 인력 부족 문제가 불거지자 정부는 결국 의료법 시행령까지 개정해 국시 미응시자 2700여명을 구제했다.
앞서 2014년에는 원격의료 추진에 반발해 의사들이 거리로 나섰다. 의협은 정부의 만류에도 집단휴진을 강행했다. 검찰은 당시 파업을 주도한 의협 간부들을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지만 법원은 최종 무죄를 선고했다. 집단휴진 참가 의사가 의사 개인의 자율적인 판단에 맡겨졌다는 게 법원의 판결 이유였다. 2000년 의약분업 사태 당시 의협 회장이 휴진 등을 강요한 혐의로 유죄를 받아 의사 면허가 박탈된 바 있는데, '자발성' 여부가 유무죄를 갈랐다.
이번 진료중단과 관련, 의사업계는 이같은 과거 사례를 바탕으로 행동 지침을 공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의료법에 따라 의료인은 '정당한 사유' 없이는 진료를 거부하지 못한다. '의대 증원 반대'의 경우 '정당한 사유'로 인정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업무개시명령에 따르지 않으면 1년 이하의 자격 정지 또는 3년 이하의 징역형에 처해진다. 지난해 개정된 의료법에 따라 금고형 이상을 선고받으면 의사 면허가 취소될 수 있다. 이에 전공의들은 일신상의 이유로 현장을 떠난 것일 뿐 진료 거부는 아니라는 입장을 내세우고 있다.
법무법인 세승 현두륜 변호사는 "20년 전만 해도 의사들이 법리적 검토 없이 강경하게 투쟁했지만, 집단행동 주동자가 형사 처벌 받고 면허 취소가 된 사례를 보면서 전과 달리 상당히 치밀한 법적 전략을 세우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법조계는 이번 집단행동에 동참하는 의사들이 업무개시명령을 따르지 않을 경우 법적 처벌이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본다. 무엇보다 정부가 그 어느 때보다 강경한 입장이다. 전공의 이탈을 '독점적 지위와 기득권 지키기에 급급한 불법적인 집단행동'으로 규정하고, 그 주동자와 배후세력에 대해 구속수사를 원칙으로 하는 한편 의료기관 운영 책임자에게도 법적 책임을 묻겠다는 방침이다. 10년 전 '고발취하'와 같은 선처는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익명을 요청한 한 의료법 전문 변호사는 "정부는 업무개시명령을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한다는 것을 전제로 할 수 있는 조처를 다 한 것으로 보인다"며 "전공의 이탈로 며칠 만에 의료 공백이 현실화하고 있고, 제때 치료받지 못하는 환자들이 늘어 피해가 다수 발생하게 되면 법원도 이전과는 다르게 강한 처벌에 나설 수 있다"고 말했다.
박가영 기자 park0801@mt.co.kr 정진솔 기자 pinetre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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