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품 경제' 붕괴와 함께 한때 7000 선까지 떨어졌던 일본 닛케이225평균주가(닛케이지수)가 22일 34년 만에 사상 최고치를 찍었다. 시장에서는 닛케이지수가 중대 변곡점을 넘은 만큼 한동안 랠리를 이어갈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4만 선 문턱에서 일부 조정을 받을 것으로 보면서도, 연말 주가지수는 낙관적으로 보고 있다. 노무라증권은 종전보다 5%가량 오른 4만을, 씨티그룹은 4만5000을 제시했다.
낙관론의 배경에는 탄탄한 기업 실적을 바탕으로 한 거버넌스(지배구조) 개선, 디플레이션에서의 탈피 가능성, 그동안 '재팬 패싱'을 해왔던 외국인 투자자들의 귀환 등이 있다.
특히 최근 주가 상승을 엔저 덕을 본 기업들의 실적 개선이 이끈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도쿄 증시 프라임(1부) 상장기업 1020곳의 2023회계연도(2023년 4월~2024년 3월) 실적은 사상 최고인 43조4397억엔으로 예상됐다.
'매그니피센트(M7)'라 불리는 대형 기술주 7개가 미국 증시를 주도한다면, 일본에는 꾸준히 흑자를 내는 '7인의 사무라이'가 증시를 이끈다. 골드만삭스는 반도체 장비 기업 스크린홀딩스, 어드반테스트, 디스코, 도쿄일렉트론과 자동차 업체인 도요타, 스바루, 종합상사인 미쓰비시상사 등 7곳을 일본 증시 상승세를 이끄는 주도주로 꼽기도 했다.
기업들의 적극적인 거버넌스 개선도 주가 상승으로 이어졌다. 지난해 일본 상장 기업은 사상 최고 수준인 9조6020억엔의 자사주를 매입했다. 도요타와 미쓰비시상사, NEC, 다이와공업 등은 적극적인 주주 환원 정책 덕분에 지난해 PBR이 1배를 넘기게 됐다. 장기 저성장을 이어온 일본 경제가 디플레이션에서 벗어날 것이란 기대감도 증시에 호재가 되고 있다.
물론 일본 증시에 불안한 부분도 있다. 닛케이는 "ROE가 자본비용에 미치지 못하는 기업이 여전히 많고 일본은행이 주가 하락 과정에서 매입한 상장지수펀드(ETF) 매도에 나설 경우 주가가 크게 출렁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도쿄 이승훈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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