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로이터=뉴스1) 최종일 기자 = 일본 도쿄증시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22일 시민들이 도쿄 시내 한 증권사 앞에 설치된 전광판 앞에 서 있다. 2024.02.2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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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핏 영향? 외국인이 2023년부터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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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증시의 대호황을 이끈 힘은 지난해부터 꾸준히 유입된 외국인 매수세에 있다.
도쿄증권거래소에 따르면 2022년 외국인은 일본 주식시장에서 252억5000억엔(2236억원)을 순매도했다. 거래량이 많지도 않을 뿐더러 순환매 매매가 많았다. 하지만 2023년부터 외국인 투자자들의 '사자'가 시작됐다. 지난해 4월부터 대량 매집에 들어간 외국인은 작년 한 해 도쿄 우량주가 몰려있는 프라임 시장에서만 3조5000억엔(약 31조원) 순매수했다.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이 지난해 일본을 방문하고 5대 종합상사에 추가 투자한 것은 상징적인 모습이었다.
이 기간 닛케이225지수는 2만5700선에서 3만3000선까지 30%가량 상승했다.
/AFPBBNews=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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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은 올해 1월에도 2조 903억엔(약 19조원)어치 일본 주식을 순매수했다. 지난해 전체 순매수 금액의 57%에 달하는 규모다. 닛케이 평균 지수가 두 달여 만에 15%가량 급등하며 새 기록을 쓰게 한 원동력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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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시장 체질 개선…펀더멘털이 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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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증시가 역사적 전고점까지 오르게 된 근본적인 원인으로 일본 당국의 자본시장 체질 개선 정책효과가 꼽힌다.
일본 정부는 2022년 4월, 주식시장을 대대적으로 개편하면서 △프라임△스탠더드△그로스 등 3개 시장으로 나눴다. 원래 1,2부 시장과 자스닥(한국판 코스닥)등 5개 시장이었던 시스템을 간소화 한 것. 우량주와 중소형주, 신흥 벤처주가 뒤죽박죽 섞여있다는 지적을 받고 시가총액 및 유통주식비율 등의 기준으로 재편해 국내외 투자자들이 직관적으로 시장을 구분하고 접근할 수 있도록 유도했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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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뒤인 2023년 3월, 일본 당국은 상장사들을 대상으로 'PBR 1배, ROE 8%'라는 구체적인 목표치를 제시했다. PBR(주가순자산비율)은 주가를 주당순자산가치로 나눈 값이다. 이 값이 1배보다 낮다는 건 회사가 가진 자산 가치에 비해 주식시장에서 평가받는 가치가 낮다는 의미다. ROE(자기자본이익률)는 당기순이익을 자기자본으로 나눈 값으로, 기업이 투입한 자본 대비 얼마나 벌었는지를 보여준다.
일본 당국은 "상장사의 60%가 PBR 1배에 미치지 못하거나 ROE 8%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며 적극적인 주주 친화 정책을 주문했다. 대표적인 게 배당금 정책과 자사주 매입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일본 당국이 상장사가 자산을 보다 효율적으로 사용하도록 압력을 가한 것"이라며 "이게 마침내 25년간 일본을 괴롭혀 온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 사고방식에서 벗어나게 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토요타와 혼다 같은 대기업들이 자사주 매입 계획을 발표하는 등 적극적인 변화를 보여주면서, 시장은 당국의 압박이 경영진의 행동에 극적인 변화를 이끌어냈다는 걸 확인한 셈"이라고 평가했다. 이런 움직임의 효과가 확인되면서 한국, 중국에서도 비슷한 기업가치 높이기 움직임도 인다.
아울러 올해 새롭게 도입된 '소액투자 비과세제도'(NISA)도 추가 상승 여력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일본은 주식 양도차익에 세금이 붙는데, 새로운 NISA는 비과세 한도액을 연간 납입 360만엔, 누적 1800만엔(약 1억6000만원)으로 3배 늘리고 기간도 무기한으로 늘려 외국인·기관 중심인 증시로 개인 투자자를 유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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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저'가 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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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김금보 기자 =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업무를 하고 있다. 2023.12.2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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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 엔저' 현상도 일본 증시 랠리에 우호적인 배경이 됐다. 실제로 달러-엔 평균 환율은 지난 2021년 평균 109.75엔에서 2023년 평균 140.49엔으로 급격하게 올랐다. 1달러에 준하는 엔화 가치가 하락했다는 의미다.
일본 정부는 '슈퍼 엔저'를 감내하더라도 금융 완화정책을 고수하겠다는 의지를 내보였다. 특히 코로나가 끝난 뒤 전 세계 국가들이 물가가 급등하자 금리를 줄줄 인상하는 중에도 일본만큼은 초저금리 정책을 고수했다. 엔화 가치 하락이 이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경기 침체 국면이 길었던 일본 입장에서는 엔저로 물가가 오르더라도 되레 반가운 상황이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슈퍼 엔저' 현상은 일본의 수출기업에 가격경쟁력을 더했고, 실적 호조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일본 기업들의 주당순이익(EPS)은 2012년 말에 비하면 2.8배 증가해 미국(2.1배), 유럽(1.5배)에 비해 높다고 전했다. 물가가 3% 정도 오르는 이례적인 상황을 맞아 일본은 기업의 이익 증가, 임금 상승 등으로 경제의 선순환이 이뤄지기를 바란다.
미국 뉴욕 증시에서 기술주를 중심으로 강세를 보인 것도 일본 증시엔 호재였다. 최근 미국 뉴욕 증시에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지수와 다우지수 등은 여러 차례 최고치를 경신하며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덕분에 일본의 반도체 관련 수혜주가 일제히 랠리를 이어갈 수 있었다. 구글, 애플, 메타 등 대형 기술업체가 생성 인공지능(AI) 등에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발표할 때마다, 최첨단 반도체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면서 일본 반도체 부품 및 관련주가 동반 상승했다.
김하늬 기자 hone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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