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부 기자들이 전하는 당최 모를 이상한 국회와 정치권 이야기입니다.”
지난 21일 더불어민주당 중앙당 선거관리위원장인 정필모 의원이 갑작스럽게 사의를 표명했습니다. 당은 ‘건강 상의 이유’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이 이유만으로는 석연치 않은 지점들이 있습니다. 취재를 해보니 당에서는 다른 배경이 있다는 이야기가 들려옵니다. 정 위원장에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정필모 더불어민주당 의원(중앙당 선거관리위원장) 출처 : 정 의원 페이스북 |
정 위원장의 사의 표명은 갑작스러웠습니다. 민주당은 지난 21일 오후 4시19분에 정 위원장이 ‘1차 경선 지역’ 개표 결과를 발표할 것이라고 출입 기자들에게 공지했습니다. 발표 예정 시간은 같은 날 오후 10시였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발표를 했던 인물은 부위원장인 강민정 의원이었습니다.
오후 4시19분까지는 정 위원장은 사의를 밝힌 것도 아니었고, 그만둔 상태도 아니었습니다. 그 사이 정 위원장이 그만두기로 결심한 겁니다. 강 부위원장은 발표 후 ‘정 위원장이 사임했느냐’고 묻는 기자들에게 “건강 상의 이유로 사임했다”고 답했습니다. 강 부위원장은 선관위원장이 다시 정해질 때까지 자신이 직무대행을 맡는다고도 전했습니다.
당에서 밝힌 강 위원장 사임의 공식 이유는 건강 문제입니다. 하지만 너무나 급하게 이뤄진 사의 결정의 이유로는 부족해 보입니다. 한 중앙당 선관위 관계자는 22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정 위원장이 지난번 회의(20일) 때 여론조사와 관련된 언론 보도를 언급하면서 우려를 표명했다”고 전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위원장이 기사 내용이 의도한 것과는 다르게 전달이 된 것 같다. 언론 대응에 주의를 해달라는 취지로 얘기했다”고 말했습니다.
해당 보도는 중앙일보 보도였습니다. ‘[단독] 홍영표 뺀 “정체불명 여론조사”···이재명 시장 때 용역업체 작품’이란 제목의 보도로, 이재명 대표가 성남시장이었던 2013년 용역을 받았던 여론조사 업체 리서치디앤에이(구 한국인텔리서치)가 이번에 당 여론조사 기관으로 참여했다는 내용입니다. 일부 현역 의원들을 배제하고 조사해 논란이 됐던 여론조사 기관이 이 대표와 연결돼 있다는 취지의 기사입니다.
이 보도는 정 위원장의 사의 표명에 영향을 준 한 가지 사건입니다. 전날 의원총회에서도 해당 보도를 인용해 의원들이 당 지도부를 비판했습니다. 한 의원은 이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한 비이재명계(비명계) 의원이 ‘당에서 돌린 게 맞느냐’, ‘중간에 업체가 끼어서 들어온 거라는데 문제 있는 것 아니냐’고 얘기했다”고 전했습니다.
민주당 내에서는 해당 업체가 공모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는 의혹도 나오고 있습니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공모를 통해서 3개 여론조사 업체를 선정했는데, 중간에 부족하다는 의견이 있었고 별다른 절차 없이 한국인텔리서치가 끼어들었다”고 전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해당 업체를 추천한 사람은 한 선관위원이고 문제가 불거지자 정 위원장이 압박을 받아 그만둔 것이라고 얘기했습니다.
공정한 공천이 맞았느냐를 두고 비명계는 반발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이 여론조사 기관을 두고 공방도 벌어지고 있습니다. 국회의원 의정활동 평가 하위 10% 통보를 받고 이날 재심을 신청한 박용진 의원은 재심 신청서에 해당 업체를 거론하며 “회사의 공정성에 대해 의심이 가해진 상황”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여론조사는 현역 의원 평가에서 13% 비중을 차지합니다. 민주당 현역 의원 평가 구성을 보면 지역활동 내에 ‘의원활동 만족도’가 있습니다. 권리당원 50, 일반국민 80으로 조사해 만점은 130점입니다. 총점 1000점 중에 130점으로, 단일 평가 항목 중에서는 배점이 가장 높습니다. 아래는 실제 현역 의원 평가를 위한 여론조사 문항입니다.
선출직 공직자 평가위원회입니다. 저희 평가위원회는 당 소속 국회의원의 지역활동 평가를 위해 권리당원 여론조사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모든 응답 내용은 비밀이 보장됩니다. 잠시만 시간을 내서 솔직하게 응답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선생님께서는 OOO 지역에 사시는 더불어민주당 권리당원이십니까?
맞으면 1번 아니면 2번을 눌러주세요. 권리당원님은 지난 3년여 동안 OOO 국회의원의 지역 활동에 대해 잘했다고 생각하십니까?
아니면 잘 못했다고 생각하십니까? 매우 잘했다면 1번, 대체로 잘했다면 2번, 대체로 잘 못했다면 3번, 매우 잘 못했다면 4번, 잘 모르겠다면 5번을 눌러주세요.
조사에 응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권리당원님의 소중한 응답은 국회의원 평가에 가감없이 반영될 것입니다.
어려움 속에서도 늘 당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보여주시는 권리당원님께 깊이 감사드리며 신뢰받는 민주당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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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관계자는 절차에 맞게 해당 업체가 들어왔는 지 확인이 필요한 문제라고 얘기했습니다. “필요하다면 새로 업체를 추가할 수는 있어요. 하지만 추가 공모를 하든가, 그게 정상적인 방법이겠죠.”
박순봉 기자 gabg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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