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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600년 인쇄골목’ 재개발에 밀려나나…상인들 “살길 마련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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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지방선거 이후 서울 ‘세운지구 업종 보존 정책’ 뒤집혀

경향신문

생존권 수호 총궐기대회 인쇄업 관련 종사자들이 지난 20일 서울 중구청 앞에서 세운지구 재개발로 인한 을지로 인쇄골목 소멸에 대해 우려하며 대안공간 설립을 요구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권도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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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가 세운지구 재개발을 본격화하면서 도심 인쇄업종 상인들이 서울시와 중구에 대안 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 당초 약속했던 대체공간 건립 계획이 무산되면서 일터 보전이 불투명해진 데 따른 것이다.

21일 오후 을지로와 충무로에서 인쇄업을 하는 상인들은 ‘생존권 수호를 위한 총궐기대회’를 열고 중구청에서 서울시청까지 행진했다.

이날 궐기대회에는 서울특별시인쇄정보산업협동조합(서울인쇄조합)과 인쇄인생존권수호대책위원회, 청계천을지로보호연대 등 인쇄인들과 시민 300여명이 참여했다.

서울시가 초고층 주거·업무 시설로 재개발을 추진 중인 세운지구는 중구·종로구에 걸쳐 구역별로 기계·정밀·공구업뿐 아니라 인쇄업까지 도심 제조업체들이 밀집해 있다.

서울시와 중구는 종묘 앞부터 퇴계로까지 이어지는 43만㎡ 규모의 재개발 대상지에 유지돼 온 이 같은 산업 집적지의 공적 가치를 인정해 보존 정책을 펼쳐왔다. 하지만 2022년 지방선거 이후 서울시장과 중구청장이 교체되며 기조가 바뀌었다.

이 일대가 개발돼도 인쇄산업의 명맥을 잇기 위해 조성하기로 한 서울메이커스파크(SMP지식산업센터)와 인쇄스마트앵커가 대표적이다.

두 시설 모두 인쇄산업 집적지인 세운6구역에 계획됐지만 관련 논의는 2022년 이후 답보 상태다. 상인들에 따르면 서울메이커스파크 건립 계획은 2021년 정부의 예비 타당성조사를 통과했으나 보류됐고, 중구에서 추진하던 인쇄산업시설 인쇄스마트앵커는 공사비 증액을 이유로 사실상 무산되는 수순이다.

인쇄산업계는 600년을 이어온 ‘충무로 인쇄골목’이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고 호소했다. 이 지역은 조선시대 활자 주조와 인쇄를 맡은 관청인 주자소가 1400년대부터 자리를 잡아 인쇄업이 발달한 역사가 있다.

특히 지자체가 이미 산업 보존의 필요성을 인정하고도 대책은 내놓지 않는 데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1991년부터 충무로에서 인쇄업을 하고 있는 이태영 젤기획 사장은 “중구는 인쇄업체 밀집지를 인쇄 특정개발진흥지구로 지정하고서도 인쇄스마트앵커 건립을 보류했다”고 말했다.

이에 인쇄인들은 현재 재개발 대상지에서 영업 중인 1429개 업체 중 세운지구 재정착을 원하는 이들을 모두 수용할 수 있도록 800호 규모의 공공임대사업장 조성을 요구했다. 신성상가와 진양상가 지하 2·3층 공간을 인쇄단지 공공임대사업장으로 활용하라는 것이다.

김윤중 서울인쇄조합 이사장은 “세운지구 재개발은 인쇄산업 생태계를 보존·재창조하는 방향으로 추진돼야 한다”고 말했다.

청계천을지로보존연대 활동가인 박은선 서울과기대 교수는 “세운지구에서 한 분야의 산업이 40~50년간 번성했다는 것은 산업 생태계가 살아 있다는 증거”라며 “멀쩡한 산업의 거점을 밀어버리고, 다른 쪽에서 산업 활성화를 말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했다.

유경선 기자 lights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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