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노조 파업에 점주가 ‘사용자 노조’ 만들어
쟁의권 뺏고 단협까지···법원 “부당노동행위”
지난달 24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 앞에서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 전경호 민주노총 택배노조 위원장을 비롯한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CJ 대한통운의 노조법상 사용자성 여부에 관한 2심 판결 선고 관련 기자회견 중 손팻말을 들고 있다. 조태형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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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노동자들의 쟁의행위를 방해하기 위해 회사노조를 설립한 CJ대한통운 집배점주(대리점주)들이 노동위원회에 이어 법원에서도 ‘부당노동행위’ 판결을 받았다.
21일 경향신문 취재 결과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재판장 최수진)는 지난 2일 CJ대한통운 조치원집배점주 A씨 등이 제기한 부당노동행위 구제재심판정 취소소송에서 ‘집배점주들이 노조의 쟁의행위를 저지하기 위해 회사 노조를 만든 것은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
2021년 CJ대한통운 조치원·신세종 집배점주들과 택배노조 CJ대한통운 세종지회는 단체교섭을 몇 차례 진행했지만 결렬됐다. 택배노조는 2022년 2월 한 달여간 파업을 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이 무렵 집배점주들은 국민노조 산하 지회를 만들어 집배점과 단체협약을 체결했다. 신세종집배점주 B씨의 남편, 부강집배점의 실질적 집배점주로 대리점주연합회 간부를 지내기도 한 C씨 등 사용자 측 이해관계를 가진 이들이 여기에 참여했다.
점주들은 집배점 소속 노동자들에게 국민노조 가입을 권유·유도하기도 했다. 한 국민노조 소속 노동자는 “집배점주가 ‘국민노조에 가입해서 택배노조와 싸워 쟁의권을 빼앗아 와야 한다’며 도와달라고 했다”는 취지로 말했다. 또 다른 국민노조 소속 노동자는 “사인을 하라고 그러기에 사인했다”고 말했다.
이들이 만든 ‘사용자 노조’가 과반수노조가 되면서 기존 택배노조는 쟁의권을 빼앗겼다. 국민노조 지회는 2022년 6월 집배점들과 단체협약도 체결했다. 택배노조는 “택배 노동자의 과로사 문제를 유발했던 당일배송, 당일집화 원칙과 주 6일 근무를 명시했다”며 “택배 노동자의 복무규율만 강화하는 등 근로조건 유지와 향상을 목적으로 하는 단체협약 체결의 취지를 무색하게 하는 내용”이라고 주장했다.
충남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는 집배점주들의 이 같은 행위가 부당노동행위라고 판정했다. 집배점주들은 이에 불복해 2022년 12월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원고들이 지회 설립을 계획·주도하고 집배점 노동자들에게 지회 가입을 권유·유도한 행위, 원고들과 이해관계를 같이 하는 C씨가 지회 조합원으로 가입해 원고들의 행위에 동참했다”며 “사용자의 입장을 대변하는 노조를 설립해 택배노조의 파업 등 쟁의행위를 저지하려는 목적이 개입된 것으로 보여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했다.
박채연 기자 applau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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