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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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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갈 걱정 없는 연금이 있다?"…'고차방정식'으로 가는 연금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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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국민연금은 태생적으로 미래세대에 불리하게 설계된 제도다. 국민연금에 일찌감치 가입한 세대는 낸 돈보다 훨씬 많은 돈을 받았다. 초기 제도 안착을 위한 불가피한 조치였다. 국민연금의 구조적 문제를 바로잡기 위한 노력이 연금개혁이다.

그런데 연금개혁 논의는 보험료율 인상 등 모든 세대의 희생을 강요하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혜택은 구세대가 독점하고 고통은 신세대가 떠안아야 하는 구조다. 청년들은 불만을 가질 수밖에 없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세대간 형평성을 강조한 국민연금 구조개혁 방안을 제시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KDI "미래세대 위한 신연금 도입하자"

이강구·신승룡 KDI 연구위원이 21일 발표한 '국민연금 구조개혁 방안' 보고서는 국민연금 기금계정의 이원화로 요약할 수 있다. 연구진은 이원화된 국민연금을 각각 신(新)연금과 구(舊)연금이라고 표현했다. 신연금은 연금개혁 이후에 쌓일 적립금으로 운영한다. 구연금은 연금개혁 이전에 쌓인 적립금으로만 관리한다.

연구진은 세대간 형평성을 고려해 국민연금을 신연금과 구연금으로 구분했다. 신연금은 미래세대를 위한 연금이다. 미래세대가 낸 돈만큼(기대수익비 1) 돌려받는다. '내는 돈'인 보험료율을 현행 9%에서 15.5% 내외로 올리면 '받는 돈'인 소득대체율을 현행 40% 수준에서 기금 고갈 없이 운영할 수 있다는 게 연구진의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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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뉴스1) 김기남 기자 = 이강구, 신승룡 KDI 재정사회정책연구부 연구위원이 21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 국민연금 구조개혁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2024.2.21/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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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연금은 현재 국민연금을 받고 있는 세대를 위한 연금이다. 지금까지 쌓인 적립금으로만 운영하기 때문에 일정 시점 후 기금소진이 불가피하다. 구연금 소진 시점은 2046년으로 예상된다. 기금이 소진되더라도 구연금을 받던 세대에 연금을 지급해야 한다. 연구진 계산대로라면 구연금의 재정 부족분이 2024년 가치로 609조원에 이른다.


정부도 연금개혁 세대간 형평성 고민…보험료율 인상 차등 제안

구연금의 재정 부족분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는 정부 재정 투입을 제시했다. 이강구 연구위원은 "이른 시점에 빠른 속도로 일반 재정을 투입해야만 재정 부담이 최소화된다"며 "연금개혁을 하지 못하고 연금개혁이 5년 정도 늦춰진다고라고 하면 일반 재정의 부담은 260조원 정도 증가하는 것으로 계산됐다"고 말했다.

KDI의 제안은 방식의 차이만 있을 뿐 정부도 고민하고 있던 부분이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10월 국회에 제출한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연금개혁 정부안)에 세대간 형평성 제고 방안을 담았다. 정부안은 보험료율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전제하고, 세대별 형평성을 고려해 보험료율 인상 속도를 연령그룹에 따라 차등하자는 내용이다.

가령 보험료율을 5%포인트(p) 올린다고 가정하면, 50대는 5년 동안 5%p 인상하고 20대는 20년 동안 5%p씩 올리자는 게 정부의 구상이다. 그만큼 청년세대의 부담을 줄일 수 있다. 보험료율 인상속도에 차등을 두는 건 정부안을 만들기 위해 운영한 자문위원회에서도 거론되지 않았던 부분이다. 정부가 연금개혁의 성패 중 하나로 세대간 형평성을 고려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KDI는 신연금에 한해 확정기여형(DC)을 도입하자는 주장도 내놓았다. 현행 국민연금은 가입이력 등에 따라 국민연금 실질급여가 미리 결정되는 확정급여형(DB)이다. 확정기여형을 도입하면 보험료와 운용수익, 기대수익 등에 따라 국민연금 실질급여가 결정된다. 정부도 국민연금의 확정기여형 전환을 사회적 논의과제로 제시한 상태다.

세종=정현수 기자 gustn99@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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