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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27 (토)

[사설] 의대쏠림으로는 미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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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대학 정시모집에서 대기업 계약학과에 합격하고도 등록하지 않은 학생이 속출했다. 종로학원에 따르면 삼성전자 계약학과인 연세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정시모집 결과 모집인원 25명에 추가합격자를 포함한 55명(220.0%)이 등록을 포기했다. 지난해 등록 포기율(130.0%)보다 2배 가까이 증가한 수치다.

연세대 컴퓨터과학과도 35명 모집에 64명이 미등록해 미등록률이 182.9%를 기록했다. 이 역시 지난해(120.6%)보다 높아진 것이며, 디스플레이융합공학 역시 미등록률이 85.7%로 전년(81.8%)보다 상승했다.

고려대의 경우 SK하이닉스 계약학과인 반도체공학과가 10명 모집에 10명이 등록을 포기(미등록률 100%)한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 계약학과인 고려대 차세대통신학과의 미등록률은 140.0%(지난해 50.0%), 현대자동차 계약학과인 고려대 스마트모빌리티학부 미등록률은 105.0%(지난해 50.0%)로 모두 전년 대비 상승했다.

이는 최초합격자와 추가합격자 일부가 중복합격으로 의대, 서울대 등으로 빠져나갔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종로학원은 “이공계 상위권 학과 이탈이 늘어났고, 의대와 서울대 등으로 연쇄 이동이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전자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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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학과는 기업이 인력을 수혈 받기 위해 학교와 만든 학과다. 이 학과에 진학한 학생은 취업을 보장받는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SK하이닉스 등 국내 굴지의 대기업이 채용을 담보해도 학생들이 의대로 빠져나가고 있다는 얘기다.

의대광풍이 어제 오늘 일은 아니지만 심각성이 이루 말할 수 없을 지경이다. 사람이 없고, 기피하는 데 산업경쟁력이 제대로 갖춰질 수 있겠는가.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최근 반도체·디스플레이·이차전지 등 6대 첨단산업에서 한국의 점유율이 낮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이 수년간 1위를 유지한 반면 한국은 2018년 2위에서 2022년 5위로 밀려난 것으로 나타났다.

개인 선택을 강요할 수 없다. 그러나 의대쏠림은 손놓고 있을 문제가 아니다. 가뜩이나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경제는 성장엔진이 식어가고 있다. 의대에 인재들이 몰리는 건 직업 안정성이 높고 장래성도 보장 받기 때문이다. 남보다 더 큰 보상을 받아서다.

능력에 걸맞는 대우 없이 산업계에 인재들이 오길 바라는 건 허황된 꿈이다. 파격적으로 대우하거나, 이도 안 되면 사회적으로 존중하는 환경을 만들어야 하는데, 우리 사회는 이를 실현하기는 커녕 반대로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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