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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1 (일)

“농사 망한 것도 속상한데, 사과를 수입한다고?” 기후재난 당한 농민이 작심했다 [지구, 뭐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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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농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농산물 성수품 중 사과, 배 도매가격이 1년 전과 비교해 크게 올랐다. 지난 1월 22일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청과물시장 내 한 상점에 사과가 진열되어 있다. 임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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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주소현 기자] “어디 선진국에서 좋은 정치인을 수입해올 수는 없나요?”

경남 함양에서 대를 이어 사과 농사를 짓는 마용운 씨. 지난해에는 마씨의 가족이 사과 농사를 시작한 이래 사과꽃이 가장 이르게 폈다. 마씨는 “4월 말에 펴야 할 사과꽃이 작년에는 4월 8일부터 피기 시작했다”며 “정작 4월 말에는 된서리가 내리면서 사과꽃이 얼어 죽었다”고 설명했다.

뒤늦게 찾아온 꽃샘 추위에 기록적인 폭우가 더해지면서 지난해 사과 농사는 한 마디로 망했다. 열매가 100개는 달려야 할 다 큰 나무에 사과가 8~9개만 열릴 정도의 피해가 속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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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4월27일 서리를 맞은 사과꽃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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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 생산량 저하는 가격 폭등으로 이어졌다. 제수용 사과 가격이 50~100%씩 뛰면서 명절 밥상 물가를 끌어올렸다.

이에 대응하는 정부 정책은 다름 아닌 사과 수입이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미국 및 뉴질랜드와 사과 수입 검역 등을 협의 중이다. 지금껏 생과인 채로 사과를 공식 수입한 적은 없었다.

마씨는 “사과 값 폭등의 근본 원인인 기후위기를 어떻게 극복하고 적응할지 생각은 없이 우리 정부는 냉큼 수입하겠다고 한다”며 “어디 선진국에서 좋은 정치인을 수입해서 앉혀 놓고 싶은 게 농민의 마음”이라고 자조했다.

제22대 국회의원 선거가 채 50일 남지 않으면서 기후유권자들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한 해 농사를 망친 농민, 반복되는 물난리에 집이 잠긴 주민, 산업 전환으로 일자리를 잃게 될 노동자, 표심을 정하지 못한 청년들이 기후유권자를 자처하고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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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정치바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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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에서 기후정치바람 주최로 열린 기후총선집담회에서 토론자로 나선 이들은 기후재난이 심각해지는 만큼 정치가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동작구 상도동에 거주하는 김소영 씨도 2022년 여름 기록적인 폭우로 침수 피해를 입었다. 처음 겪는 일은 아니었다. 이 일대는 상습 침수 지역이다. 재난 수준의 폭우가 더 자주, 더 큰 강도로 찾아오지만 대책은 바뀌지 않았다는 게 김씨의 설명이다.

김소영씨는 “복구를 마친 후 다시 설치한 차수막은 이전과 높이가 같았다”며 “이번에는 5000가구 이상이 물에 잠겼다. 다음에 또 비슷한 폭우가 찾아오면 이 동네는 또 무너질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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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부 지방에 80년 만에 기록적인 폭우가 내린 2022년 8월 9일 물에 잠긴 서울 지하철 7호선 이수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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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곧 기후 의제를 고민하고, 공약을 내놓을 후보자를 기다리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박혜민 뉴웨이즈 대표는 “과거 마음을 굳히지 못한 ‘스윙 보터’가 선거를 좌우했다면 이제는 능동적 적극적으로 뽑을 만한 후보의 기준을 제시하는 ‘퓨처보터’가 있다”며 “다양한 기후 당사자의 얼굴을 한 후보자가 나설 시간이 2~3주 남아있다”고 말했다.

서복경 더가능연구소 대표도 정치권에 기후유권자의 실체가 있으니 관련 공약을 내는 데 주저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서복경 대표는 “기후위기를 극복하는 정책을 실현하려면 시민적 동의가 절대적인데 선거 결과를 바꿀 만한 크기의 유권자가 있다”며 “기후유권자를 움직이면 기후정치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한편, 기후정치바람이 지난해 12월 1일부터 27일까지 전국의 만 18세 이상 남녀 1만7000명을 대상으로 한 기후위기 인식 설문에서 응답자 중 33.5%가 기후유권자로 조사됐다. 기후유권자란 기후 의제를 잘 알고 민감하게 반응하며, 이를 중심으로 투표 선택을 고려하는 유권자를 가리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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