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급차 타고 응급실 왔다가 인파 보고 돌아가기도
암투병·임신부 "수술날 밀린다니…하루하루 불안"
21일 서울의 한 대학병원 응급의료센터로 환자가 이송되고 있다. 2024.2.21/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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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이기범 장성희 기자 = "응급실에 대기 환자가 너무 많다며 기다리라고만 하네요."
"전공의가 없어 수술이 없고 수술이 없어 검사받는 환자도 줄었습니다."
전공의의 집단 이탈 이틀째인 21일 서울 시내 주요 병원에는 긴박함과 한산함이 공존했다. 전공의가 대거 빠지면서 수술이 절반 이하로 줄었고 진료가 축소되면서 수술실과 진료실이 평소보다 한산했지만 응급실은 대기 환자가 길게 늘어 대조를 이뤘다.
◇ 전공의 빠진 응급실 대기 환자 포화…"다른 병원 알아봐라"
경기 광명에 사는 20대 여성 A 씨는 목관 삽입 수술 후유증으로 이날 오전 신촌세브란스병원을 찾았다. 그러나 응급실 접수가 마감됐다며 다른 병원을 알아보라는 안내를 받았다.
함께 온 동생 B 씨는 "언니의 수술 부위가 잘 아물지 않아 예정된 진료를 앞당길 수 있냐고 물었더니 전공의 파업 등으로 어렵다는 안내를 받았다"며 "급한 마음에 응급실로 왔는데 일단 기다리라고 해 대기 중"이라고 말했다. B 씨는 "사람이 죽을 수도 있는데 정부와 의사의 기 싸움에 국민이 피해를 보는 게 맞는지 모르겠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신촌세브란스 응급실에는 구급차를 타고 왔다가 대기자를 보고 돌아가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응급실 앞에는 "과밀화로 중증환자 위주로 진료하고 있으니 양해해 달라"는 내용의 안내판이 서 있었다.
서울대병원 응급실 앞에서 만난 40대 여성 C 씨는 "우리는 응급실 진료를 보고 퇴원한다"면서도 "다른 병원에서는 응급실 환자를 안 받아서 사람들이 묶여있다고 한다"고 말했다. C 씨는 전공의가 없어 의료진들이 바쁘고 힘들어 보였다고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21일 오후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대기 중인 시민들이 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 브리핑을 시청하고 있다. 2024.2.21/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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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아암 환자·임신부 "하루하루 불안·걱정"
그러나 파업 소식에 환자가 쏠린 19일과 달리 이날 병원 전체로는 평소보다 한산한 편이었다. 전공의 파업에 대비해 수술·진료·입원 일정을 조정한 영향으로 보인다.
서울대병원 관계자는 "평소 같으면 입원 환자의 침대가 오가느라 정신이 없는데 오늘은 침대 이동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평일 수술실 환자 이송이 100여 건이라면 지금은 50건 이하"라고 설명했다.
환자들은 수술 축소에 불편을 호소했다.
서울대병원 환자들은 단체 카톡방에서 "파업 때문에 협진도 수술도 늦어지고 환자들만 애가 탄다" "수술 날짜가 뒤로 밀린다고 해서 지방 병원을 알아볼까 한다" "항암 치료를 기다리는데 하루하루가 걱정" 등 불안감을 토로했다.
자녀의 암 투병으로 제주에서 서울대병원으로 왔다는 30대 여성 D 씨는 "조혈모세포 이식이 연기될 수 있다고 다른 소아암 환자 엄마들이 말한다"며 "우리처럼 장거리 치료를 받는 사람은 계획이 다 틀어질 것"이라고 걱정했다.
3년째 방광암 투병 중인 남편과 함께 신촌세브란스를 찾은 최 모 씨(80)는 "남편 나이가 많은데 의사들이 환자를 볼모로 이렇게 하면 안 된다"며 "경기가 나빠 먹고살기 힘든 사람도 많다"고 울분을 토했다.
서울 시내 대학병원 수술실 앞에 텅빈 침대가 놓여 있다. 2024.2.21/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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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부들도 불안감을 호소했다. 출산을 두 달여 앞두고 신촌세브란스병원을 찾은 서 모 씨(37)는 "출산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전공의들이 갑자기 파업한다니 마음이 불편하다"면서 "암에 걸려 생사기로에 있는 분도 있는데 그들을 두고 의사들이 진료 현장을 떠나니 안타깝다"고 착잡한 표정을 지었다.
보건복지부가 주요 100개 수련병원을 점검한 결과 20일 오후 10시 현재 소속 전공의의 71.2%인 8816명이 사직서를 냈다. 그중 근무지 이탈자는 63.1%인 7813명에 이른다.
Ktig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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