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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27 (토)

"의대 증원 2000명도 부족"…정부, 증원 인력 산출 근거 적극 설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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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희 기자(eday@pressian.com)]
집단행동을 결의한 후 8000명에 가까운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다. 의사 부족으로 인해 수술이 어려워진 환자가 국군병원에서 대신 수술을 받은 사례가 나오는 등 본격적으로 의료 공백이 시작됐다.

한편 정부와 의사 집단 간 적정 의사 수 기준에 관한 이견이 이어지는 가운데, 이날 정부는 의대 증원 인력 2000명을 산정한 근거를 보다 세밀히 밝혔다. 현 여건상 실제 필요한 인력보다 현저히 작은 인력을 증원한다는 게 정부 입장이다.

전공의 63% 수준, 실제 병원 이탈

전공의의 집단행동 이틀째인 2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중앙사고수습본부 브리핑에서 박민수 중수본 부본부장(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주요 100개 수련병원 현황을 확인한 결과를 이 같이 밝혔다.

중수본에 따르면 전날(20일) 밤 10시 기준 주요 100대 수련병원에서 소속 전공의의 71.2% 수준인 8816명의 전공의가 사직서를 제출했다. 다만 수리된 사직서는 없다.

실제로 병원을 이탈한 전공의는 전체의 63.1%인 7813명이었다.

이번 조사 결과는 정부가 상위 50개 수련병원을 직접 현장점검하고 나머지 50개 병원은 제출한 결과를 종합해 나왔다.

정부는 이에 따라 현장점검에서 근무지 이탈을 직접 확인한 전공의 6112명 중 이미 업무개시명령을 받은 715명을 제외한 나머지 5397명의 전공의에게 업무개시명령을 발령했다.

의대생의 휴학 상황도 확인됐다. 교육부가 40개 대학을 확인한 결과 20일 기준 27개 대학교에서 7620명이 휴학을 신청했다.

이 가운데 6개교에서 30명의 휴학을 허가했으나 이번 동맹휴학과는 별개 사례로 파악됐다. 현재 각 학교는 신청 휴학 중 동맹휴학에 해당하는지 등의 요건 충족 기준을 검토 중이다.

3개교에서는 수업 거부가 실제 일어났다.

프레시안

▲20일 정부와 의료계에 따르면 서울대·세브란스·삼성서울·서울아산·서울성모병원 등 '빅5' 병원의 전공의들이 오전 6시를 기해 근무를 중단했다. 사진은 이날 오후 서울의 한 대형병원 응급실 앞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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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병원서 민간인 4명 치료노인 수술 환자도 포함

전공의 집단행동 결과 발생한 피해 사례도 집계됐다. 전날 저녁 6시 기준 의사 집단행동 피해신고지원센터에 신규 접수된 피해 사례는 총 58건이었다.

전공의 집단행동이 본격화함에 따라 실제 병원에서 치료가 어려워져 군 병원에서 대신 치료를 받은 민간인 사례도 실제 확인되고 있다. 군에 따르면 이날(21일) 오전 8시 현재 경기 성남 국군수도병원에서 2명, 국군대전병원에서 1명(예비역), 국군포천병원에서 1명(군인 가족) 등 총 4명의 민간인이 군 병원에서 진료를 받았다.

이 가운데 수도병원에 입원한 한 남성은 84세 고관절 골절 환자로, 민간 대학병원 3곳을 찾아 다녔으나 전공의가 부재해 수술이 어렵자 수도병원에서 대신 수술 받은 사례다.

박 차관은 이 사례를 언급하며 "환자 가족은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한 집단행동을 비판하면서도 이제 가족을 잃지 않아도 된다는 안도감에 눈물이 날 정도로 감사하다는 말씀을 하셨다"며 "그 감사는 오직 환자의 생명을 살리고 환자에게 새로운 삶의 희망을 줄 수 있는 의사 여러분만이 받을 수 있는 감사"라고 강조했다.

이어 "집단행동으로는 국민으로부터 어떠한 공감과 지지도 얻을 수 없다"며 전공의의 업무 복귀를 다시금 촉구했다.

"지금처럼 가면 2035년에 의사 1만 명 이상 부족"

한편 이날 정부는 적정 의사 수에 관한 논란이 이어지자 의대 증원 수를 2000명으로 결정한 근거를 보다 세밀히 발표했다.

정부는 한국보건사회연구원, 한국개발연구원(KDI), 서울대 등 총 3개 기관의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의사 수 부족 상황을 확인한 후 현 교육 여건에 맞춰 2000명의 증원을 결정했다고 이날 밝혔다.

실제 필요한 의사 증원 수는 훨씬 컸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조사 결과는 2020년 나왔다. 과거 의료 이용량과 활동 의사 수 추이를 토대로 미래 수급을 예측했다. 한 해 의사의 진료일을 공휴일 제외 265일로 계산했고 의사의 환자 진료량이 지금과 같은 수준으로 유지된다고 보는 등 보수적 가정을 한 결과 2035년에는 9654명의 의사가 부족하다고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예측했다.

KDI는 장래 인구 추계와 연령별 의료 이용량을 토대로 미래 의료 수요를 예측한 후, 의사의 연령별 이탈률을 적용해 의사 공급량을 결정해 이와 비교했다. 그 결과 2035년에는 1만650명, 2050년에는 2만2000명의 의사가 부족하다고 2022년 밝혔다.

서울대도 KDI와 마찬가지로 장래 인구 추계와 연령별 의료 이용량을 토대로 미래 의료 수요를 추정했다. 다만 의사 공급은 과거 추이를 토대로 산출했다. 그 결과 2035년에는 1만816명, 2050년에는 2만6570명의 의사가 부족한 것으로 예측했다.

아무리 보수적으로 봐도 1만 명가량의 의사가 부족한데 실제 증원 인력은 그 5분의 1 수준에 그친다는 소리다.

박 차관은 "위 3개 연구에 추가적으로 의료 수요인 의사의 노동 시간 축소 필요성, 새로운 수요의 증가 경향, 그리고 제약 바이오 등 임상 외의 분야의 의사 수요를 반영한다면 필요 의사 인력은 더 늘어난다"며 "정부는 위 3개 연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의대 증원 규모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는 앞서 지난 20일 MBC에서 김윤 서울의대 교수가 설명한 상황과 동일하다.

김 교수는 이날 인터뷰에서 "한국의 의사 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60% 수준인데 2050년까지 노인 인구 증가로 인해 부족해지는 의사 수는 6만5000명에 달한다"며 "그 인력을 충원하려면 15년 동안 4500명의 정원을 늘려야 하는데 2000명이면 필요한 의사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고 지적했다.

박 차관은 이탈 전공의들을 향해 "거듭 요청드리지만 환자 곁으로 즉시 복귀하시고 정부와의 대화에 참여하라"며 "지금 복귀하면 아직 처분이 나간 것이 아니므로 모든 것이 정상을 회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의대 증원 수준은 협상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박 차관은 "2000명은 현재의 교육 여건 등을 고려한 최소 인원"이라며 "2035년에 1만5000명이 부족하다고 가정할 경우 이를 다 증원하려면 3000명으로 증원 규모를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정부의 현재 판단은 2000명도 부족하다는 것"이라며 "이를 두고 (전공의들이) 환자를 볼모로 파업해서 그걸(증원 수를) 줄이고자 한다는 게, 기본 전제 자체가 말이 되지 않는다"고 일침했다.

프레시안

▲전공의 집단이탈이 시작된지 이틀째인 21일 광주 동구 조선대병원에서 환자 보호자들이 퇴원 수속을 밟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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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희 기자(eday@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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