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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27 (토)

美 대형은행, 상업용 부동산 대출 연체 3배 증가…대손충당금 줄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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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DIC 자료…6대銀 CRE 연체 93억달러

"대손 충당금 비율 현실화 필요"

지난해 미국 대형은행에서 상업용 부동산 대출 연체 규모가 세 배 이상 늘어나며 대손충당금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뉴욕커뮤니티뱅코프(NYCB)와 같은 중소형 은행과 달리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평가받는 대형은행 역시 상업용 부동산 부실 위험에 노출되면서 자본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시아경제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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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현지시간) 주요 외신은 미국 연방예금보험공사(FDIC) 자료를 분석한 결과 미국 6대 은행(JP모건,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웰스파고, 씨티그룹,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이 30일 이상 연체된 상업용 부동산 대출 1달러당 쌓아 둔 대손충당금은 2022년 1.6달러에서 2023년 0.9달러로 감소했다고 보도했다.

대손충당금은 은행이 대출을 회수하지 못하는 상황에 대비해 미리 비용으로 처리하는 항목이다. 연체된 대출 보다 충당금 규모가 작다는 건 30일 이상 원리금을 갚지 못한 대출이 전액 부실화되면 현재 쌓아 놓은 충당금으로는 커버하지 못한다는 의미다. 이들 6개 은행에서 지난 1년간 대출 연체 규모가 93억달러로 세 배 이상 늘어나면서 대손충당금이 줄었다.

미국 은행권 전체로 보면 연체가 발생한 상업용 부동산 대출 1달러당 대손충당금은 2022년 2.2달러에서 2023년 1.4달러로 줄었다. 6대 은행 보다는 여유가 있지만, 최근 7년 동안 가장 낮은 수준이다. 상업용 부동산 대출 연체 규모가 243억달러로 1년 만에 두 배 이상 늘어난 여파다.

뱅크레그데이터의 빌 모어랜드는 "대손충당금이 훨씬 더 높아야 한다는 사실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며 "6개월 전 괜찮아 보였던 은행들은 다음 분기에는 그렇게 좋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은행은 건전성 제고를 위해 대손충당금을 늘려야 하지만, 수익성 악화 우려로 충당금 적립 시점을 지연시키는 편이다. 금융당국도 과거 손실률을 기반으로 충당금을 쌓도록 하고 있어 은행 자본 규제엔 최근 상업용 부동산 침체 상황이 반영되지 않았다. 이 같은 괴리가 은행의 잠재적 건전성 위기를 자극할 수 있는 셈이다. 현재 금융당국은 신용카드 대출과 같은 무담보 대출엔 10%, 채무불이행(디폴트) 우려가 낮은 상업용 부동산 대출엔 2~3%의 대손충당금 적립을 요구하고 있다.

시카고 부스 경영대학원의 자오 그랜자 회계학 교수는 "어느 시점에 공실률이 높게 유지되면 부동산 소유주들은 대출을 갚지 못하고 은행은 압류 조치할 것"이라며 "역사적 손실률은 낮지만 은행들이 지난 일에만 의존할 게 아니라 앞으로 예상되는 손실을 예측했는지를 살펴야만 한다"고 말했다.

상업용 부동산 회사인 CBRE의 글로벌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리차드 바크햄은 "대손충당금 하락은 근본적으로 잘못된 행동"이라며 "뱅크레그 데이터에 따르면 향후 5년 안에 은행들의 상업용 부동산 대출 손실이 현재 대손충당금 310억달러의 두 배인 600억달러로 늘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대형 은행들은 상업용 부동산 연체 증가로 대손충당금은 줄어들고 있지만, 건전성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BoA는 지난해 12월 담보 가치가 하락한 상업용 부동산 대출 규모가 50억달러로 은행 전체 자산 3조2000억달러, 수익 300억달러에 비춰 극히 일부라고 설명했다.



뉴욕=권해영 특파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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