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씨는 2014년 11월 히타치조선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1·2심이 이씨에게 배상금 5000만원과 지연손해금(이자)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하자 히타치조선은 2019년 1월 이씨 측의 가집행(미확정된 판결에 의해 이뤄지는 강제집행)을 염려해 강제집행 정지를 신청했고, 그 담보 성격으로 6000만원을 법원에 공탁했다.
대법원은 지난해 12월 28일 상고를 기각하며 이씨의 승소를 확정했다. 다만 대법원 선고를 받기 전 이씨가 사망하면서 소송은 이씨 유족이 마무리했다. 이 소송은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배상청구권이 처음으로 인정된 2012년 대법원 판결 이후 다른 피해자들이 용기를 얻어 제기한 일련의 소송 가운데 하나여서 ‘2차 강제동원 소송’으로 불린다.
이씨 측은 대법원 확정판결을 토대로 히타치조선이 공탁한 돈을 배상금으로 받기 위한 절차를 밟았다. 지난달 10일 서울중앙지법에 히타치조선의 공탁금 전체에 대한 압류 추심 명령을 내려달라는 신청서를 접수했고, 서울중앙지법은 같은 달 23일 이 신청을 받아들였다. 서울고등법원은 6일 이 공탁금에 대한 담보 취소를 결정한 뒤, 담보 취소 결정문을 히타치조선에 송달했다. 이어 담보가 있는 서울중앙지법으로부터 공탁금 출급 신청을 인정받아 이날 돈을 확보한 것이다.
일본 기업이 자발적으로 법원에 낸 공탁금이 피해자에 대한 배상금으로 쓰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일본 강제징용 피고 기업 가운데 법원에 공탁금을 걸어둔 사례는 히타치조선 외에는 없어 사실상의 유일한 사례가 될 소지가 크다.
이씨 측 대리인인 법률사무소 헤아림 이민 변호사는 “일본 기업이 자발적으로 낸 돈이 강제징용 피해자에게 전달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비록 배상금의 일부이긴 하지만 사실상 일본 기업에 의해 직접 배상이 이뤄졌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씨 측이 받아야 하는 법원 확정 배상금 5000만원과 그에 따른 지연이자는 6000만원이 넘는 규모다. 이씨 측은 나머지 금액은 행정안전부 산하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의 ‘제3자 변제’ 해법에 따른 방안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기로 했다.
한편, 일본 정부 대변인인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은 “본건은 공탁금이 법원에 맡겨진 점에서 특수하고, 같은 종류의 사안에서도 다른 예가 없다”며 “엄중한 항의의 뜻을 한국 정부에 적당히 전달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윤지원 기자 yoon.jiwo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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