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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제3지대의 예고된 분열, 구태정치로는 설 땅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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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개혁신당 합당 철회
(서울=연합뉴스) 한상균, 신준희 기자 = 개혁신당 이낙연 공동대표가 20일 합당 철회를 선언했다. 오른쪽은 이날 여의도 새로운 미래 당사에서 합당 철회 기자회견 하는 이낙연 공동대표. 왼쪽은 한 시간 후 국회에서 기자회견 하는 이준석 공동대표. 2024.2.20 xyz@yna.co.kr


(서울-연합뉴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에서 탈당한 인사들이 만든 제3지대 정당들이 통합해 '개혁신당' 간판을 내걸고 창당에 합의한 지 11일 만에 다시 각자도생의 길로 들어섰다. 선거 주도권을 놓고 목불인견의 힘겨루기를 벌이다 정식 출범도 못한 채 제3지대 '빅텐트'가 해체됐다. 합리적 보수와 진보를 아우르는 대안정당이 되겠다는 약속이 무색해졌다.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거대 양당의 비주류가 탈당해 한 지붕 아래 모였다가 해체의 길을 걷는 것은 그다지 낯설지 않은 풍경이지만, 이번처럼 창당대회도 하지 못하고 각자의 길로 헤어진 것은 우리 정치사에 유례가 없는 일이다. 국민의 먹고사는 문제와 무관한 사적 이익 앞에서 분열과 반목을 거듭하는 한국정치의 단면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하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 계열과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 계열이 주축이 돼 모인 통합 개혁신당의 파국은 시간문제와 다름없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각자 이념과 정체성, 추구하는 가치가 다른 정파 간 화학적 결합이었던 탓이 크다. 사실 이들을 하나로 묶은 것은 거대 양당에서 비주류로 있는 한 공천을 받기 어렵다는 현실과, 그럴 바엔 일단 모여서 정치 활로를 모색해보려는 생존 욕구였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러한 '묻지마 통합'은 배복주 전 정의당 부대표의 개혁신당 합류 문제를 두고 그 한계를 노출했다. 이준석 공동대표는 배 전 부대표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의 출근길 지하철 탑승 시위를 옹호하는 것을 두고 신당의 가치와 맞지 않는다며 입당에 반대했으나, 이낙연 공동대표 측은 특정인 배제는 민주주의 원칙에 어긋난다며 포용론을 폈다. 양측이 정치적 이해관계에 빠져 이념의 간극을 간과한 것이 조기 결별이란 화를 부른 셈이다. 신경전은 결국 선거 지휘권 쟁탈전으로 확전되면서 파국을 맞이했다. 이준석, 이낙연 공동대표는 통합 철회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하면서 서로에게 책임을 미루는 듯한 언급을 내놨다. 정치 지도자의 지위와 거리가 먼 구차한 태도다. 두 사람의 사과가 진정성을 얻으려면 먼저 명분 없는 통합을 한 잘못을 시인하는 게 선행돼야 한다.

이준석, 이낙연 공동대표는 각각 국민의힘과 민주당 주류를 패권주의 세력으로 몰아 탈당을 감행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두 사람은 이를 제3지대 통합의 명분으로 삼아 양극단을 배제한 중도 실용의 정치를 실현하겠다고 했으나, 사사건건 부딪치며 파열음을 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신당 지지율이 5% 안팎을 벗어나지 못하는 것도 신당에 기대를 건 유권자들의 실망감이 반영된 것임을 당사자들은 자각해야 한다.

다시 각자도생의 길로 들어선 제3지대 정당에 필요한 것은 말할 나위 없이 언행일치일 것이다. 차별화된 가치와 비전, 정책을 내놓는 것도 중요하나, 이를 당 운영과 공천 과정에 구현하지 않는다면 당장 지지층의 외면을 사고 선거철에 명멸한 소수 정당의 전철을 밟을 수밖에 없다. 새 정치를 외치며 거대 양당을 박차고 나온 초심으로 돌아가기 바란다. 그것이 중도 표심을 얻는 유일한 방법임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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