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험 산모 인질 잡은 꼴" 비판
1년 전 예약한 자녀 수술도 취소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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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증원에 반발하는 대형병원 전공의들이 진료를 중단하면서 출산을 앞둔 산모들이 비상이다. 전공의 부족으로 출산 고통을 줄이기 위해 맞는 무통 주사가 불가능하거나 수술이 연기되는 등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20일 맘카페 등에서는 출산을 앞둔 산모들의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 26일 출산이 예정된 산모는 "곧 출산인데 세브란스병원에서 전공의 파업 때문에 무통 주사가 불가능하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리를 들었다. 무통 주사 없이는 도저히 자신이 없다. 지금 너무 두렵고 무섭다"며 조언을 구했다. 신촌세브란스병원은 산모들에게 마취통증의학과 전공의가 없어 19일부터 출산 시 무통 주사가 불가능하다고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 시내 한 대형병원에서 23일 출산이 예정됐던 한 산모도 "인력 부족으로 자연분만이 어렵다는 통보를 받았다"며 급히 전원을 알아보고 있다고 전했다.
전공의 집단행동 여파로 진료나 수술 일정이 변경되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한 산모는 "대학병원 다니는데 파업 때문에 정밀초음파 예약이 취소됐다"며 "개인 질병도 있고 양수검사 할 수도 있고 아기 상태가 너무 중요한 시기여서 대학병원으로 의뢰해서 간 건데 정말 당황스럽다"고 토로했다. 23일 강북삼성병원에서 제왕절개 수술을 받을 예정이던 산모는 "분만실에서 전화 와서 (입원을) 당길 수 있냐고 했다"며 "이미 부인과 수술은 취소 중인데 기존에 잡은 제왕절개 수술이어서 겨우 해주겠다는 입장"이라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산모들은 "결국 고위험 환자들만 인질 잡은 꼴"이라며 비판했다. 온라인상에선 "결혼할 땐 코로나로 맘고생했는데 출산할 땐 의료 파업으로 맘고생할 줄은 몰랐다" "파업하는 건 이해하지만 산부인과나 소아과, 응급환자, 암환자 같은 긴급 위험 환자들에게는 피해가 없었으면 좋겠다" "출산 병원을 추가로 알아봐야 할 것 같다" 등 우려하는 반응이 쏟아지고 있다.
집단행동으로 인해 1년 전 예약한 수술이 취소되는 경우도 발생했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1년 전부터 예약된 자녀의 수술을 위해 보호자가 회사도 휴직했으나 갑작스럽게 입원이 지연된 안타까운 사례도 나왔다"며 "본인 요청에 따라 법률서비스 지원을 위해 법률구조공단으로 연계한 사례도 있다"고 밝혔다.
복지부에 따르면 19일 오후 6시 기준 수술 취소 25건, 진료 예약 취소 4건, 진료 거절 3건, 입원 지연 2건 등 총 34건의 피해 상담 사례가 접수됐다.
김소희 기자 kims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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