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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9 (금)

이슈 시위와 파업

“전공의 파업 때문에 대학병원에선 거부” 군 병원 찾는 응급환자들 [밀착취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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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로 뼈도 못 붙이고 돌아가시나 싶었는데 (군 병원에선) 바로 오라고 하셔서 너무 안도감이 들었습니다”

전공의들이 집단행동이 본격화한 20일 병원 응급실 ‘전화 뺑뺑이’에 받아줄 병원을 찾지 못하던 80대 환자가 군 병원에서 수술을 받게 됐다. 이날 경기 성남의 국군수도병원 응급실에서 만난 보호자 임모(50)씨는 “80대인 아버지가 지난주 고관절 골절상을 당했는데 수술할 곳을 찾지 못했다”며 “오전 군 병원도 민간에 개방했다는 뉴스를 보고 이곳으로 왔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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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의료진들이 경기도 성남시 국군수도병원 응급실로 민간인 환자를 옮기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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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씨는 “늦어도 오늘은 수술해야 하는 상황이라 어제 저녁부터 대학병원에 전부 전화를 돌렸지만, 파업으로 응급실에 전공의가 없으니 아무것도 해줄 것이 없다고 외래를 잡으라고 했다”고 토로했다. 임씨는 전날 밤 서울대병원, 분당 서울대병원, 경희대병원, 한양대병원 등 대학병원과 요양병원, 2차 병원 응급실에까지 전화를 돌렸지만, 환자를 받을 수 없다는 답변에 좌절하기도 했다.

임씨는 “아버지는 후두암과 뇌경색 등 여러 지병을 앓고 있어 수술조차 쉽지 않은 상황이었는데 무조건 수술해야 한다면서 (이곳에서) 수술할 거라고 말해주시니 눈물이 날 정도로 감사했다”고 했다. 환자의 1차 진료는 지뢰 부상으로 발목 절단 위기에 놓인 병사의 발뒤꿈치 이식 수술을 집도한 사연으로 예능 프로그램 ‘유퀴즈 온 더블럭’에 출연하기도 한 정형외과의 문기호 중령이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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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국군수도병원에서 응급실로 이송된 민간인 환자의 보호자 가족들이 손을 맞잡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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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는 국군수도병원 등 12개 군 병원 응급실을 개방하고 응급환자 진료를 지원하고 있다. 일부를 제외하고 대부분 군 병원의 응급실과 외상센터는 의료 파업 이전부터 민간인들에게 상시 개방됐다. 지난해 국군수도병원 외상센터를 찾은 환자 중 40%는 민간 환자이기도 했다. 지난해 8월 발생한 ‘분당 서현역 흉기 난동’ 사건 당시에도 중증 피해자 한 명과 경증 피해자 한 명이 수도병원에서 치료를 받기도 했다.

의료 파업으로 군 병원을 찾는 환자들은 늘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국군수도병원을 찾는 민간 환자는 이틀에 한 명 정도였지만 이날 오전에만 2명의 민간인 환자가 방문했다. 또 다른 환자 역시 장폐색 증상으로 인해 2차 병원을 알아보다가 마땅한 곳이 없어 수도병원을 찾은 것으로 전해졌다. 국군수도병원 응급실은 20개 병상을 확보 중이고 24시간 응급진료체계도 갖춰져 있다. 출입증 없이도 병원에 들어올 수 있어 접근성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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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경기도 성남시 국군수도병원 응급실에서 의료진들이 진료를 보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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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의료진도 장병들 의료지원 태세의 제한이 없는 범위 내에서 민간 환자를 충분히 지원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원무 인력을 보강하고 출입절차를 간소화했다. 응급실 병상 중 일부를 민간 환자를 위해 마련해두기도 했다. 석웅 수도병원장은 “우리 병원은 열려 있어도 열려 있는지 모르는 분들이 많다”며 “군 병원은 국가의 위기 사태 때마다 적극적으로 나서서 지원했다. 이번에도 가능하면 많은 국민을 지원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성남=구현모 기자 lil@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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